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들의 선 수행 현장을 찾아서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와 전도된 가치관으로 정신적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 돌파구를 불교의 참선수행에서 해결하고자 3000명의 재가불자들이 시민선방에서 ‘본래면목’을 참구하고 있다.
그 중 서울 도심 속의 조계사와 안국선원을 찾아가 보았다.

안국선원은 선원장 수불스님이 “선의 세계화”를 발원하고, 1989년 10월 부산에 금정포교원을 시작으로 부산 안국선원, 서울 안국선원, 미국 텍사스주 휴스톤 안국선원, 창원 안국선원, 뉴질랜드에 남국정사를 잇따라 개원하였다. 가회동에 위치한 서울 안국선원에는 4층 건물의 선방에서 700명의 신도들이 좌선과 발우공양으로 속세를 벗어나 수행을 하고 있었다. 죽비소리에 참선삼매에 들어간 모습은 정동중의 보살림계였다.
선원은 회장단과 4개의 거사회, 36개의 보살회원, 청년회원들이 운영방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치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개방시간은 새벽 3시30분부터 밤 9시까지이며, 매주 토요정진에는 일반불자들도 동참하고 있으며, 세부프로그램인 ‘안거프로그램’은 새벽반(오전5시~7시), 오전반(오전10시~12시), 오후반(자유), 저녁반(오후8시~10시)으로 짜여져 있으며, 초심자는 1주일 정진프로그램만 마쳐도 큰 힘을 얻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석천 부회장은 부산선원에서부터 서울선원까지 지중한 인연을 맺어온 구참이었고, 대법광 보살님은 “나란 무엇인가?”라는 의구심을 한 곳으로 몰아붙여 보니, 문제는 나에게 있었지 상대에게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각심 보살님은 홀로 수행하다 상기병에 걸린 것을 이곳에서 고쳤으며, 여법행 보살님은 남편이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 원망하던 생각이 “이 순간 다 내던져라!” 라는 스님 한 마디에 해결되었다. 무각 전산실장은 수십 년간 절에 다녔어도 못 채운 목마름을 해결하고 나니 이제는 어떤 경계에 부딪쳐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치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그릇이 커지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고담 사무장 “똥은 똥 그대로인데 뭐가 더러운가?” 라는 이치가 분명하게 드러남을 알고부터 잘못한 일은 당당하게 인정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행동하게 되었다. 희광총무는 초심자로 전에는 형제간 다툼도 많았는데, 공부하고 나서는 내가 먼저 남을 챙겨주자는 이치를 알게 되면서 수동적인 삶이 능동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불교와의 첫 인연을 맺은 동림거사는 50평생을 잘났다고 살아왔는데, 전체가 다 드러나는 체험을 하였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초심자라도 정수리에 불을 붙여주는 지도로 1주일 만에 완전한 불자로 만드는 수불스님의 큰 힘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스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다.

종로구 견지동 45번지 소재 조계사는 조계종 직할 사찰로서 불자라면 한 번쯤 공부하고 싶은 사찰이다.
지홍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 고학력시대 불자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기본교육, 경전반, 불교대학, 불교대학원에 도입하고, 또한 수행원을 만들어 간경 참선과 기도의식교육 등 체계적인 교육으로 완전한 불자를 양성하는 등 교육불사에 매진하고 있다. 수행입문반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7시, 참선반은 오전반(금요일 오전 10시 30분)과 야간반(목요일 오후7시)이 있다.
자생거사는 의상스님의 『법계도비』에서 ‘초발심시변정각’이란 문구를 보고, 큰 절인 조계사에서 해결하고자 왔다고 한다. 혜안심 보살은 4년전 조계사에서 불교와 첫 인연을 맺고 불교는 편안하다고 생각하고 기본교육과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각종 프로그램을 거의 섭렵하면서 “참선공부가 나에게도 맞는가?” 라는 점검을 받기 위해 왔다고 한다. 수법행보살은 천주교에서 마인드콘트롤 공부를 하면서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불문에 들어와 보니 차원이 높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서 불교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위해 수행원에 왔다. 감로행 보살은 사찰에 오래 다녔어도 배우지 못한 것을 기본교육과정을 받고 마음이 열리더니 승강기에서도 먼저 양보하고, 상사들의 잔소리도 좋은 소리로 들리고 가족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해하는 등 삶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고한다. 자운 거사는 격동기를 사는 동안 생긴 부정적인 습관으로 누구도 믿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공부하고부터 긍정적 사고로 바뀐 것이 너무 좋다고 기뻐한다. 지명보살은 카톨릭신자 이었는데, 소설 『우담바라』에 나오는 노보살님의 모습이 바로 부처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조계사에 와서 기본교육을 받았는데 이젠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누구를 만나도 즐겁고, 어려운 경계를 만나도 두렵지 않는 불자가 되어서 만나는 사람에게 불교공부를 하라고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웃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조계사와 안국선원의 교육과정은 무명중생을 자신감 넘치고 자비와 지혜를 갖춘 불자로 거듭나게 하는 도량임을 실감나게 한다.

[조계사보 2004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