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저력 보여주고 불자들 자긍심 높였다”

특별대담 / 한반도평화대회


대담 주제 : 한반도평화대회의 성과와 향후 불교의 과제

참가자 : 수불스님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위원장,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노휴스님 한반도평화대회 간사, 포교원 포교국장
법성스님 한반도평화대회 간사, 범어사 사서국장
이 윤 희 부산불교연합신도회 회장

사 회 : 안직수 기자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기념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오자는 발원을 담은 한반도평화대회가 지난 9월27일 회향했다. 올해 3월 선포식을 시작으로 10개월간 진행된 평화행사는 천도재, 국제학술대회, UN평화공원 위령재, 독도함에서의 풍등제, 평화음악회로 이어져 9월27일 5만여 사부대중이 집결한 가운데 평화대회로 진행된 큰 행사였다. 이에 한반도평화대회가 왜 필요했고,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 또 앞으로 이 성과를 어떻게 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좌담의 시간을 마련했다. 좌담은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위원장 수불스님(금정총림 범어사 주지)과 행사 전반을 실무기획하고 지도한 포교원 포교국장 노휴스님, 한반도평화대회 간사 법성스님, 이윤희 부산불교연합신도회장을 초청해 지난 9일 범어사 주지 접견실에서 진행했다.

수불스님

전국 사찰에서 자발적 참가해

5만 불자 결집 자체로 ‘사건’

홍보 부족은 아쉬움…


평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지속되길 바란다


노휴스님

평화라는 단어 이미지에

불교 연상 시키게 된 점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


포교원, 내년에 평화 주제로

지역단위 행사 기획 중


법성스님

부울경 협의회 구성 ‘성과’

지속적인 만남을 추진해

향후 지역불교 발전

견인하는 기구로 상설화


불교평화론 정립도 성과


이윤희 회장

사회에 던진 메시지 인상적

‘불자’ 자부심 크게 높아져


스님은 바른 길 제시하고

신도들은 믿고 따를 때

불교가 사회적으로 성장

- 한반도 평화대회가 지난 9월27일 회향했습니다. 왜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는지, 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수불스님 : 지난해 포교원장 스님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나 회담을 나누면서 세계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인식하게 됐다. 그때 우리 불교계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마침 올해가 정전6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널리 전하며, 불교가 국가와 사회에 도움이 될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전60주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한 때여서, 그런 메시지가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남북간 대립을 종결시키고 화해로 이끄는데 불교가 나서야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장소를 부산으로 한 것은 부산과 범어사가 가진 상징성이 한 원인이었다. 한국전쟁의 피난처였던 부산에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출발점을 삼아야겠다는 의지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사회에서 실현하고, 후손들에게 평화의 가르침을 전해주자는 의도로 여러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

노휴스님 : 포교원장스님과 범어사 주지스님의 뜻이 합쳐진 결과로 이번 대회가 진행됐다. 그동안 포교원이 직접적인 포교활동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행사는 대사회적 메시지를 불교적 가르침에 근거해 제시하는 것 또한 불교의 역할이며 포교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윤희 회장 : 부산에서 한반도평화를 기원하는 큰 행사를 갖는다고 하자 많은 신도들이 우려와 기대를 했다. 우려는 그런 큰 행사를 불교가 치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고, 기대는 국가와 남북평화를 위해 불교를 뛰어넘는 행사를 한다는 기대였다.

법성스님 : 행사 실무를 진행하면서 역점을 둔 것은 불교 행사가 아니라 국가적인 범위의 대회로 성장시키고자 했던 점이다. 대중 동원도 중요하지만, 행사 하나하나의 의미와 진정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또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환희심을 내며,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수불스님 : 부산에 이렇게 많은 불자들이 한자리에 집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전국의 조계종 사찰에서 적극 호응을 했다는 점도 큰 의미가 있다. 불교가 대중에게 비쳐지는 여러 모습이 있다.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런 대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을 전해주는 불교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갖고 본 대회만 5만명이 넘는 대중이 집결한 것은 근현대사에 없던 일이 아닐까 합니다.

노휴스님 : 포교원에서 그동안 여러 지역을 찾아 포교결집대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참가 인원이나 규모가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한 시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부산지역 사찰 뿐 아니라 전국의 사찰에 참여를 당부했다. 그 결과는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행사였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 자체로 불교도 역량을 모으면 충분히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을 얻은 것이 아닐까 한다.

수불스님 : 처음부터 외부의 도움을 고려하지 않았다. 타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불교에서도 각종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협조를 우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는 국가와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의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우리 힘만으로 치러낸 이 결과는 앞으로 불교가 더 큰 결집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역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조계종 뿐 아니라 범종단적인 결합을 통해 더욱 불교의 역량을 키워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법성스님 : 불교계의 행사는 그동안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전부다 시피했다. 이번 한반도평화대회는 총 16회에 걸쳐 다양하게 진행됐다.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나의 주제를 갖고 일관되면서 지속적으로 행사를 추진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단체, 교계가 힘을 모았다는 점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불교의 대 사회적 공헌이 가장 큰 결실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 회장 : 이번 행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불교가 제시한 평화의 의미를 국가에서 인식해 함께 정전6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한 것, 특히 미국에서 열린 정전행사로까지 이어진 점을 보면서 앞으로도 불교가 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한반도평화대회를 치르면서 부족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었는가요.

