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화선 태평선만 추구”

간화선 대중화 비판적 진단

수불 스님 “대중화 확신” 견해차

새로운 지도법, 연구자 양성 촉구

간화선이 수행 중심 풍토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 병폐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하면 대중화ㆍ세계화의 길이 요원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은 9월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 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禪)의 과제’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간화선 수행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 진단을 쏟아냈다.

스님은 “오늘날 선원에서는 간화선을 한다고 하면서 오직 편안한 가운데서 태평선만 추구하고 있다” 며 “선은 고매한 인격과 수행을 바탕으로 사회와 역사를 계도하고 중생을 향해 깨달음의 메시지를 띄우고,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현재 간화선 수행자가 철저한 간화선 정신에 토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깨달음에 목적을 둔 수행자들이 마치 사상적 전제가 필요없이 화두참구만 잘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서 적정과 무사안일에 침잠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또 한국 선불교가 이론과 실참이 양극화 되면서 선원의 수선납자들은 선 사상에 무지하고, 선학자들은 실수(實修)를 등한시한다고 지적했다.

월암 스님은 “이론과 실참을 바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간화의 선식(禪食)으로 삶을 풍요롭게 해야한다. 물질문명의 대안으로 선 문화를 고양시켜야 세계일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스님은 선 문화의 세계화ㆍ대중화를 위해 선 종지에 입각한 종도 교육, 간화선 전문인력 양성기구 설립, 선원의 특성화, 안거기간과 방식 및 내용의 차별화, 선지식의 역할 재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이제열 유마선원장도 간화선 발전을 위해서는 해소돼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특히 간화선이 최상승법이라는 의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제열 원장은 “간화선이 최상승법이라는 주장이 과연 객관적인지 의문이다. 선사들이 주장했기 때문인지 스님들이 체험을 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훌륭한 수행법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나 수행법이 어렵고, 간화선 수행자 중 과연 몇 명이나 여래의 지위를 증득하는 경지에 도달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오늘날 간화선 수행자에게 인가를 내릴 만한 선지식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제열 원장은 “1700공안 모두를 타파할 수 있는 화두 수행자가 몇 이나 되겠는가. 극소수만이 가능하다면 간화선의 대중화는 어렵다. 중간인 해오단계까지는 대중화 시킬 수 있어도 증오까지 오르는 것이 어렵다면 간화선만을 권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완 무심 선원장은 조계종 종헌에 제시된 종지는 조사선인데, 조계종에서 가르치는 것은 간화선이라며 조계종이 선의 토양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조사선의 본질을 밝히고 그 위에서 간화선의 본질을 명확히 밝힌 수행지침서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토론자들과 달리 발제자로 나선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간화선 대중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불 스님은 명상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며 그들은 결국 최상승법인 간화선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는 분명 가능하다. 선의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등 기술의 발달도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상의 세계에 머무르는 정신문화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선은 상의 있음과 없음을 넘어섰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간화선 수행법을 제시하면 대중화와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명상들이 고요한 상태에서 마음을 관(觀)하는 수준이라면 간화선은 궁극적 깨달음을 목표로 하고 화두 참구를 통해 천진면목을 밝히고자 하기 때문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근기를 통섭할 수 있는 지도법이 필요하다”며 “현실문제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간화선 수행과 생활의 일치와 조화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를 위해 종단 차원의 간화선 전문 수행 공간 마련과 지도자 및 전문 연구원 양성을 촉구했다.

박기범 smile2@hanmail.net
[현대불교신문 2011년 9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