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중심도량’으로 변모하는 범어사

안국선원 신도들, 범어사에 10억원 후원

제14교구본사 범어사(주지 수불스님)가 부산불교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선찰대본산'으로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현 집행부 출범 5개월을 앞둔 지난 9월26일 부산 범어사를 찾아가 변화하는 범어사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날 관음전에는 대입기도가 한창이었다. 미처 자리를 못 잡은 신도들은 땅바닥도 마다않고 앉아 기도에 매진하고 있었다. 도량 구석구석에는 창의적 체험활동에 나선 초등학생들로 북적였다.

스님을 보면 두손을 곱게 모아 합장반배할 줄 아는 부산지역 초등학생들만 봐도 부산이 왜 불도인지 알 수 있다. 초등학생에게도 소홀할 수 없다는 한 스님의 말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범어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불교의 대표주자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 나선 것만큼 반가운 소식도 없다.

현집행부 출범 6개월간 가장 큰 변화는 수행분위기 정착이다. 불도 부산의 중심인 범어사는 종합수도도량으로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량을 정비하는가 하면 선찰대본산으로서 위상강화를 위해 선을 중심으로 한 포교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 또한 달라진 모습이다.

종무행정에도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총무국장 스님은 “종단의 변화와 혁신의 흐름을 함께 하면서 산중 고유의 정서와 가풍을 조화롭게 적용한다”며 “범어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무관리와 인사행정은 투명성을 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신도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신도들은 이제 기복신앙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수행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행정진은 물론 각종 기도법회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지난 해제 때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신도들이 운집했다. 모두들 도량이 청정해졌다는 반응이다.

부산불교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특히 범어사가 최근 지역 내 신행단체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서 교구본사와 협력해 지역의 불교역할을 확대하겠다고 의지를 다진 곳도 여럿이다. 교수불자회는 범어사의 지원을 받아 대학생불교 활성화를 위한 5대 기조를 발표한게 대표적인 예다.

사실 부산은 많은 종단과 신행단체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부산을 불도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구심점이 약하단 평도 있었다. 범어사는 구심점이 없어 유기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한 그간의 아쉬움을 넘어 부산불교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겠다는 각오다.

달리는 말에 채찍이 더해졌다. 범어사 말사인 안국선원 신도들이 수불스님을 통해 10억원이라는 불사금을 범어사에 지원한다. 오는 10월10일 오전10시 전달식에서 수불스님은 범어사 재무국에 10억원을 전달한다.

후원금은 범어사 도량정비에 쓰일 예정이다. 범어사는 현재 왜색잔재를 벗어나기 위해 도량 정비사업 중이다. 이중 일부 국비나 시비 보조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어현경 기자 | eonaldo@ibulgyo.com
[불교신문 2012년 9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