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기행⑧]불적령 성적사
마조 발자국 선열한 성적사에서 마조의 향기가 느껴진다

마조(馬祖)가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높은 재상에서부터 이름 없이 살아가는 평민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다. 마치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는 것처럼 극적이었다.
그들은 『마조록』에서 말한 바와 같이 “그대의(남악) 발아래 망아지 한 마리가 나와 천하 사람을 밟아버릴 것”이라는 말을 믿듯 우리는 어제 일처럼 천 년 전의 일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선의 역사』를 쓴 이부키 아츠시(伊吹敦) 씨는 “마조가 말한 평상심이나 ‘마음이 곧 부처’라는 가르침은 초월적이고 이념적인 것들을 모두 단번에 물리치고 진실로 일상생활에 철저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조의 선을 한마디로 대기대용의 선(禪)이라고 말했다. 중국인이 마조선에 매료된 것은 바로 단순 명료하고 활동적인 주장을 현실에 입각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마조의 선이 중국인의 사고와 맞물렸다고 보인다. 마조의 평상심과 중국인들이 즐겨 쓰는 만만디(漫漫的)와 절묘하게 만나게 된다. 그래서 평상심은 두고두고 중국선을 떠 받치는 빛 같은 존재이다.
마조는 처적(處寂)과 무상(無相) 선사를 의지, 덕순사(德純寺)에서 수행을 하다가 자중(資中)을 거쳐 용천(龍泉)의 장송산(長松山) 아래 마조동굴에서 오랜 벽관 수행 끝에 한 경계를 이룬다. 『마조록』을 살펴보면 마조가 용천의 장송사에서 수행을 한 뒤 남악(南岳) 형산의 전법원에서 회양(懷讓)을 만난 뒤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들 것인가[磨?作鏡]”라는 화두를 타파, 선의 불빛을 밝혔다고 알려졌다.
회양과 마조의 만남과 ‘마전작경’이란 화두 때문에 한국 선가는 끝없는 논쟁에 휩싸였다.
비록 무상과의 깨달음 인연을 맺었다 할지라도 마조가 회양에게 전법을 받았으니 이는 정중파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남악회양의 선맥을 이은 것으로 봐야 옳다는 것이 한국선가의 시각이다. 그러나 『마조록』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남악과의 문답이 전개되지 않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가.
종밀(宗蜜)의 『선문사자승습도(禪門師資承襲圖)』에 이런 말이 나온다.

대략 『선문사자승습도』가 전하는 마조의 일화이다. 마조는 사천과 복건, 강서성 등을 옮겨 다니며 두타수행으로 얻은 진리를 널리 중생에게 펴고자 복건성 건양시의 불적령(佛迹嶺) 성적사로 들어가 첫 개당설법을 하기에 이른다.

마조가 첫 개당설법한 곳에 발자국이

복건성 건양시 거구진에 불적령이라는 곳이 있다. 불적이란 부처가 넘었던 고개를 말한다. 그곳에 마조의 발자국이 선연히 남아있다. 그 발자국을 부처와 동격시 하는 성적(聖迹)이라고 칭한다.
마조가 여기에서 최초로 개당설법을 한 곳이기에 마조가 첫 사자후를 토해냈던 곳이기도 하다. 불적과 성적이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예사로운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12세기 경 복건성으로 구법을 온 해동의 영조와 현눌 등이 복건성 복주의 설봉사로 가서 설봉의존 선사의 가르침을 받은 뒤 건양 불적령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조와 설봉, 황벽의 선풍을 받아 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필자 또한 마조의 자취를 쫓아 성적사를 찾은 것은 2003년 9월 매년 두 차례씩 바다의 물결이 역류하는 전당강의 역류현상을 본 뒤 그 다음날 곧바로 마조의 개당설법지인 복건성 건양시 불적령 성적사를 찾아 나섰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과 40여 신도들은 마조의 발자국을 보고 그 앞에서 부처를 만난 듯 한없는 환희심에 넘쳤다. 성적사를 찾던 날 건양시 거구진 시정부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인을 맞이하여 폭죽을 터트리며 축제 분위기 속에 우리를 정성껏 맞이했다. 맨 처음 우리 일행은 법당으로 나가 부처님 앞에 한없이 합장 배례를 했다. 그렇게 마조 기행은 시작되었다.
이어서 수불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성적사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법문을 하는 순간이었다.

대중들은 스님의 법문을 경청하였다. 그때 밖에서 마을 사람들이 몰려들어 스님의 법문을 같이 들었다. 그들은 무슨 말인지는 모르나 열심히 듣는 듯 했다. 그것이 평상심이 아닐는지….

마조의 발자국을 보는 순간 부처를 만난 듯

천 년 전 마조가 첫 개당설법을 했던 성적사에는 아직도 마조의 발자국이 남아있다. 그 발자국을 찾기 위해 성적사 스님을 앞세워 산 아래로 내려갔다. 발자국을 찾으려면 성적사에 300미터 쯤 아래 작은 개울을 지나야 했다.  마조의 불적을 찾던 그날 수많은 순례인파의 발길을 통해 구도의 물결을 보는 듯 했다. 발자국은 부처의 발자국처럼 장대했다.
그 발자국을 보는 순간 『마조록』이 전하는 마조의 모습과 흡사했다.

