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희생을 영원히 잊지 않아야 한다”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

오바마 美 대통령 주빈

한국정부 특사와 함께

워싱턴서 열린

정전협정 한미동맹

60주년 기념식 참석


전쟁이전 알지도 못하던

한국위해 희생한

영웅들의 이름을

한명씩 불러봅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 및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정전협정기념식에 정부대표단 일원으로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과 함께 참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빈 하에 대규모로 거행된 기념식에 우리 정부도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 위상과 관심을 제고했는데, 종교계에서는 유일하게 지원스님과 함께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게 됐다.

지난 7월25일 위싱턴 댈라스 공항에 도착, 여장을 풀자마자 미의회 Cannon Caucus Room에서 거행된 ‘정전 60주년 기념 의회 리셉션’에 참석했다. 미국측에서 Korea Caucus 공동의장인 케리 콘올리(Gerry Connolly) 하원의원과 한국전 참전용사인 카레스 랑겔(Charles Rangle) 하원의원, 한국전참전용사협회(KWVA)회원 등이 참석했으며, 우리나라는 안호영 주미한국대사와 김정훈 대통령특사, 정승조 합참의장, 백선엽 장군, 박선규 전 차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감동 깊었던 것은 한국전 영웅인 백선엽 장군과 참전용사였던 카레스 랑겔 하원의원의 만남이었다.

이날 저녁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만찬을 통해 행사를 준비했던 국방부, 외교부, 국가보훈처 관계자들이 종단에서 지난해부터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다수는 이 자리를 통해 지난해 11월 워싱턴 DC 알링턴 국립묘지를 공식 참배하고, 뉴욕 UN본부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 평화대회를 위한 불교계의 일련의 노력을 전해들었다. 또 세계빈곤아동퇴치를 위해 10만불의 기금을 전달하였다는 이야기에 다시 한 번 참석자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후 불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는지, 의전의 격이 한층 올라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방미 이튿날인 7월26일 오전, 제대군인 용사촌을 방문했다. 나이 60세 이상, 군대 20년 이상 복무하고 전쟁에 복무한 예비역 또는 이에 준한 교전지역 복무자만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인데, 한국전 참전용사 220명을 포함해 568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골프장, 피트니스 센터, 영화관, 컴퓨터 등 잘 갖춰진 시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삶을 보내고 있었다.

오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우선 우리 일행은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월남전에 참전해 전사한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한국정부의 추모패를 헌정하고, 미 육군 위병들의 엄숙한 의식하에 헌화 의식을 가졌다. 자리를 옮겨 한국전 참정용사인 리지웨이 장군, 밴플리트 장군, 워커 장군의 묘역을 찾았다. 새롭게 안 사실은 한국전쟁 중 낙동강 전투 전사자 39명의 유해를 처음 안치한 곳이 범어사였다는 점이다. 1952년 범어사에서 봉행된 전국 군경합동위령제에 이승만 당시 대통령과 주요 유엔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 백선엽 장군도 함께 참석했다고 한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은 이후 3년 동안 치열한 교전 끝에 결국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양측이 정전을 선언했다. 지난 7월27일은 그로부터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아침 일찍 미 국방성 펜타곤(Pantagon) 주차장에 도착해 미 정부에서 마련 해준 경찰 오토바이와 경찰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아가며 버스를 타고 한국전쟁 정전협정60주년 기념식(60th ANNIVERSAY OF THE KOREAN WAR ARMISTICE)이 열리는 한국전쟁 정전기념공원으로 이동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한 사전 검색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고 무대에서는 난타공연과 리틀엔젤스의 공연이 식전행사로 치뤄지고 있었다.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무대 뒤 한국전쟁 정전기념공원에 헌화를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김정훈 대한민국 대통령 특사, 정승조 합참의장 일행이 걸어오고 있는 모습과 잔디밭 위와 등을 돌리고 있는 검은 양복에 짙은 선글라스의 대통령 경호원들이 곳곳에 보였다. 헌화를 마친 뒤 기념식장에 오마바 미 대통령이 도착하자,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대통령 특사로 참석한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의 축사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축사에 이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서자 모두 일어서 박수로 그를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잊혀진 전쟁” 또는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도 불리어지는 우리의 6.25 한국전쟁에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받친 사실을 상기시켰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6개국 UN군은 연인원 193만 8000여 명. 이 중 미군이 178만 9000여 명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사자 54,246명과 부상자 103,248명, 합계 157,49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알지도 못했고 만나본 적도 없는 우리 한국을 위해 이토록 많은 희생을 감수했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축사 도중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잊혀진 한국 전쟁의 영웅들을 호명하자 그들에 대한 기립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축사를 마치고 미국 전통의식인 기도와 찬송가를 끝으로 행사를 마치게 되었다.

행사장 내 치안유지질서 및 제2경호를 위한 경찰과 연단 좌측 아래 앞 경호원, 정 중앙에 6명의 경호 요원들이 배치됐다. 또 연단 커텐 안쪽으로도, 군중들 속에도, 방송 카메라 기자로도 위장한 경호 요원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미국 대통령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다.

미국 현직대통령이 정전협정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 축사의 전문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 본다.

“정확히 60년전 오늘, 판문점의 한 허름한 방에서 전쟁 당사국들의 장군들이 펜을 들고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날 밤 정전협정이 발효됐고 전선에서는 더 이상 총성이 들리지 않았다. 며칠 뒤 교전을 벌이던 양측은 비무장지대를 남겨둔 채 전선에서 철수했다. 우리 군인들은 벙커를 부수고 참호를 에워싼 모래주머니들을 쏟아냈다. 전쟁포로들도 수용소에서 출소했다.

그러나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귀향은 다른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과는 달랐다. 2차대전처럼 미국을 활기차게 만들지 못했다. 환영 퍼레이드를 하며 귀향하지 못했다. 전쟁에 지친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을 잊어버리고 싶어했다. 참전용사들은 ‘우리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군복을 벗고 일하러 갔다. 그것이 전부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참전용사들은 더 나은 처우를 받아야 했다. 정전협정 당시 한 기자는 ‘훗날 사람들이 희미한 기억 속에서 한국전을 이야기할 때, (참전용사들의) 빛나는 행동들은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고 썼다. 여러분들의 빛나는 행동들은 분명히 살아남을 것이다. 지금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예우는 60년 전 전쟁이 끝난 직후 참전용사들이 귀향했을 때 진작 받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도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와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억(HEROES REMEMBERED)’하자. 영원히….

안직수 기자 | jsahn@ibulgyo.com
[불교신문 2013년 8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