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제53회 팔만대장경 정대불사’ 현장 ”

5000여명 운집…국운융창ㆍ발보리심 서원

해인총림 법보종찰 해인사(주지 선해스님)는 전국 불자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3회 팔만대장경 수호 정대불사’를 봉행했다. 지난 18~19일 이틀간 경내에서 봉행된 대법회에는 해인총림 본말사 스님과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에서 운집한 불자 5000여 명이 동참했다. 이번 정대불사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보리심을 발원하는 대법회로 개최됐다.

18일부터 각지에서 참가한 불자들은 저녁 7시부터 대원스님(해인총림 서당) 종진스님(해인총림 율주) 해월스님(해인총림 율주)의 해인삼매 법문을 마음에 새기고, 대적광전에서 철야정진을 했다. 다음날인 19일 행사는 대적광전 앞 탑마당에서 괘불봉안을 시작으로 불모산영산재보존회의 식전행사, 입재 및 천도재, 달마도 퍼포먼스, 호국발원 행진, 정대불사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입재식에서 해인사 주지 선해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지난 15일 봉행된 ‘한반도 평화와 국민행복을 위한 기원대법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팔만대장경이 국가대표 문화자산임을 천명하였음을 소개하며 “법보신앙의 꽃인 팔만대장경은 민족과 인류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대장경을 소중하게 가꾸고 간직하며, 대장경 조성정신으로 호국과 통일에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자”고 강조하였다. 또 “정대불사를 통해 대장경을 수호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고 모두가 보리심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고 당부했다.

19일 오후의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의 법문시간에는 해인사 탑마당을 비롯해 구광루와 보경당 등 각 전각을 가득 메운 5000여 불자들이 법어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수불스님은 법문을 시작하면서 “최선을 다해 자유를 느끼고 평화를 맛보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올바른 종교적 가르침에 의한 가치추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불교가 제시하는 최고의 가치를 통해 열린 마음을 갖고 지금을 살아간다면 무엇을 더 부러워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이젠 팔만사천대장경과 같은 보배를 전세계인과 나눠야 할 시대”라며 “자성을 눈 뜰 수 있는 가르침으로 누구나 수행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불사의 인연공덕에 관한 법문도 설했다. 수불스님은 “대장경 정대불사와 같은 불사인연을 통해 공부를 어떻게 해야 올바른 가치관에 눈뜰 수 있는지 입장정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사원력으로 법연을 맺고 공덕을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장경각 보존에 관한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수불스님은 “장경각을 둘러보니 겉은 멀쩡하지만 훼손된 부분이 적지 않아 세밀한 보존이 불가피하다”며 “장경은 죽어있는 유물이 아니라 해인사 사중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생물이나 마찬가지인만큼 해인성지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국민 모두가 대장경 보존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수불스님의 법문에 이어 참가자들은 법회장을 출발하여 대적광전, 대장경판전, 구광루 앞 해인도를 따라 경판을 머리에 이고 법성게를 이어 염송하며 호국발원 정대불사 행진을 했다.
정대불사는 팔만대장경을 강화도 선원사에서 해인사로 이운할 때 신도들이 경판을 머리에 이고 옮긴데서 유래했다. 신앙적 배경은 경전신앙과 호국신앙이다.

이날 부산에서 법우들과 함께 대법회에 동참했다는 김수연 불자는 “매년 해인사에서 열리는 봄의 정대불사 가을의 무생계대법회에는 꼭 참가하며, 다시금 불자의 도리를 다지는 계기로 삼는다. 철야정진 및 법문과 정대불사를 통해 사회생활 중에 혼탁해진 마음의 때가 어느 결에 씻어지는 환희를 느낀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정대불사에는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임사랑(성남 숭신여고 2년)양은 “국사책에서 팔만대장경이 소장된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해인사가 이렇게 웅장하고 멋진 사찰인줄 몰랐다”면서 “대학생이 되어서 꼭 다시한번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정대불사에서는 구광루 앞마당에 설치된 해인도를 따라 각자의 소망을 담은 오색(五色) 소형 기원등이 장엄돼 눈길을 끌었다.

해인사=하정은 기자 | 권순학 경남지사장
[불교신문 2013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