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립의 시대 넘어 평화의 장 연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발전시키려는 ‘첫’ 시도

동아시아 평화 견인 위한

불교적 지혜ㆍ해법 제시


9월27일 오후2시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서

7만 대중 결집… 평화대회

조계종이 한반도의 불안한 평화를 넘어, 평화협정 체결을 발원하며 동아시아 평화를 이끌어 낼 근본 대안을 제시한다. 이는 21세기 마지막 사상적 대립지역인 한반도를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평화통일로 이끌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한국전쟁의 피난처, 민주주의의 마지막 수호처였던 부산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한반도평화대회가 개최된다. 오는 9월27일 오후 2시부터 부산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불교계 뿐 아니라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등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또 다문화가정, 저소득 계층, 북한이탈주민 등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무대를 채우고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다.

한반도평화대회는 이날 오전 유엔기념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기념공원에서 경기장에 이르는 24km의 길은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이 밝힌 등불로 수놓을 예정이다.

7만여명이 한자리에 모이게 될 평화행사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와 나아가 세계평화를 이끌어 내자는 축제의 장이다. 천도의 대상도 국군과 UN 참전국 전사자 뿐 아니라 북한과 중공군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이번 평화대회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불교적 관점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모색하자는 의도로 준비되고 있다. 상임운영위원장 수불스님(범어사 주지)는 “흔히 불교를 ‘평화의 종교’라고 말한다. 그 평화의 가르침을 받드는 우리 불자들은 분단의 고통을 소멸시키고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구세대비자로서의 서원과 책임감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대회는 위로와 경의, 화해와 상생, 미래와 희망이라는 세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불교의 메시지를 담은 주제다. 더불어서 부산경남을 비롯해 전국에서 불교의 정신이 찬란하게 꽃 피우길 기원하는 마음도 담았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 송묵스님은 “불도 부산은 우리나라 불교계의 핵심 도시이며, 한국전쟁 당시 마지막까지 희망으로 지켜낸 곳”이라고 말하고 “수년전 개신교청년단체가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한 이후 개신교 교회가 급증하고 있다. 또 각종 개신교 집회를 부산에서 집중적으로 열고 있다. 이럴때 불교계가 대규모로 부산에서 개최하는 평화대회는 부산 불자들에게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대회에 대한 전국 사찰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부산은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이 취임한 이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부산연등축제를 대폭 개선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승화시킨데 이어, 부산불교연합회를 중심으로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각 불교 종단이 화합과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이런 에너지를 모아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날이 바로 9월27일 열리는 한반도평화대회다.

한편 조계종이 동아시아 평화를 발원하며 지난 3월부터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자들을 위한 천도재, 참전국가 대사 초청 만찬, 참전용사 묘지참배, 풍등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남북간 관계도 긴 침묵을 깨고 대화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중단됐던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이산가족 상봉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더불어 금강산 관광, 개성 영통사 성지순례 재개 등도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화해모드를 이끄는 중심에 불교 조계종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수불스님은 “과거 삼국통일을 이끈 화랑의 정신, 고려의 문화발전을 이끈 불교의 역사와 높은 문화의식, 왜구의 침략을 물리친 조선불교의 저력이 오늘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며 “그 정신을 이어받은 한국불교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사상적 기반을 제시해야 한다. 한반도평화대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바로 이런 점”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27일 열리는 평화대회가 정전 60년사(史)에 한 획을 그으며,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 조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안직수 기자 | jsahn@ibulgyo.com
[불교신문 2013년 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