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선원 간화선 수행 체험기]
내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머리가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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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선원 간화선 수행 체험기] 내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머리가 맑아졌다 |
‘인연’이 돼 지난 23~24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 안국선원 간화선 수행에 참가했다.
화두를 잡고 수행하는 간화선 수행은 불가 제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안국선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지도한다. 성과가 점차 알려지면서 일반인은 물론 스님들도 참여하고 있다. 간화선 수행은 최근 동국대 국제선센터 선원장을 맡은 수불 선사가 지도했다.
하나의 화두 잡고 가부좌 참선
처음엔 갑갑, 시간 지날수록 집중
밤새도록 수행 열기 뜨거운 선방
깨닫진 못했지만 '내면 여행' 시작
간화선은 일주일가량 집중적으로 화두를 잡아 깨치게 하는 것. 하루 한두 차례 스님의 법문이 있을 뿐 참선이 주다.
미리 고백하자면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은 '체험기'가 아니라 '실패기'다. 깨달음을 얻지 못했으니 '뜬구름을 잡는 글이거나 잘못 알고 쓴 글'일 수도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걸 쓴다는 것 자체도 어불성설이란 점도 미리 밝혀 둔다.
■첫날-화두에만 집중하세요
이날 오전 10시 수행장 안에는 130여 명의 체험자가 모였다. 10대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들까지 다양했다. 스님 몇 명도 눈에 띄었다. 수불 선사의 법문이 시작되고 화두가 주어졌다. 집게손가락을 세워 한 번 튕긴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는가'를 찾아보세요."
스님의 말이 이어졌다. "나도 아니고, 손가락도 아니고, 마음도 아니고, 혼도 아니고, 움직인 것도 아니고, 안 움직인 것도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 손가락을 움직이게 한 걸까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목숨을 걸고 용맹정진 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를 생각하지 말고 답만 구하세요."
가부좌를 하고 참선에 들어갔다. 손가락도 튕겨보고 흘끔흘끔 옆 사람도 둘러봤다. 온갖 생각들을 떠올렸다. '뇌가 지시를 내렸다'는 과학적 해석에서 '그냥 되는 것 아니냐'는 자포자기의 심정까지.
내내 망상이 올라온다. '여기 왜 앉아 있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하던 것이 오후 늦은 시간이 돼서야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생각으로 옮겨갔다. 맑아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성과이지만 여전히 화두에는 집중이 안 됐다.
오후 8시께 예정에 없던 스님의 법문이 있었다. "생각이 떠올라도 그대로 놔두고 화두만 붙잡고 있으세요. 깨닫고 못 깨닫고 두 가지만 있을 뿐입니다. 저는 단순히 길을 가르쳐 줄 뿐입니다. 마음이라는 것도 우리가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어 마음이라고 할 뿐입니다."
자정 무렵. 오전 2시까지 수행할 생각이었지만 눈꺼풀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반 이상이 참선 중이었다.
■둘째 날-갑갑할 거요. 그게 다 공부가 되는 겁니다
오전 4시 다시 수행장에 들어섰다. 밤샌 이도 적지 않았다. 집중이 되지 않고 졸음만 밀려왔다. "눈 감고 수행하지 마라. 자꾸 편해지고 싶어진다"고 미리 일러준 스님 말씀에도 결국 졸고 있다.
오전 10시, 법문이 있었다. "갑갑할 거요. 다 알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끝까지 밀어붙이세요."
일순 집중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내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는 느낌이다. 한쪽에서 누군가 흐느꼈다. 온몸을 흔드는 이도 보인다. "다 공부하는 모습이니,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이 있었지만 '뭔가 변화가 오는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에 부러웠다.
오후 2시 30분. 수불 스님 강연이 이어졌다. "공부가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수행장 냄새가 달라졌네요. 공부하는데 제대로 공부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느끼는 그 자체가 화두 때문입니다. 거친 여울을 계속 거슬러 오르려고 하세요. 옆에서 자제가 안 되고 울부짖어도 화두만 붙잡으세요."
■셋째 날-머리가 맑아졌다
다음 날, 출근을 했다. 상당히 맑은 상태였다. 다른 외부 자극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30시간 이상 참선한 셈이었으니 그럴 법도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변화를 얘기하다 "길에서 도를 아느냐고 묻는 사람 같다"는 면박만 들었다.
며칠 후 깨달음을 얻은 한 체험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힘, 내 안의 나를 온몸으로 찾은 것 같아요. 그 힘은 내 머리카락, 발가락, 온몸에 있어요." 수행 닷새째 취재 차 다시 들른 안국선원에는 아직도 수행 중인 체험자가 적지 않았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부산일보 2011년 8월 2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