달빛·바람소리 그릇에 담으니 연꽃으로 피었네

첫 개인전 여는 도예가 박명숙 씨


매일 108배와 선수행하며

쌍봉사 옆 작업실 풍경 담아

연잎 문양 도자 작품 제작

12월 4일~10일 케이갤러리

“매일 아침 108배를 하고 작품에 임해요. 처음 작업을 할 때는 머릿속으로 무언인가를 그리기도 하지만 무심으로 그릇을 빚다보면 그 생각마저 사라지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그릇이 완성돼 있어요.”

도예가 박명숙 씨(58)가 서울 인사동 ‘더 케이 갤러리’에서 12월 4일~10일 첫개인전 ‘연꽃에 내린 달빛’을 연다. 전남화순 쌍봉사 옆 작업실에서 도자기를 빚으며 10년간 작업을 해온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연꽃문양 등으로 빚어낸 2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중 눈에 유독 들어오는 작품이 ‘개구리가 있는 거친 항아리’다. 겉면에 달빛이 내려앉은 듯 황토빛깔을 내고 있는 연잎 수반 위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그대로 자연을 담아낸 것이다. 이처럼 그녀 작품 대부분은 연꽃이 소재다. 바람에 살랑살랑 휘날리는 연잎이 선율처럼 다가오고, 겹겹의 연잎들이 살포시 피어나는가 하면, 화병의 구연부는 수줍은 듯 얌전하게 올라온 연꽃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작품의 소재를 주로 자연에서 찾습니다. 강렬한 색채의 유혹도 있습니다만 그윽한 달빛을 표현하고 싶어 가능한 한 그릇 표면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아요. 어떤 때는 바람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다듬지 않고 거칠게 놓아둘 때도 있습니다. 또한 제가 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매화, 연꽃, 연꽃잎, 개구리, 구름 등을 작품 속에 담고 싶어 합니다.”

그녀의 작업실에서 쌍봉사가 한눈에 보인다. 아침마다 18년째 108배 수행을 하는 것은 물론 작업을 할 때는 수불 스님의 법문CD를 듣는다고 하니 눈으로는 자연을 담고 귀로는 법문을 담아 무심으로 연꽃 그릇을 피워내는 것이다. 또한 이번 작업은 낙산사 화재로 나온 홍송으로 작업을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장작연료는 2005년 화재로 베어내야 했던 낙산사의 홍송을 사용했어요. 당시 낙산사 주지스님이셨던 정념 스님께서 보내주신 장작을 쪼개 8년 동안 그늘에 말려 보관했어요. 너무 귀한 연료라 아껴 쓰면서 작업을 했죠. 제 작품에 낙산사의 기운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소설가 정찬주 씨의 아내이기도 한 그녀는 국영기업체 직원이었다. 천주교 신자였지만 남편을 만나 불교로 개종하고 오랜 시간 수행을 이어왔다. 직장을 명예퇴직하고 10여년전 시작한 도자기는 운명 같은 것이었다. 조선백자의 전통을 잇는 지헌 김기철 선생의 문하에서 도자작업을 익혔고 전남도립대 도예산업디자인과에 입학해 이론을 겸비하는 등 열정을 쏟아왔다. 현재 그녀의 법명인 무량광에서 이름을 따온 ‘무량광도예’를 운영하며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02)764-1389

정혜숙 기자 | bwjhs@hyunbul.com
[현대불교 2013년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