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하는 참선)으로 세계를 비추고 싶다

로버트 버스웰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세계 禪불교 학자들 초청 내달 학술세미나… "한국 수행의 장점 널리 알릴 것"

"미국을 비롯한 세계 불교학계가 아예 한국 불교를 몰랐던 30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하는 참선) 전통이 한국에선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향력이 큰 세계적인 선(禪)불교 학자들을 초청해 한국의 간화선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벽안(碧眼)의 불교학자가 한국 간화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제 학술세미나를 조직했다. 미국 UCLA 교수로서 작년 6월 초대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을 맡은 로버트 버스웰(Buswell·57) 교수는 8월 12~13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라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버스웰 교수는 20대 초반인 1974년 송광사에서 구산(九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5년간 승려생활을 했다. 그래서 한국어도 유창하고, 인사할 때는 합장(合掌), 앉을 땐 책상다리가 편하다. 그는 "당시 3년 결사(結社)를 하며 하루 12시간씩 '무(無)'자 화두를 들었다"며 "간염 때문에 1년 반 만에 선방에서 나왔지만 '특별한 체험'을 하는 등 간화선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불교를 연구하고 제자를 길러내 '미주(美洲) 한국불교학의 정립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공로로 지난 2008년에는 만해대상 포교부문상을 수상했다.

버스웰 교수가 이번에 국제학술세미나를 마련한 것은 자신이 체험한 한국 간화선 수행의 장점을 세계 불교학계에 알리기 위해서이다.

그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불교를 체험하고 있지만 세계 학계에서는 선(禪)불교라면 중국의 찬(Chan)이나 일본의 젠(Zen)을 떠올리고 한국 간화선은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초청한 9명의 학자들은 주로 중국·일본 선불교 전공이다. 제임스 롭슨(하버드대), 로버트 샤프(UC버클리), 나타샤 헬러(UCLA) 교수 등은 중국 선불교, 윌리엄 보디포드(UCLA) 교수는 일본 선불교 전공이다. 그밖에 핼보 아리프링 오슬로대 교수와 미국 햄프셔칼리지 교수인 한국 출신 혜민 스님 등이 주제발표자로 초청됐다.

버스웰 교수는 "정작 간화선이 태동한 중국이나 한국을 통해 간화선 전통을 이어받은 일본보다 한국에 간화선의 전통이 원형 그대로 살아있다"며 "이 때문에 외국 학자들에게 참여의사를 타진했더니 모두 흥미있어하면서 흔쾌히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직접 경험한 후 지금까지 한국불교를 연구하고 가르치듯이 이번 세미나 참가학자들도 선방(禪房)에서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선승(禪僧)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한다면 한국 간화선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싶어질 것입니다."

이런 목적 때문에 이번 국제세미나는 좀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매일 세미나 전후에 선승들의 법문이 있고, 세미나가 끝난 후 8월 14~16일에는 석종사·봉암사·송광사·마곡사·수덕사·개심사 등을 찾아 선승들의 하안거(夏安居·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의 집중수행기간) 모습도 직접 참관한다. 법문은 진제(동화사 조실), 고우(조계종 원로의원), 혜국(전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수불(안국선원장) 스님이 하게 된다.

버스웰 교수는 "앞으로는 불교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상 연구가들도 초대해 간화선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조선일보 2010년 7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