법성스님 : 본대회가 열린 아시아드주경기장이 대형의 고층 건물이다보니 안전문제에 많은 노력을 했다. 행사에는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일례로 통도사에서만 8000명의 신도들이 왔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세밀한 좌석배치나 현장에서 대처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 운동장에만 13,000석의 의자가 배치됐는데, 너무 촘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 : 그늘을 찾아 대회를 관람하다보니 복도가 오히려 가득 차고, 일부 좌석은 자리가 비웠다. 이런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대규모 행사를 치를 때 보다 정돈되고 질서있는 행사를 치를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은 것도 성과다.

수불스님 : 행사 홍보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부산에서는 곳곳에 행사를 알렸지만, 전국적인 홍보는 미진했다. 대회를 마친 다음,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는 불자들도 많았다. 행사 초반에 세계평화를 메시지로 할 것인지, 한반도평화를 할 것인지 의견이 많았다. 한반도 평화가 갖는 의미가 더욱 현실적이란 의견에 따라 한반도평화를 대사회 메시지로 전했다. 그 과정에서 남북 대립이 일정정도 해소되면서 개성공단이 재개방되는 등 진전된 남북관계는 매우 보람된 일이었다.


-한반도 평화대회의 정신을 이어 앞으로 불교계가 지향하고 실천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겠는지요.

수불스님 : 이번 대회의 주제어는 위로와 경의, 화해와 상생, 미래와 희망이었다. 한국전 당시 적이 돼 싸웠을지언정, 북한군 중국군 전사자들도 그들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젊은 목숨이었다. 평화대회를 통해 그들까지 모두 위로하고자 했다. 그것이 부처님의 자비정신이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아니었는가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평화를 이야기할 때, 남북 어느 한쪽이 우월한 힘을 지닌 통일을 염두에 뒀다. 진정한 평화는 상생의 정신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런 정신을 사회에 확산시키는데 불교가 지속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외형적인 평화도 중요하지만, 내적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과거보다 미래지향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협동하며 화합하고 상생하는 기틀을 만들고 싶다. 이는 남북간 문제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적용되어야 할 가치다.

이번 행사 과정에서 UN평화공원 위령재는 감동적이었다. 많은 스님들이 모여 금강경을 낭독했다. 앞으로도 UN 평화공원에서의 추모행사는 부산 불교계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진행할 생각이다.

노휴스님 : 한반도평화대회를 치르면서 ‘평화’라는 단어를 불교의 용어로 상징화 시킨 효과가 매우 크다. 행사 기획에서부터 평화라는 상징성과 의미, 색깔 배치까지 많은 신경을 쓴 결과로 생각된다. 평화라는 단어가 포교의 새로운 메시지로 정착됐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불교를 말하면 ‘자비’를 떠 올렸다. 앞으로는 자비와 더불어 평화를 떠올리도록 교계에서 다양하게 평화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면 한다. 포교원에서는 내년에 평화를 주제로 한 여러 지역의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법성스님 : 실무간사로 활동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부울경 연석회의를 정례화 시켰다는 점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주요 사찰스님들이 그동안 공식적으로 9회를 만났다. 이를 통해 견고한 부울경 사찰협의회가 형성됐다. 통도사 해인사 범어사 동화사를 비롯해 주요 사찰들이 협의회에 들어와 있다. 협의회를 포교역량으로 성장시킨다면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협의회를 활성화시켜 영남불교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회장 : 전국단위 행사를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신도들의 자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많은 신도들이 아직도 평화대회에 대해 말을 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서 불교가 조금씩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행사를 통해 말끔히 씻어냈다. 신도들이 스님을 존경하는 분위기도 많이 형성됐다. 앞으로 이런 흐름을 이어 어린이, 청소년, 청년까지 이을 수 있는 포교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수불스님 : 앞으로 불교가 신도들의 마음으로 와 닿는 불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많은 젊은이들이 종교에 무관심하다고 합니다. 평화대회를 거치면서 청년층에 대한 포교효과가 있었는지요.

법성스님 : 군종으로 활동하는 스님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한반도평화대회를 언론 등을 통해 전해 들으면서 사병들이 불교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우호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불교를 보는 것 같다. 또 한반도평화대회와 국제세미나를 통해 불교의 평화론을 정립했다. ‘불교 평화론’은 통일의 큰 이론적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런 정신적인 부분을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만들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불교 평화론을 통해 의식의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와 함께 하는 불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 불자들에게 당부할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이 회장 : 각 사찰에서 대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행사를 여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신도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불교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 동참해 준 많은 불자님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며, 지역불교계의 큰 행사나 사찰에서 큰 일이 있을 때 만사를 제쳐두고 참여해 주길 바란다. 불자들에게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말은 불교신문을 구독해 달라는 것이다. 신문을 통해 불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불교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알아야 실천할 수 있다. 신문 구독을 주변에 많이 권해주는 것이 바로 포교다.

노휴스님 : 현장에서 활동하는 스님과 불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포교원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역량이 되는대로 포교현장을 찾고 지원하는데 노력하겠다. 많은 불자들의 호응과 참여를 당부한다.

수불스님 : 이번 행사 전반에 걸쳐 참여해 준 스님과 불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한 전국의 많은 사찰과 불자들이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 덕분에 본 대회가 아름답게 마무리됐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기까지 수고해 준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안직수 기자 | jsahn@ibulgyo.com
[불교신문 2013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