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 퇴진 못할 正見 갖춰라”

혜국·수불스님 동대 간화선 학술대회 강연

혜국스님, 학술대회 기조강연
수불스님 “선정주의 위험”경고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불교의 살아있는 전통 간화선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학술대회가 8월 12일부터 13일까지 동국대에서 개최됐다.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를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는 前 전국선원수자회 대표 혜국스님, 동국대 교수 종호·혜원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스님, 안국선원장 수불스님 등 스님들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로버트 샤프 교수, UCLA 나타샤 헬러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이 참석해 간화선의 역사와 수행을 비교문화적 시각으로 조명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개원 이래 처음 개최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발표 논문 중 국내를 대표하는 간화선 학승인 혜국스님과 수불스님의 △간화선의 유래와 수행방법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를 요약 정리했다.

■ 간화선의 유래와 수행방법
혜국스님(前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부처님께서 도솔천을 떠나기 전에 이미 왕궁에 태어나셨고 마야 부인 태속에 들기 전에 중생을 제도해 마쳤다’

혜국스님은 “젊은 시절 이 법문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내용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황당하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혜국스님은 “왜냐하면 우리는 모양의 세계, 즉 말의 세계에 너무나 익어진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말 이전의 세계는 상상도 못했다”라며 “그러나 이런 법문이 간화선을 바로 알려준 법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야 한다는 조사스님의 낙처를 바로 보는 안목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혜국스님은 “많은 수의 대나무 그릇을 바다에 담갔을 때 그릇마다 바닷물이 가득 차 들어오지만 바닷물 자체는 온 일도 없고 가는 일도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 간화선”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여 자기 그릇 속에 들어 있는 물만 따로 존재하는 걸로 착각하여 내 영혼 네 영혼이 따로 있는 걸로 착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화선의 특성을 △언어도단(言語道斷) △심행처멸(心行處滅) △교외별전(敎外別傳)△불입문자( 不立文字)로 정의한 혜국스님은 “기록의 역사가 아닌 존재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꽃을 들어 보이자 가섭스님이 파안미소하시니 이것이 바로 마음과 마음을 전한 소식”이라며 “이러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도리를 세 곳에서 보이셨다고 삼처전심(三處傳心)이라 한다. 이 삼처전심이 바로 간화선 역사의 시작”이라고 정의했다.

혜국스님은 중도를 자성청정(自性淸淨)이라며 평상심을 강조한 마조스님을 소개하며 “간화선에서는 화두일념이 되어 화두를 타파한 자리, 그 자리가 바로 평상심이요 중도”라며 “화두를 들고 공부를 지어감에 있어 설사 금생에 깨치지 못하더라도 다만 철저한 신심만 퇴전치 않으면 반드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설한 중봉선사의 가르침을 전했다.

“부처님의 근본 뜻인 선(禪)에 들어가가면 직접 체험을 해야 한다”며 혜국스님은 “정견이 바로 서야 연기법과 무아사상, 공의 세계를 바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혜국스님은 “참선 할 때 일어나는 모든 번뇌 망상은 바닷물에서 일어나는 파도와 같다. 바닷물이 마음이라면 파도는 망상번뇌이다. 바람만 잠재우면 파도는 그대로 바닷물이다. 파도를 없애려고 싸우지 말라. 파도는 없다. 바람을 잠재우라. 그릇을 비우려 가득 찼던 그릇을 비우면 그릇은 그대로 허공이 가득하다. 허공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본래 허공이다. 고로 부처”라며 “부처도 닦아서 새로 만드는 세계가 아니다. 정견이 바로 서야 되고 정견에서 대심신(大信心) 대의심(大疑心), 대분심(大墳心)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간화선 수행의 대중화
수불스님(안국선원 선원장)

“선과 악으로 나누어진 이분법적인 사회윤리를 넘어서서 선과 악을 둘로 보지 않는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참선 수행을 통해 눈앞에 보이지 않게 가로 놓여진 정신적인 벽을 깨트리고 절대 자유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

참선수행을 강조하며 발표를 시작한 수불스님은 “간화선은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깨달은 기연(機緣)과 상대방을 깨닫게 한 인연 등이 가록된 것을 근거로 해서 정해진 본칙공안 중 하나를 들어 철두철미하게 의심되어진 화두를 들게 함으로써 돈오하게 한 수행방법”이라며 “선지식께서 믿음을 낸 이에게 화두를 들게 하는 것, 즉 참의심을 불러일으켜 깨닫도록 한 것이 간화선”이라고 정의했다. 말 그대로 ‘화두를 참구한다(의심한다)’라는 것이다.

수불스님은 “간화선에서 화두는 공안과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며 △당대 조사선에서 형성된 법거량이나 선문답이 공안으로 전제될 것 △ 화두가 ‘들려고 하지 않아도 들려지고 내려놓으려 해도 내려놓을 수 없는’ 활구 의심이 될 것을 강조했다.

이어 수불스님은 “20여 년 동안 1만 여 대중들을 상대로 간화선 수행을 지도하면서 간화선이야 말로 대중화 할 수 있고 또 마땅히 대중화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며 간화선 수행을 안내했다.

수불스님은 간화선을 처음 대하는 초심자들은 △선지식과 이 수행법에 대한 큰 믿음 △모든 나관을 뚫겠다는 대분심(大墳心) △활구의심 등 삼요(三要)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불스님은 또 “수행자가 혼자서 화두를 들 때 활구 의심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답을 찾지 않고 문제만을 외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처음부터 선지식이 공안을 통해 초심자에게 화두를 걸어주고 결국 타파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간화선 수행이 현실 속에서 공부를 하려는 이들에게 잘 맞는다”며 간화선 대중화를 자신했다.

현재 간화선 선풍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수불스님은 “간화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정확한 선학적 근거가 필요하며 동시에 이 바탕 위에서 화두 의심을 체험하고 타파해야 한다”며 “간화선은 앉아있음만으로 선을 삼는 묵조선에 대한 반성에서 제기됐지만 간화의 정신에 입각한 동정일여(動靜一如)의 수행방법 보다는 단지 오래 앉아 있는 것만으로 수행을 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묵조사선의 무리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의 간화선이 만약 선정주의에 치우친다면 올바른 지견을 열 수 없고 정혜쌍수의 수행전통에도 위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수불스님은 “오랫동안 수행한 큰 스님께서 결제 및 해제 법문 때 법문은 조사선의 입장에서 하면서 수행은 간화선으로 하라고 요구한다면 수행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늘날 법문을 듣든 수행자들에게 간화선에 대한 활발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해 활구를 의심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리=김치중 기자
[주간불교신문 2010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