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 위한 불교의 역할

공존.평화.화합의 가치 불교가 주도한다


‘내 종교만이 진리’ 고집하지 않으며

평등정신 실천.사회적 약자를 향한

차별금지법 제정.종교평화선언 추진

‘창조’ 논란 불식시키며 화합 천명

불교계가 우리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위한 노력을 주도 하고 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함으로써 이미 우리는 ‘다문화 다종교’라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여러 가지 갈등 양상이 생기고 있는 이때 불교계의 노력들은 상생의 문화를 뿌리내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취임 초기부터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과 갈등 예방 측면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법은 불교계 현안과 관련이 없는 사회법이지만 불교의 평등정신을 구현하고 사회통합 실현을 위해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원장스님은 ‘증오범죄방지금지법’ 등의 이름으로 종교 차별과 성별 차별은 없어야 한다며 강하게 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학력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 예방하는 법이다. 최근에는 불교인권위원회가 국회입법 운동에 2천만 불자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조속한 법안통과를 요구했다. 서명운동을 벌일 것을 밝히는 등 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일부 개신교의 공격적인 포교방식으로 인해 우리사회 종교간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번에도 먼저 손을 내민 쪽은 불교였다.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이웃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나선 것이다. 바로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교평화선언’이다.

국내 단일 종단이 자체적인 종교평화 선언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나선 것은 조계종이 처음이다. 2011년 8월 초안 발표 당시 열린 진리관을 선언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불교 차원의 종교평화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이후 종단 안팎에서 일부 표현 등을 놓고 이견이 생겨 대중공사 과정에서 발표가 미뤄지게 됐지만, 올해 재추진하겠다고 밝혀 또 한 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총무원장 스님은 또 최근 지금까지 특정종교 용어로 치부했던 ‘창조’의 개념을 인연의 의미로 새롭게 해석해 화제를 모았다. 총무원장 스님은 4월에 열린 ‘한반도 평화와 국민행복을 위한 기원대법회’에서 “창조란 인연의 새로운 관계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의, 현 정부가 내건 ‘창조’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켰다.

화합과 상생을 위한 노력은 지역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개신교계는 올 10월 전 세계 140개 종단이 참가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앞두고 있다. 불도의 도시 부산은 제14교구본사 범어사를 중심으로 개신교와의 만남을 통해 지역을 평화와 공존의 도시로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은 5월 초 라지쿠마 WCC 다문화종교담당국장의 예방을 받고 대화를 통해 세계가 갈등에서 벗어나는데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같은 불교계의 활발한 활동에 이웃종교인들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찬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생명의 관계성이나 인간의 무차별성을 근간으로 하는 불교로서는 적절한 사회 참여”이라며 “불교가 그들만의 언어로 남지 않고 세상의 언어 속으로 들어와 소수자를 어루만지고 다른 종교도 껴안을 수 있는 능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도 “다양하게 발생하는 차별에 대해 인지하고 공감해 주시는데 대해 감사하다”며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불자들이 앞장서 화해와 통합을 여는 주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다영 기자 | hong12@ibulgyo.com
[불교신문 2013년 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