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 정신으로 한반도 평화 회복하자”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 국제포럼

불교의 평화론

국제사회의 역할 주제로

세계 석학들 모여 ‘토론’

평화선언문 발표도…

2013년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았다. 다시는 전쟁이 없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것은 남ㆍ북 모든 민족의 염원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나아가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또 불교의 가르침을 이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조계종과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8월28일 서울 한국언론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이를 주제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의 축사를 시작으로 평화의불 이운식 동영상 상영과 ‘불교의 평화론과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주제로 한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의 기조발제로 시작됐다. 이어 ‘불교를 통한 동아시아의 소통과 원융’(석길암, 금강대), ‘불교 평화론과 한반도 평화의 길’(박병기, 한국교원대)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Bruce Cumings, Chicago 대학 부르스 커밍스 교수가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냉전 종식의 대안’을 주제로 한 발표를 비롯해 대만국립정치대 추리시(朱立熙) 교수, 오키나와 대학 와카바야시 치요(若林千代) 등 세계적 석학 등이 참여했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번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가 주관한 국제포럼에서는 이 해법으로 불교적 가르침을 토대로 한 평화체계 구축과 미중러일 4대국의 반성에서 찾았다.

가장 눈에 띄는 주장은 미국 시카고주립대학 부르스 커밍스 교수와 대만국립정치대 추리시(朱立熙) 교수의 발제내용. 부르스 교수는 “정전의 결과로 평화가 이룩된 것이 아니라, 미국, 한국, 북한이 고도의 폭력을 다시 쓸수 있는 시간을 얻은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염두에 둔 모의 핵폭탄 실험을 한 바 있으며, 북한도 이에 대응해 군사전략을 수립해 있다”고 분석하고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한 선제공격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전상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대결구도를 버리고, 실수가 있더라도 다른 해결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추리시 교수는 “한반도 전쟁은 국민당 장개석 정권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국민당은 국내 폭정과 잇따른 실정을 반공주의 전략으로 타개하려 했다. 장개석 정권 이후 중국과 타이완의 관계는 상당히 변화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도 정치지도자의 교체에 따라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고 북한이 국제체제의 일원으로서 평화적 동아시아 수립에 적극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 한반도의 평화를 이끌어 낼 정신적 기반은 무엇인가.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불교의 화쟁사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화쟁정신으로 바탕으로 6자회담을 통해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한의 핵을 포기시켜야 한다. 비핵화를 토대로 시민운동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포기시켜야 한다. 이런 기반위에 두만강 특구를 활성화해 경제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조장치를 다수 마련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포럼에서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불교의 실천항목인 ‘자비행’에서 해법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온전한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는 모든 존재를 연기적으로 인식하면서 자비의 손길을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비행을 구체화해 남북간 연민의 정으로 교류를 지속하면서 동질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불교적 차원의 평화운동”이라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국제포럼에 참석한 교수 등은 ‘동아시아 지식인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백도명 민교협 상임의장의 진행으로 발표된 공동성명서에서 포럼 참석자들은 “낡은 국제적 대결구조이자 갈등유발체제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해 동아시아 지식인 모두가 나서야 한다”며 “북미간 불가침 협정 및 관계정상화를 이룰 것, 핵 없는 동아시아 건설에 남북 및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6개 국가가 적극 나설 것,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국제적 개입을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할 것”을 주장했다.

기조발제 /“평화의 실천윤리는 자비희사”

한반도 분단 원인 제공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세계평화를 위한 길이다

수불스님(한반도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 한 채 불교가 모든 원인을 개개인의 마음의 문제로만 귀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북인도의 강자였던 마가다국의 왕이 밧지(Vajj?)족의 나라를 정벌하려 하자, 밧지족이 나라 살림을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잘 운영하며, 서로 화합하고, 사회문화가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로부터도 침략 당하는 일 없이 평화를 잘 유지해 가리라는 견해를 드러내신 바 있다. 정치 ? 경제의 수준과 성숙된 사회문화가 평화유지의 중요한 조건임을 분명히 하신 것이다. 불교는 세계 어느 종교보다도 평화 지향성이 강한 종교다. 불교는 생명존중 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증오와 분노는 자(慈, 사랑)로써 제거하고, 공격과 해침에 대한 욕구는 비(悲, 연민)로써 제거하며, 흔쾌히 더불어 기뻐함(喜)으로써 신뢰를 키우고, 계산된 사사로움과 탐심을 버림(捨)으로써 남북화해 ? 상생의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하는 것이 불교계의 의도였다. 평화를 위한 관계 맺기의 실천윤리가 자비희사이다.
그 어떤 명분을 들이댄다 해도 전쟁은 합리화되지 않는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이 한국전쟁도 세계 패권주의와 이념의 대립, 팽창주의의 산물이었고, 전쟁으로써 통일을 완수하겠다는 무지와 탐욕의 산물이었으며, 반생명적, 반문화적, 반인륜적 범죄였다. 1900년대의 역사를 돌아 보건데, 한반도의 분단의 원인은 당시 냉전 체제 하에서 세계열강이 제공한바, 이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그 어느 국가들보다 앞장서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만이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안직수 기자 | 사진 신재호 기자
[불교신문 2013년 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