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티끌 하나 없는 자기를 체험하는 것

수불 스님에게 들어본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실패기'만 쓰려니 걱정이 됐다. 수불 스님과 인터뷰 약속을 따로 잡았다. 27일 오후 스님께 따로 얘기를 들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찾습니까. △무언가 갈증이 있겠지요. 삶에 대한 회한이거나 또 다른 가치를 찾고자 하는 열망일 수도 있어요. 생사에서 벗어나려는 근원적인 입장도 있겠고 삶을 참회하자는 입장도 있고요. 어리석은 사람은 뭔가 잘 살 수 있을까 싶어 찾아오는 이들입니다. -깨달음은 무엇입니까. △수행을 통해 밝아지고 편해지고 비우는 것입니다. 삶의 즐거움을 주고 살면서 헐떡거리지 않고 사람들과 더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사물을 볼 때 실제 현상과 자기 생각만큼 오차가 있는 겁니다. 그 오차를 없애려고 수행하지요. 수행을 통해 순수한 자기를 체험합니다.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자기, 본래 자기를 보게 되지요. -진정으로 보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깨달음은 티끌 하나 없는 자기를 체험하는 것 수불 스님이 간화선 수행에 대해 얘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최성훈 기자

△저는 누굴 묶어놓으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생활을 하려고 종교를 믿으면 안 됩니다. 종교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진리에 눈 뜨고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로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려는 것입니다.

-수행 후에는 어떻게 달라집니까.

△길을 알고 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다름과 같지요. 눈 뜨고 사는 삶과 눈 감은 삶의 차이는 체험해야 알 수 있어요. 허망함을 깨트릴 기회를 가까이 하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사는 것입니다(동석한 신도회장이 거들어 자신의 체험에 대해 말해줬다). 몸과 마음에 변화가 옵니다.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깁니다. 과거에는 운전법도 모르며 차를 몰고 다닌 것 같다면 이후에는 올바른 연수를 받고 제대로 운전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짧게는 사흘, 길게는 일주일에 깨닫는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설명해도 믿기 어렵다는 것을 저도 압니다. 비유하자면 시각장애인이 길을 가면 헤맬 뿐이지만 길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순식간에 되지 않습니까. 깨달음도 눈뜬 사람이 안내하면 시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도인이 돼 신통이 열리고 변화를 부리는 것은 도술이지 그 자체가 도는 아닙니다.

-불교가 세상사람들에게 주는 가치가 무엇인가요

△부처님의 근본 뜻은 생로병사를 해결하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가치가 있어요. 눈뜸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일이지요. 불교가 그걸 감당해주니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지요. 근본 뜻 소홀히 하고 기복에 뜻을 두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김영한 기자
[부산일보 2011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