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뽑았지, 장로 뽑았나”

MB텃밭서 “쓰나미 같은 힘 정치권에 보이자”
부산불교, 17일 민족문화 수호 법회에 5천 운집

“내가 대통령 뽑았지, 장로 뽑았겠나? 내가 잘못 뽑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부산 지역의 불자들이 공적영역에서의 불교폄훼에 지쳤다. 한국불교의 교세가 가장 강하고 신심 또한 높은 부산 불자들이 특정종교 편향과 민족문화 전통의 몰이해로 가득 찬 정부여당을 향해 그동안의 ‘애정’을 끊고 대중결집을 통해 그동안의 수모를 되돌리겠다고 서원했다.

“그동안의 수모를 힘모아 되돌려 주겠다”

한국불교의 중심지인 부산을 대표하는 조계종 제14교구 범어사(주지 정여 스님)와 조계종 부산연합회(회장 수불 스님, 안국선원장)가 17일 오후 ‘민족문화 수호 대법회’가 열린 부산 KBS홀은 신심 깊은 5천여 명의 불자들의 조계종의 ‘5대 결사’ 동참 결의와 정부·여당의 전통문화 몰이해에 대한 비판의 구호로 가득찼다. 대법회에는 부산불교계를 이끄는 조계종 스님 250여명도 함께해 앞으로 자신의 사찰에서 민족문화 수호와 정부여당의 민족문화 홀대에 대해 계도를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부산의 민족문화 수호 대법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중들이 동참했으며, 참여도 역시 높았다. 이날 대법회가 열리는 부산 KBS홀로 통하는 길은 참석대중들의 발길로 가득찼다. 대법회가 열리는 4200여석의 자리가 모자라 계단과 바닥, 홀 바깥의 대부분의 공간을 채워 역사와 문화를 저버린 정부 여당을 향해 부산불교계의 힘을 모아 대응하자는 결의가 넘쳤다.

“누가 역사를 무시하고 문화를 조롱하나”

참석대중은 “역사를 저버린 나라는 존재할 수 없고, 문화를 버린 민족은 숭고한 민족이 될 수 없다. 문화와 역사, 오천만의 생명은 내가 없어져도 존재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여당의 몰지각한 행위로 민족문화유산의 가치와 숭고함이 잊어지는 상황이 도래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참석대중은 “(범어사가 자리한) 금정산은 수난에도 평온의 역사가 도도히 흐른다. 뉘라서 역사를 무시하고, 뉘라서 문화를 조롱하겠냐”며 “내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어도, 마지막 한사람마저 순백의 마음으로 민족문화와 생명을 지켜 가겠다”고 발원했다.

대법회에 참석한 김 대덕화(63) 보살은 “오늘 법회에 참석하길 잘했다. 그동안 몰라도 너무 몰랐다. 이명박 정권과 여당이 불교를 이리도 폄훼할 수 있는지 분노를 느낀다. 어떻게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나? 내가 대통령을 뽑았지 장로를 뽑았냐”며 분노했다. 김 보살은 “그동안 한나라당이면 거의 찍어줬다. 하지만 불교를 폄훼하고 기독교만 배려하는 정치인에게 더 이상 투표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시대의 이차돈이 되고 금강역사가 되자”

대법회 참석자들은 민족문화 수호 관련 동영상을 통해 흘러나오는 ‘누가 이 시대의 이차돈이 되고, 금강역사가 되겠냐’는 질문에 우리가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에 정여 스님(민족문화 수호 대법회 공동대회장)은 “우리 불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같이 참여해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고 지켜서 후손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민족문화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우리가 함께 요구하자”고 소리 높였다.

수불 스님(공동대회장) 역시 “정부와 여당은 민족문화를 홀대하고 특정종교의 주장에 따라 국가 정책이나 지자체 사업이 좌우되는 난맥상을 보인다”면서 “특정종교가 여야 지도자는 물론 대통령까지 무릎을 꿇리고 다른 종교보다 우위에 있다고 과시하는 것은 오만함의 발로”라고 비판했다.

수불 스님은 또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이 자신의 행동이 다른 종교를 믿는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수 있다는 것도 생각지 않고 표와 인기를 위해 그 어떤 것에도 영합할 수 있는 천박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개탄했다.

자승 스님 “5대 결사 절절하고 절실하게 실천하자”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도 즉설법문으로 대중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다.
자승 스님은 우선 부산불교계를 한국불교의 중심이란 점을 상기시키고 “오늘 법회는 불교의 중심지에서 신심과 원력이 넘치는 불자들의 무한한 힘을 느낀 자리”라고 격려했다.

이어 스님은 지난해 9월 미국방문 당시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불교는 미국에서 지리산의 골짜기의 샘물처럼 아는 이가 없다. 한국불교는 2천만 불자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이를 무색하게 하는 게 현실”이라며 “자성과 쇄신을 통해 불교의 큰 힘을 이끌어내 한국불교를 다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결집’을 강조했다. 스님은 “종정 스님의 말씀 처럼 조직이 중요하다. 2천만 불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결집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오는 23일 종단은 5대 결사 실천강령을 발표한다. 이를 본말사는 물론 불자들 모두가 절절하고 절실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흩어지는 것처럼 무의미해서는 안된다”며 결집과 실천을 강조했다.

“결속된 힘을 정치권에 보여주자”

참석대중들은 이날 ‘수행과 전법’ 손피켓을 들고 결의문화 실천선언을 한 목소리로 외쳤다.
상화 스님(조계종 부산연합회 부회장)은 실천선언에 앞서 “정부여당의 홀대와 수모는 불교가 힘이 없었던 탓이다. 결속된 힘을 결집해 정치권을 향해 보여줘야 한다. 정부여당과 특정종교 편향 세력에게 얕보이지 말고 똘똘 뭉쳐 부산불교계의 힘을 보여주자”고 소리쳤다.

부산의 민족문화 수호 대법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표밭인 영남지역의 사찰들이 연이어 개최할 반MB 결의대회의 신호탄이다. 불보종찰인 양산 통도사가 오는 17일민족문화수호 결의대회를 연다. 황충기 통도사 종무실장은 17일 행사에 앞서 부산 결의대회에 참석해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통도사 법회에는 이보다 많은 불자들이 동참할 것 같다. 부산 대법회의 분위기를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영남지역의 민족문화수호 결의대회는 4월까지 이어진다.

17일 통도사 법회에 이어 정부여당을 향한 영남지역의 불자들의 결의를 9교구본사 대구 동화사가 이어간다. 동화사는 내달 1일 법회를 열 예정이고, 뒤를 이어 10교구본사 영천 은해사와 11교구 경주 불국사가 각각 5일과 7일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13교구본사 하동 쌍계사는 8일 민족문화수호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범어사를 필두로 통도사 은해사 불국사 쌍계사가 위치한 지역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시도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역으로 사실상 반정부 투쟁의 성격을 지닌 결의대회 개최가 향후 어떤 영향을 비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이날 법회 참석대중은 본행사에 앞서 <금강경> 독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을 깨우기 위해 불자 스스로 깨달음을 향한 각성의 시간을 가졌다. 지진과 쓰나미로 고통받는 이웃나라 일본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였으며, 범어사와 조계종 부산연합회는 논의를 거쳐 모금운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현욱 기자 mytrea70@yahoo.co.kr
[불교닷컴 2011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