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수행기반 포교 활성화”

■ 불교의 지방화

한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세종시 논란이 일단락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부결됐고 이제 행정 부처가 이전하는 일만 남았다. 집권여당과 수도권 주민에게는 불만족스럽겠지만 다수가 원하는 방향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여전히 옳고 그름, 이익과 손해, 좋음과 싫음이 뒤엉켜 있다. 세월이 흘러도 공과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잘되든 잘못되든 모두 내 탓이며 함께 과보를 받아야 한다.

세종시 문제의 본질은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이다. 현재 수도권의 인구.소득의 비중은 50%에 육박한다. 역대 정부들이 수도권 팽창 억제를 외쳤지만 집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 결과로 수도 분할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다. 앞으로 지역격차가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탐하는 대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데 그 마음과 ‘쏠림’ 구조를 어찌 쉽게 바꿀 수 있겠는가.

지역으로 사람·사업·시설 이전에 앞장

도시 곳곳 수행거점 선승들 주석해야

종교까지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켰다. 그렇지 않아도 빽빽한 수도권에 성직자들을 중점 배치했고 건물을 계속 지었다. 종교간 경쟁에서 이겨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기독교는 도시 선교의 강점을 바탕으로 급팽창했다. 이 순간 서울 광화문의 한 교회에는 ‘내 집을 채우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불교는 수도권 포교에 소극적이며 상당수 도심 사찰이 제 역할을 못하는 듯하다.

불교적 해법은 세속 아픔을 치유하면서 타 종교와의 경합을 피하는 것이다. 불교계는 지역균형발전에 솔선하면서 모두가 이기는 차별화를 추구해야 한다. 차제에 불교의 공간구조를 재편하면 어떨까. 종단조직과 불교단체들의 중심을 비수도권으로 옮기도록 하자. 수행종풍 진작, 종단권력 분산, 정치중립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격차로 갈등하고 있는 세속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수도권을 타깃으로 수행기반의 포교에 적극 나서자. 물질과 탐욕이 넘쳐나니 불교계로서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 도시 곳곳에 수행거점을 마련하고 선승들이 주석해야 한다. 총림의 도시선원, 시민주도 선방, 직장 내 참선공간, 범종교 명상시설 등으로 형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안국선원은 서울에 간화선 프로그램을 적용시킨 대표적 성공 사례이다. 기업인, 정치인, 교사 대상의 참선 보급에 나서야 한다. 이들이 성성적적해야 세상이 곧아지고 맑아진다.

비수도권 사찰들은 낙후지역이 활력을 되찾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산중 사찰 주변에는 농지, 산지, 문화재가 풍부하다. 이들을 활용해 템플스테이, 주말농장, 생태관광, 역사체험 등을 시도해야 한다. 해남 미황사는 도시인을 유치해서 주민소득 증대에 기여한 경우이다. 도시 불자의 귀농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신도와 주민을 동시에 늘릴 수가 있다.

지금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전환기이다. 이 흐름에 올라타야, 아니 선도를 해야 불교의 앞날을 기약할 수 있다. 불교가 세상에 기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수도권은 화기로 뜨겁고 나머지 지역은 활기가 없다. 모두 중병에 걸려있으며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불교는 수도권에서는 수행기반의 포교를 강화하면서 지역으로 사람.사업.시설이 옮겨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수도권은 차분해지고 비수도권은 활력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바로 수승화강(水乘火降)의 방편이다. 참선 원리가 공간재편에도 적용되니 묘한 이치라 하겠다.

이언오 /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허정철 기자
[불교신문  2010년 7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