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 할수록 깝깝, 머리 비우고 한발 더 나가야

제3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마곡사 실참현장

세계 각지의 불교 석학들이 태화산 자락 마곡사에서 화두 삼매에 빠져들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종호)가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 마곡사에서 개최한 간화선 실참수행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지의 해외석학 30여 명과 국제불교학교 스님 50여명 등 100여 명에 달하는사람들이 모였다.

UCLA 로버트 버스웰 교수를 비롯해 세계적인 권위자들은 간화선 실참을 통해 한국의 간화선을 체험하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일주일 간의 선수행에는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이 직접 이들을 지도했다. 매일 아침 9시 간화선 화두법문을 시작으로 수행은 철저한 조사어록에 의해 진행됐다. 방선(放禪) 시간이 없었던 지난해와 달리 오후에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각자의 간화선 수행이 진행됐다. 매일 저녁에는 소참법문이 내려져 각 경계에서의 극복방법과 화두타파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돼기도 했다.

6월 27일 수불 스님은 화두법문에서 타협함과 물러남 없는 매진을 강조했다. 수불 스님은 “무엇이 나로 하여금 하게 했는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손가락을 팅기며 법문을 시작했다. 통역은 햄프셔 대 교수 혜민 스님이 맡았다.

수불 스님은 “내가 하는 것과 같지만 내가 하는 것이 아니며 내가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손가락이 하는 것도 아니며 손가락이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고 있음입니까?”라고 대중에게 물음을 던졌다.
스님은 “숨셔야지 숨셔야지 하며 숨쉬는 바보는 세상에 없다”며 “화두참구도 마찬가지다. 한번 보고 듣고 느끼면 됐다. 생각할 것 없이 깝깝함에서 한발 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벽을 돌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냥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갖는 순간을 넘어 화두에 빠져들기를 바라는 스승의 말이었다.

수불 스님의 법문이 끝나고 로버트 버스웰 교수의 짧은 간화선 체험담이 이어졌다. 이어 김홍근 간화선연구소 소장의 죽비일성과 함께 참석 대중은 화두참구에 들어갔다. 오전 큰 방에서 모여 참선한 대중들은 오후 각자의 방과 마루 등에서 자유로이 수행정진했다.

간화선 실참 과정에 늘어난 참가자들이 보여주듯 간화선 실참에 대한 해외학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에지 슈하라(Eiji Suhara) 박사(미국 피츠버그대)는 “한국에서 5년 가량 공부하고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한국선과 일본선의 관계에 대해 공부했지만 간화선을 실참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에지 슈하라 박사는 “일본 공안은 스승과 제자 간의 의견수렴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반면 간화선의 화두는 마음을 집중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보조국사와 일본 도겐선사의 12ㆍ13세기 중국선 수용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에지 슈하라 박사는 “향후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일본불교통사를 공부하고 있는 마크 슈마쳐 박사(Mark schumacher)도 “보리달마로 시작된 선이 한국과 일본에 전해진 이후 발전된 차이를 발견했다”며 “어렵지만 간화선 수행을 통해 한국불교만의 특색을 이해하고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현대불교 2012년 6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