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문화 속에 ‘불교’ 있음을 느꼈어요”

파리7대학 학생 방한 한국문화체험

8월 1~8일 불국사·해인사 등 탐방
동화사서 무더위에도 3보 1배 참배
범어사서 수불 스님과 간화선 화두 참구

8월 5일 금정총림 범어사에는 선수행 체험을 위해 푸른 눈의 프랑스 청년 18명이 산문을 들어섰다.

한국의 전통 및 불교문화의 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은 파리7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이었다. 이들이 범어사를 찾은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불교 세계화의 일환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자승 스님 등 조계종 대표단은 파리7대학에서 한국어학과 현황을 살피고 한국 초청을 약속했다.

8월 1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초청으로 입국한 이후 이들은 동화사와 불국사, 범어사, 해인사 등 한국의 주요사찰을 방문해 발우공양과 참선, 예불 등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경복궁, 첨성대, 한옥마을, 자갈치시장 등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앞서 여러 사찰에서 불교전통을 체험했지만 범어사 주지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표정은 긴장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저마다 팔목에 감겨 있는 염주를 만지작 거리기도 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학생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앞에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이 지도법사로 “자기 눈으로 자기 눈을 볼 수 있겠습니까?” 라는 수불스님의 물음에 “거울을 보면 볼 수 있다.”고 한 학생이 답변했다. “그럼 거울에 있는 눈은 나를 볼 수 있는가?”라고 묻자 답변이 막혔다. 막힘에서 스님의 법문이 시작됐다.

“눈을 통해 보여지지 않는 것은 없다. 하지만 눈이 보는 것은 아니다. 눈을 통해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눈으로 하여금 보게 하는 것인가?

생명? 정신? 마음? 이런 것들이 보고 있다. 볼 수 있다.고 말들 하지만 실질적인 것은 자신이 체험해서 깨달아야 한다. 선은 체험이다. 무엇인가 정신적 벽에 부딪혀야 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스님의 물음이 깊어지자 학생들의 침묵의 깊이만큼이나 눈빛이 빛을 더한다. 짧은 시간 무엇이 오고 갔을까? 못내 궁금했던지 푸른 눈의 학생들이 이내 질문을 쏟아낸다.

“부처님은 신이 아니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불교에서 부자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가?”
“한국 선, 중국 선, 일본 선이 어떻게 다른가?”

숱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사이 인솔을 맡은 얀익 교수가 질문했다.

“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정신적 벽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선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정신적 벽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스님이 답했다. “손가락을 튕겨 봐라.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하는가? 머리? 나? 손가락? 무엇이 이렇게 하는가? 죽은 사람 손가락도 손가락인데 왜 그 손가락은 못 튕기나? 그럼 살아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정신? 생명? 영혼? 그런 것이 아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간화선이다. 인연이 있으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을 찾아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두 시간이 훌쩍 지난 그들의 얼굴에 때로는 웃음도 지피고, 때로는 침묵과 눈빛만 더욱 깊어지기도 했다. 평소 가부좌가 불편한 이들이 다리를 폈다 오므렸다. 두드렸다 주물렸다 할 즈음에야 선체험 시간이 끝이 났다. 짧은 선체험 시간동안 숙제를 풀었는지, 인연을 맺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일행의 얼굴은 한 층 밝아졌다.

나웰 학생은 “‘눈이 보는 게 아니라,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는 스님의 질문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현재 이 감정을 뭐라 말 할 수 없지만, 한국불교와 선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하고 좋은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동국대학교로 유학을 결정한 마리 학생은 “스님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떤 매력을 느꼈다. 선수행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든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파리7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8월 3일 대구 동화사에서 3보 1배 등을 하며 불교정신을 느꼈다.
대구 동화사 참배는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진행됐지만 참가 학생들은 꿋꿋히 일정을 소화했다. 이른 아침부터 예불을 올린 참가학생들은 보호대를 차고 스님들과 함께 3보 1배를 올렸다. 비오듯이 땀이 흘렀지만 이들은 묵묵히 하심의 자세로 자신을 내려놨다.

이라카 넬리 학생은 참배 후 “전체 일정 중 동화사 참배가 가장 인상 깊다”며 “사찰 방문에서 만난 스님들이 함께 참배하며 큰 지혜를 주신 것 같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또 합천 해인사에서는 장경각 참배를 비롯해 대장경 축전을 앞둔 준비과정을 살펴보았으며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참배 등도 진행했다.

파리7대학 얀익 교수는 “불교문화를 체험하면서 한국문화의 바탕에는 불교문화가 깔려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닫게 된 기회였다”며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된 좋은 경험을 하고 돌아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부산 범어사=박경수 부산지사장

“격년 정기 초청 할 것”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8월 8일 파리7대학 학생들의 예방자리에서 “프랑스로 돌아가 한국방문에 대한 설문자료를 보내주길 바란다”며 “자료를 검토해 격년으로 파리7대학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초청해 교류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스님은 이어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체험한 것이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방한 학생들은 파리를 상징하는 노틀담성당 사진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선물했다.

박경수 부산지사장 | noduc@hyunbul.com
[현대불교 2013년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