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수행으로 ‘나’를 이기자

전국 시민선방 및 사찰, 재가자 동안거 결제

부산 해운정사 종정 진제 스님 지도
구인사 12월 3일부터 1월 2일까지
안양 한마음선원 오전·오후반 눈길

11월 15일(음력 10월 15일)부터 내년 2월 14일(음력 1월 15일)까지는 동안거 결제기간이다. 3개월 동안 스님들이 한 곳에 모여 참선 정진하는 이 기간에 도심 사찰과 시민선원 등 수행단체에서는 재가자들을 위한 동안거 정진을 실시하고 있다.
스님 못지않은 용맹정진에 나서는 재가불자들은 3개월간 속세의 때에 찌든 번뇌를 잊고 자신과 싸우며 참 ‘나’ 찾기에 나서고 있다.

재가자 안거의 효시는 해방 후 전강 스님이 개설한 인천 용화선원에서 비롯된다. 송담 스님이 그 뒤를 이어 매년 1백여 보살들이 계절 안거에 동참하고 있다. 용화선원은 11월 17일 동안거 결제 및 백일기도 입제법회를 열고 수행의 의지를 다지며 백일정진에 들어갔다.

부산 해운정사는 1972년부터 철마다 100여명의 재가자가 안거를 지내고 있다. 재가자와 스님을 같은 선원에서 정진시킨 향곡 스님의 가풍을 이어받아 전법제자이자 현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직접 선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해운정사는 “대중과 함께 정진함으로써 게으름을 물리치고 열심히 공부하는 도반을 보고 신심과 용맹심을 낼 수 있다”며 “일상생활 하는 가운데 늘 참구하시고, 형편이 되는 분은 겨울 석달 간 ‘만사를 제쳐두고 이 일을 밝혀보겠다’고 신심을 내어 안거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는 53년간 끊임없이 계속돼 온 1개월 안거 원칙에 따라 12월 3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동안거를 실시, 1500여명이 동참하는 결제에 들어간다.
구인사 및 전국 말사에서 안거에 동참하고 있으며, 안거 기간 동안 구인사에서 정진한 재가 불자에 한해 이수증이 발급되고 있다.
구인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안거 이수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매 안거 때마다 총본산 구인사에서의 이수자는 1500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전국 각 말사에서도 많은 종도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참 불교의 실천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용맹 정진하는 생활불교로서 안거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길상사와 목동 국제선센터는 11월 17일 동안거 입제식을 열고 90일 관음기도에 들어갔으며, 1978년 혜암 스님(前 조계종 종정)이 해인사에 주석한 뒤 개설한 원당암 재가선원에도 150여 재가자들이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수행정진에 들어가는 곳들도 있다.
서울 선릉역 부근에 위치한 보림선원 서울선방은 연휴기간을 기해 동계 1주일 철야정진을 실시하며, 동국대 국제선센터는 2014년 1월 4~10일, 2월 18~24일 ‘간화선 집중수행’을 실시한다. 국제선센터 참가자들은 수불 스님의 화두법문으로 입제를 시작해 6박 7일간 개별적으로 참선 정진에 들어가며, 수불 스님이 직접 화두점검을 하게 된다. 동국대 국제선센터는 간화선 수행의 진흥을 위해 대학 재학생, 대학원생 참가자에게 ‘간화선진흥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이밖에 안양 한마음선원은 동안거 기간 동안 오전·오후로 나누어 정진에 들어갔다. 4층 강당에서 실시 중이며 오전반은 아침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오후반은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이처럼 전국 사찰과 선원에서 동안거 정진을 시행하고 있지만, 안거의 의미와 목적을 분명하게 알고 올바른 수행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승석 동국대 교수는 “안거를 단순한 의례적 행사나 상징적 전통으로만 생각한다면 옳지 않다. 수도자로서의 직분과 사명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필요불가결의 관행”이라며, “그 동안 느슨해졌을 수도 있는 청정생활을 가장 엄격하고 철저하게 실시하는 기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안거에 들지 못하는 재가자에게 스님들은 “매순간 생활 속에서 정진하면서 진정한 해제를 기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나은 기자  |  oasis1983@hanmail.net
[현대불교 2013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