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한반도평화기원 수륙재 현장…사부대중 3000명

“이 장엄한 천도의 법석에서 진리를 향음하소서…”

“한국전쟁 당시 희생영가들을 범어사 큰방에 모시고, 당시 범어사 조실 동산스님과 대중 스님들이 함께 날마다 분향을 하고 추모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전쟁 정전60주년을 맞아 생사에 따라가지 않는 맑은 주인공으로 깨어나길 바란다.” 오늘(3월26일) 오전 10시 부산 범어사(주지 수불스님)에서 봉행된 한반도 평화기원 수륙재에서 범어사 조실 지유스님은 법어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사부대중 3000여명이 참석한 이 날 수륙재는 범어사 부주지 범산스님의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한반도평화대회 수석부위원장이자 조계종포교원장 지원스님이 봉행사를 낭독했다. “민족의 아픔 속에 산화한 호국영령들과 속절없이 죽어간 한맺힌 영령들의 영혼들이여. 이 장엄한 천도의 법석으로 오셔서 주린 배를 채우고 진리의 향기 또한 마음껏 향음하소서. 시방삼세 두두물물이 화엄의 바다 속에서 생명의 대자유를 발원하고, 우리 민족 모두가 원융무애하게 하나로 뭉쳐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의 훌륭한 선례가 되도록 수륙대재의 거룩한 음성이 법계에 가득하기를 발원한다.

이어 한반도평화대회 상임부위원장 수불스님은 대회사를 통해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항구도시 부산의 범어사는 한국전쟁 당시에도 각 지구 전선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영현을 모신 가운데 동산 큰스님께서 법주(法主)가 되시어 ‘전국군경합동위령제’를 봉행한 곳이자 전장에서 귀향한 향토 출신 전사자들의 유해를 처음 안치한 성지”라며 “우리는 이러한 역사성을 계승하여 불교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 문화를 세계인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날 수륙재는 이윤희 중앙신도회 부회장, 허남식 부산시장, 김정훈 국회의원, 김석조 부산시의장 정호섭 해군작전사령관 등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한반도평화대회 자문위원단장 김정훈 의원은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연일 계속되는 군사훈련 등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 국제정세는 긴장감의 연속”이라며 “이러한 때에 전세계서 유일하게 유엔이 승인한 유엔평화특구가 있는 이 곳 부산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기원하는 뜻깊은 역할을 특히 불교계가 앞장서서 펼치고 있는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낸다. 국회의원으로서 노력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주지 원산스님은 ‘21세기 세계지도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했다. 원산스님은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지구촌으로 장엄할 힘과 의무가 있는 분들이 바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라며 “인과는 분명하니 다른 민족을, 사람을, 생명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 업을 짓지 마십시오. 이웃나라의 국민이 행복해하는 일은 내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기쁨이 되는 일. 군비증강을 위해 계획했던 예산을 되돌려 평화를 증진하는 일에 써주십시오”라고 천명했다.

이어 우병윤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부산지부장은 발원문을 통해 “한국전쟁으로 인해 무려 520만여 명에 이르는 고귀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쳐 몸과 마음에 병이 들고 불구가 됐다”면서 “모든 인간은 고귀한 존재. 더 이상 전쟁에 의해 명을 달리하거나 불구가 되며 이산가족이 되어 외롭고 슬픈 생을 살게 할 수는 없다. 모든 이들이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게 해주소서”라고 말했다.이 날 수륙재는 현재 범어사 대웅전에 소장된 1905년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11m에 달하는 대형괘불을 내걸고, 바라춤과 함께 범어사 어산팀이 수륙재 의식을 펼쳤다. 범어사 입구부터 경내에는 오방번 150기와 만장 200개가 휘날렸다.

범어사=하정은 기자 | 최병문 부산지사장
[불교신문 2013년 3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