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우리는 언제까지 전쟁의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하는가…

생명은 누구에게나

하나뿐인 고귀한 것

‘화해와 상생’ 위해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에

한반도평화대회 동참 제안

대한불교조계종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를 위해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 봉행위원회(이하 평화대회)’를 구성하고 여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로와 경의’,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와 희망’을 주제로 지난 3월부터 금년 9월까지 서울과 부산, 그 외 전국각지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평화대회를 봉행하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화해와 상생’이다. 6ㆍ25 한국전쟁 당시 적이 되어 싸웠던 북한군, 중국군 전사자들의 목숨도 그들에게는 하나 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이었다. 그들을 천도하고 유족을 위로함으로써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위한 첫돌을 놓고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국불교의 역할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의 허리를 묶은 대결과 억압의 쇠사슬이 쉽게 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 한반도가 처한 현실이 그 고통과 후유증을 대변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전쟁의 불안과 이산의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가?

흔히 불교를 ‘평화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 평화의 가르침을 받드는 우리 불자들은 분단의 고통을 소멸시키고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부터 선근을 견고히 하고 세상의 고통과 중생에 대한 자비심을 사방에 널리 퍼지게 하자. 마치 붓글씨는 처음 쓸 때는 볼품이 없으나 무수히 노력을 하면 아름다운 글씨가 나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를 발휘해 가듯 자비심과 연민도 훈련이 필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를 멀리 보고 소통과 교류에 장애가 없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진심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세상의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는 결과를 분명히 창출해 낼 수 있다.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이 최고의 대안이 아니겠는가.

‘한반도’라는 오래된 삶의 터전, 유구한 역사와 동일한 언어에 대한 인식, 민족문화에 대한 공통된 정서는 통일의 시대를 여는 훌륭한 조건들이다. 여기에 기반하여 우리정부는 민간의 대북 교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방해야 한다. 북한은 개혁과 개방 그리고 대화만이 국제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 지구상의 어느 세력도 무력에 의한 목적 달성은 불가능하며, 고립만을 자초할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교계는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통일 조국의 번영을 위해 잠자고 있는 불교의 역사적 교훈과 문화적 역량을 하나하나 풀어내놔야 한다.

과거시대 실크로드를 통한 유라시아의 문화가 오늘의 한반도에 집적되고 재창조되어서 중국 등 세계로 뻗어 나갔다. 옛 실크로드 문화는 교류와 소통 그리고 화합의 상징체이다. 그 역사를 오늘에 되살려 분단에 묶인 현실을 털어내고 ‘세계일화(世界一花, 세상은 하나의 꽃)’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필자가 주지로 있는 범어사가 위치한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와 도로가 휴전선을 넘어 신의주에 닿고 드넓은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21세기 신(新)실크로드 사업은 남북의 화해와 세계를 번영시킬 토대가 될 사업이 분명하다.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에 한반도평화대회에 동참해 주기를 공식 요구한다.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동질성을 확인하며, 새로운 각오로서 통 큰 협력을 할 것을 제안한다. 조선불교도연맹이 요구하는 어느 곳에서든 만나서 조건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한국전쟁 정전60주년을 맞는 평화대회가 새로운 역사를 열어 나가는 일에 소중한 씨앗이 되기를 염원한다.

수불스님 |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불교신문 2013년 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