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전사자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한반도평화대회’ 대미 장식하는 천도재

국군ㆍ유엔군 전사자 전원, 영단에 모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남북의 화해와 상생을 발원하기 위해 열리는 한반도평화대회. 오는 27일 오후2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7만여 명의 스님과 불자, 일반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막을 올린다.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볼거리로 교계 안팎에서 화제가 된 지 오래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아군 14만여 명의 이름을 전원 게재하고, 이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천도재가 압권이다.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 측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보관된 전사자명부에서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국군과 유엔군의 명단을 모두 확보했다”며 “현재 전사자들을 소속부대와 국적별로 분류해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호국영령’이나 ‘국군영가’ 등 상징적인 위패를 모시고 여는 한국전쟁 위령제는 그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전사자 명단 전체를 게재해 올리는 추모행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나라를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하나하나 위로하고 기리겠다는 호국보훈의 의미를 담았다. 무엇보다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전사자명부를 일일이 확인하며 무명용사들의 존재를 복원한 주최 측의 진정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한반도평화대회는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 안좌(安坐)를 시작으로, 기념공연과 각계 대표의 축사와 연설, 천도재 순으로 진행된다. 곧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14만 전사자를 위한 천도재는 전쟁의 아픔을 진심으로 보듬겠다는 불교의 동체대비(同體大悲) 정신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전사자 명단 확인 작업은 지난 7월말부터 시작됐다. “전체 명단을 기록해 거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교계의 진심어린 염원을 보여줄 수 있다”는 취지에서 팔을 걷어붙였다. 용산 전쟁기념관에 보관된 한국전쟁 전사자명부를 통째로 복사했다. 경찰과 학도병을 포함한 한국군 전사자는 30책 1만600페이지, 미국을 비롯한 16개 참전국 전사자는 6책 3600페이지 분량이다.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수불스님(금정총림 범어사 주지)은 “이번 천도재는 조국과 우방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젊은이들의 용기를 통해, 자비와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영섭 기자 | fuel@ibulgyo.com
[불교신문 2013년 9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