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의 옛 선사 발자취 따라간 구도의 향연

	인도 보리달마가 6세기 초 중국에 전한 선(禪)은 안심법문을 통해 혜가와 승찬으로 이어지면서 혜능에게까지 전해졌다. 이후 여러 선사들을 통해 전해진 선법은 당송시대를 거치며 5가 7종의 독특한 중국 선종으로 발전해 ‘선의 황금시대’를 구가하게 됐고, 이 시기에 출현한 수많은 고승들은 대중을 행복하게 했다. 초조 보리달마 이래로 수행과 정진으로 대변되고 신비함까지 덧씌워졌던 선이, 8세기 중후반 양자강 이남의 강서와 호남에서 마조와 석두의 시대에 이르러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이 선이 되는 ‘생활선’으로 바뀐 것이다. 이 시기를 살아간 옛 선사들이 등장하는 기록에서 농사를 짓고 차를 마시며 밥하는 일상의 생활에서 선법이 펼쳐졌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훗날 마조가 후학들을 제접했던 도량 우민사에서 서당 지장은 ‘진실로
▲ 행복한 선 여행
법을 전한다면 이런 사람이 아니고 누구에게 전하랴’면서 기쁜 마음으로 동국의 수행자 도의에게 법을 전했다. 오늘날 조계종의 종조 도의 스님이 중국 땅에서 법을 받을 때의 일이다. 이처럼 우리의 옛 선지식들은 법을 구하기 위해, 혹은 체득한 법의 옳고 그름을 따져보기 위해 중국 땅을 밟았다. 하여 그곳엔 중국 옛 선사들의 수행기와 더불어 그 법을 이어온 우리 옛 선지식들의 발자취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지금 수행자들이 중국 선종 사찰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복한 선 여행’은 강호로 불리는 호남성과 강서성 지역의 대표적 선사들이 주석했던 열두 사찰을 순례한 중국 강호 선종사찰 순례기다.

소설가 정찬주가 “자연의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를 모두 포함하면서 자연과 정신 모두의 경험에서 나오는 종교”이기에 “불교는 현대과학의 요구에 부합하는 종교”라고 했던 아인슈타인의 말에 주목하면서 ‘21세기 과학시대가 또 다른 선의 황금시대’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선종사찰을 찾았다.

짙은 비구름 자락을 뚫고 마조 스님이 깨달음을 얻은 남악 형산의 마경대에서 출발한 순례는 복엄사에서 회양 선사와 혜사 선사를 참배하고, 남대사에서 석두 선사의 초암가를 듣는 순서로 시작한다.

이어 위앙종의 발상지인 밀인사에서 자애로운 면모의 위산 영우 선사의 가풍을 보고, 앙산 혜적 선사의 행화도량인 서은사(앙산사)에서는 위앙종이 어떤 모습으로 융성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선종의 황룡파와 양기파를 배출한 석상 초원 선사의 전법도량인 석상사에서 선당을 찾아 참선하고,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백장 회해 선사의 가르침이 전해지는 백장사 야호굴을 답사한다.

뿐만아니라 동산 양개 선사가 조동종을 개창한 보리사, 임제종 법통을 이은 양기 방회 선사 주석처 보통사, 마조가 ‘일면불 월면불’의 공안을 남기고 열반한 보봉사, 운거 도응의 묵조선 도량 진여사에서 옛 선사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그리고 마조 대사의 행화도량이자 우리나라 조계종 종조 도의 선사가 법을 이어 받은 우민사를 참배하며 강호 선종사찰순례기를 끝맺는다.

저자는 여기서 단순히 유적지만 본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수학하고 법을 이었던 우리나라 고승들의 발자취를 함께 돌아보면서 옛 선지식들의 기운을 느끼고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책은 저자의 시각이 옛 선지식을 참방하러 다니는 데 닿아 있고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의 설명까지 더해졌다. 따라서 순례자들과 더불어 옛 선사를 만나게 되고 신심이 솟구쳐 수행의지를 더욱 담금질 하게 한다. 1만5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1102호 2011년 6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