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종교갈등 파고 평화대회로 넘겠다”

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 수불 스님
기자간담회서 “불교역량 결집” 밝혀
세계교회협의회 환영 입장 재차 표명
총무원장 출마설에 “대회일정에 집중”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존폐 위기에 놓이면서 남북갈등의 파고가 높은 가운데 불교계가 한반도평화대회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불교계 역량을 결집, 9월 평화대회까지 모든 행사를 여법하게 치르겠다는 원력이다.

4월30일 통도사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 및 남북통일기원대법회를 하루 앞둔 29일 평화대회 운영위원회 상임운영위원장 수불 스님은 교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4월23~24일 부산 범어사에서 평화기원 보살계산림을 봉행한 뒤 서울에서 만난 수불 스님은 5~9월 행사에 관한 불교계 관심을 당부했다. 한반도평화대회가 관심사에서 멀어져가는 현실이 안타까운 수불 스님은 “그 동안 최선을 다해 행사를 치러왔다”며 “9월 평화대법회에 모든 역량을 최대한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평화대회는 9월27일 봉행하는 평화대법회가 메인이다. 부산UN기념공원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자비구현 인류화합 한반도평화대법회’가 봉행된다. 법회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각국 참전용사와 유족, 참전국 주한 대사들을 초청할 예정이다. 9월9일부터 30일까지 평화의 등 5만개가 부산UN광장거리 및 시내를 장엄한다.

앞서 4월30일에는 통도사에서 남북통일기원대법회가 열리며, 5월2일에는 부처님 탄생지인 네팔 룸비니에서 선묵혜자 스님이 채화한 평화의 불이 임진각 평화누리광장을 밝힌다. 한국전쟁 정전60주년을 맞아 임진각에서 피워 오른 평화의 불은 남북의 통일이 될 때까지 도선사에 영구 보관된다.

수불 스님은 “최근 평화대회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지만 평화대법회를 계기로 폭발할 것”이라며 전망한 뒤 “평화대법회로 남북경색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되길 바란다”고 했다.

수불 스님은 10월30일~11월8일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평화대회를 여는 만큼 화해와 화합으로 종교간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평화대회 선포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 입장 발표다.

1948년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조직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는 세계대전의 갈등 치유를 위한 교회의 문제의식이 계기가 됐다. ‘일치’, ‘공동증언’, ‘기독교 봉사’라는 세 가지 목표로 활동 중이며, 2012년 현재 140개국에서 349개의 개신교 교단과 정교회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에큐메니칼 협의체로 참여 중이다.

수불 스님은 “WCC 한국준비위원회 관계자가 범어사를 찾아왔을 때 외국인들이 한국 정신문화와 문화를 배우고 간다면 부산불교계와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환영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간 서로 다투면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면 평화의 의미는 사라진다”며 “필요하다면 환영 플래카드도 내걸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아웅산 수지, 넬슨 만델라, 틱낫한 스님 등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서명한 평화선언문을 작성해 평화대법회 전후 공개할 방침이다. 수불 스님은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참석이 어려울 경우 영상메시지를 보내겠다고 했다”며 “틱낫한 스님도 방한 시 메시지나 영상을 남기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평화운동가이자 달라이라마와 함께 생불로 추앙받는 틱낫한 스님은 한국을 방문해 5월10일 부산 범어사와 5월13일 서울 잠실에서 ‘평화걷기와 명상’을 진행한다.

수불 스님은 범어사와 한국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밝히며 한반도평화대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범어사는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전사한 장병 39명의 유해를 처음 안치했던 곳이다. 당시 조실 동산 스님은 밀려드는 피난민들을 수용하며 전쟁의 아픔을 다독였다. 또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6월6일, 범어사에서 고 이승만 대통령과 주한미군사령관이 배석한 가운데 위령제가 봉행되기도 했다.

전쟁의 고통은 위령제나 천도재, 수륙재 등 불교의식으로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평화대회 운영위원회가 3월26일 범어사에서 수륙재를, 오는 6월8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도 위령법회를 봉행한다.

한편 수불 스님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출마설에 관해 “생각 없다”며 일축했다. 스님은 “범어사 주지소임을 맡은 건 부산불교계의 중흥을 이끌고자 한 것”이라며 “평화대회도 총무원장 출마를 위한 디딤돌로 생각한 적이 단연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스님은 “총무원장 출마보단 평화대회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며 “평화대회에 정치적 시각을 배제하고 불교계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법보신문 1194호 2013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