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과 쇄신, ‘佛都’가 앞장서 달라”

부산 민족문화수호대법회 현장

불도(佛都) 부산의 불자들이 불교의 자존을 위해 뜻과 힘을 한데 모았다. 민족전통문화수호대법회가 지난 17일 부산 KBS 홀에서 5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하게 거행됐다. 제14교구본사 선찰대본산 범어사(주지 정여스님)가 주최하고 조계종 부산연합회(회장 수불스님)가 주관해 열린 이날 대법회는 종단 집행부가 추진하는 민족문화수호와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 동참 서원을 위해 마련됐다. 사부대중은 민족문화수호와 5대 결사의 당위성을 절감하고 깨어있는 불자 행동하는 불자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참석해 법회의 취지를 직접 설명하고 불교중흥을 위한 원력의 결집을 호소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준비된 격려사 대신 즉석에서 소감을 밝히며 부산 불자들의 성원과 호응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결사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관해 진솔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총무원장 스님은 “그 어떤 법회보다 여법하고 진실하고 신심 나게 진행되는 법회를 보고 큰 힘을 얻게 됐다”며 “부산이 불심이 가장 돈독한 고장임을 실감케 됐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지난해 미국 순방 경험을 소개하며 “미국인들에게 한국불교는 지리산 산골짜기 샘물처럼 존재감이 미미했다”고 아쉬웠던 기억을 술회했다. 무엇보다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종교편향과 불교문화 폄훼를 언급하며 “2천만 불자라는 전대미문의 숫자에 걸맞은” 결의와 결행을 당부했다. 한결 강한 어조로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해온 불교문화유산을 불자들 스스로 지키고 종교편향을 힘 모아 시정하고 자성과 쇄신으로 진정한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항상 홀대받는 종교로 남게 될 것”이라며 “많은 스님과 신도들이 있어도 굳은 의지로 결집하지 않으면 오늘 우리의 외침도 사홍서원과 함께 날아가 버릴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마지막으로 “민족문화수호를 위한 100일 정진을 마치는 날 5대 결사에 관한 구체적인 강령과 지침을 전국 본말사에 하달할 것”이라며 “부산이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켜 한국불교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진원지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범어사 주지 정여스님 역시 대회사를 통해 불자들이 먼저 불교를 바르게 배우고 실천하는 수행에 매진하면서 정부가 불교와 민족문화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자며 솔선수범을 주문했다. 정여스님은 “오늘날 온 세상이 시끄럽고 혼탁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존중되지 않고 욕망과 욕심에 이끌려 함부로 살아가기 때문”이라며 “모든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마음을 맑게 하고, 사회를 정화하고, 온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자성과 쇄신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더불어 “일부 잘못된 종교가 종교간의 화합과 사회질서를 깨뜨리고 있다”며 “종교가 화합해야 나라가 바로 서는 것”이라고 경책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법회는 조계종 부산연합회의 창립대회를 겸해 의미를 더했다. 수행과 전법에 앞장서온 지역 중진스님들로 구성된 조계종 부산연합회는 다양한 교육 및 복지사업을 통해 부산 내 조계종의 위상과 종도로서의 긍지를 높일 계획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수불스님은 봉행사에서 “조계종은 왜곡된 민족문화정책을 규탄하며 민족문화의 보존과 발전에 필요한 자구적인 노력을 시작했다”며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라는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는 조계종과 불교의 문화적 위상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법회의 의의를 짚었다.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의 자존을 지키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종교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다”며 근본적인 각성을 촉구했다.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정만스님도 각각 축사와 대중연설로 부산 불자들의 단합을 독려했다.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정련스님도 힘을 실었다.

고조된 분위기는 실천선언문 낭독에서 절정을 맞았다. 신도들은 스님들과 함께 △민족문화수호와 종교갈등, 불교폄훼 철폐를 위한 임원 교육 실시 및 각급 신행단체로의 확대 △문화재수호활동의 지속적 전개 △무분별한 국책사업으로 인한 생명과 환경파괴 단호히 거부, 생명사랑 환경수호운동에 앞장설 것을 약속하고 수행과 자비실천이라는 불자로서의 본분을 되새겼다. 한편 범어사 주지 정여스님과 부산연합회장 수불스님은 일본 대지진 희생자 및 피해자를 위한 성금을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전달해 또 한번의 귀감이 됐다.

부산=장영섭 기자
[불교신문 2011년 3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