“마조는 용모가 기이하여 소걸음으로 걸었고 호랑이 눈빛을 가졌다. 혀를 빼 물면 코끝을 지났고 발바닥에는 법륜 문신 두 개가 있었다.”

발자국을 자세히 보니 불(佛) 성(聖) 자가 쓰여 있었다. 법륜 문신이 불과 성을 가리킨 것이 아닌지 짐작해 본다. 발자국은 거인답게 매우 컸다. 발자국 위에 조그만 단을 마련했는데 그 위에 마조 조상을 모시고 있었다. 원래 복건 사람들은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 마조와 선종을 지키는 마조를 자신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불단 위에 마조를 모시고 조석으로 기도했던 것 같다. 복건사람들은 매년 4월 27일 복건성 보전시 미주도에서 마조 추모제를 거행한다. 바다를 지키는 마조의 본명은 임목왕으로 남종선의 조사 마조보다 몇 세기가 흐른 뒤 뒤늦게 태어나 송나라 때 바다의 수호신이 된다. 그가 생전에 늘 남들의 병을 치료해주고 일기변화를 예보해 줌으로써 어민들을 보호해 주었다. 마조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한 줌의 재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의 덕성을 추모하여 성모라 부르며 미주도에 마조묘를 건설한 뒤 매년 4월 27일 그를 위해 제를 지내고 바다를 상업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무사히 돌아올 것을 비는 풍어제를 올린다. 그 신을 마조로 믿는 어민들은 배가 많은 고기를 잡고 무사히 도착하길 기도한다.
성적사에 이르려면 마조의 발자국을 지나 마조상 앞을 꼭 참배하게 되어 있다. 또한 불적령에 와서야 부처와 동격한 조사로 추앙받고 있는 마조를 보고 민중이 얼마나 그를 추앙하고 있는지를 실감할 것 같았다.
우리는 마조상 앞에 합장배례를 한 뒤 다시 성적사에 이르니 12시가 되었다. 성적사에서는 점심공양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침 건양시 종교국장과 정부관리들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거구진장은 우리에게 “성적사는 마조의 개당도량으로 한국 불교계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마조로부터 신라 구산선문(九山禪門)의 3개 파가 나왔으니 한국선종의 조정과도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자 모두들 숙연해졌다.
그들처럼 중국인들이 먼저 우리 조사 스님들의 행적을 자세히 알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성적사 가람을 자세히 살펴보니 마조의 발자국이 원래는 오른쪽 발자국 외에도 왼쪽 발자국이 성적산 위에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또 마조동굴도 있었는데 현재는 허물어졌다고 한다. 아주 오래된 비석도 있었다. 함통연간에 이 절을 최초로 개산한 개산창립사원운(開山創立師園雲)의 비인 불적사금비(佛迹寺禁碑)와 중흥1대조탑(中興一代祖塔)비 등도 있다. 중흥1대조탑은 마조를 가리킨 듯하다.
조사당에는 화강암으로 조각된 마조좌상이 있었다. 마조기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곳곳에 마조상을 모신 것을 보고 중국선종이 조사 불교를 선양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01년 12월 중국 강서성 우민사에서 개최된 ‘한ㆍ중 마조와 홍주선 학술연토회’에서 우민사 방장 순일 스님이 당시 한ㆍ중 우호차원에서 마조상을 필자에게 기증한 바 있다. 필자는 지금도 그 조상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마조의 첫 설법 도량을 보고 느낀 점은 현재는 임제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거의 종파 개념이 사라진 뒤였다. 그래서 성적사 또한 종파가 조동종인 것을 알게 되었다.
조동종을 일으킨 강서성 진여선사의 경우 위앙종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중국선종이 면면히 이어온 조사의 가풍을 이으려는 종파 개념이 무너져 버린 사실이었다. 이는 사회주의적 발상이 강한 점이었다.
의천이 활약했던 항주의 고려사가 건립 중인데 그들은 그 사찰을 문화사찰로 건립 중이다. 아직 문화사찰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한국 불교계는 크게 고무되어 있다. 지난 9월 27일 동국대 다향관에서 ‘장보고 선단과 해양불교’ 학술 심포지엄에서 절강성 박물원 연구원인 포지성(鮑志成)은 항주 고려사 복원의 현대적 의미라는 글에서 문화사찰의 건립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하자, 한국 학계는 적극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고 이에 논평자로 나온 동국대 고영섭 교수는 항주 고려사의 문화사찰이란 의미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고 밝혀 좌중을 놀라게 했다.
본지 2006년 6월호 「고려사는 역사를 위한 항해 중」이란 글에는 중국이 순수사찰과 문화 전시 장소의 중간적 성격의 문화사찰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고 문제제기한 바 있다. 그처럼 문혁 이후 중국 불교는 변화를 겪어 오던 중으로 임제종이 조동종으로 바뀐 것 또한 역사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마음속에 평상심이 흐르고 있으니 그 평상심이 만만디(慢慢的)로 만나면서 마조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 중심에 마조의 정신이 흐르고 있으니 그의 첫 대당설법지 성적(聖迹)에 담긴 부처의 발자국 의미를 비로소 깨달은 것 같았다.

[禪文化 2006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