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하고 아름다운 종교건축 무언의 가르침·희열 충만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전국 건축물 38곳 소개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종교건축 앞에서 지금 신을 벗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 한다."

모름지기 종교건축을 대하자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신간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를 펼쳐들면 교회나 사찰 건축이 주는 무언의 가르침과 메시지에 새삼 놀라게 된다.

제목은 성경의 한 구절. 종교의 땅은 거룩하므로 경건하게 임하라는 뜻을 담았단다.

저자의 발걸음 속에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교차한다. 신 혹은 절대자를 향한 예배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기쁨이나 슬픔, 고통과 환희 등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해소하는 안식의 공간임을 비로소 느낀다. 늘상 보았으면서도 "아하 그렇구나"라는 감탄사까지.

앞에서 보면 거대한 백조의 형상이란다. 교육관 건물의 꼭대기층은 앞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어 백조의 머리를, 본당 건물은 백조의 몸통을 연상시킨다. 부산 '구덕교회'가 그렇단다. "위대한 선지자가 앞장서 무리를 이끌고 광야로 나서는 모습"이라는 말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무지한 안목에 죽비가 내려친다. 부산 '안국선원'에 대한 설명. 천장 좌우 양편에 창을 냈는데 가늘게 뜬 사람 눈의 형상이다. 티베트나 네팔의 스투파(불탑)에 그려져 있는 잠들지 않는 지혜의 눈이다. '안국선원'에는 저런 부처의 눈, 지혜의 눈을 여러 곳에 포진시켜 놓았다. 얼핏 건물의 겉 모습을 보고 평소 "비행접시 같다"는 느낌. 무지였음이라.

때론 "그래 맞아, 그랬지"라며 저자와의 합일(合一)도 느낀다. 부산 남천성당이 그랬다. "성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사선으로 기울어진 직선의 웅장한 구조물에 먼저 압도된다. 지극히 엄숙해야 하는 신의 성전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라고.

특이했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가 들어가 있다. 교회나 절의 명칭은 붙이지 않았지만 명상의 공간이다. 종교건축보다 더 종교적이다. 저자는 그곳에서는 바깥의 속진을 떨쳐놓길 주문했다.

부산·경남지역 종교건축은 물론이고 울산, 경주, 순천, 전주 심지어 제주도까지 전국의 주요 종교건축 38곳이 소개돼 있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전국의 사찰과 성당, 교회, 성지를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수많은 법문과 설교, 강론에서도 얻을 수 없었던 무언의 가르침, 종교적 희열 등을 얻고 즐길 수 있었다." 그 희열을 독자도 함께 느낀다면…. 이 책이 주는 미덕이리라. 임광명 지음/클리어마인드/263쪽/1만4천800원.

정달식 기자 dosol@
[부산일보 2010년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