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세미나에 사람들이 몰린 까닭은

조계사 간화선 세미나 현장

참선 관련 세미나에 일반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앞만 보고 치닫는 삶에 종지부를 찍고 삶의 질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행승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질적 집착과 그로 인한 근심과 공허감을 근본적 삶의 자세 전환으로 치유하려는 몸짓들이다.

최근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열린 ‘간화선 세미나’에 몰려든 사람들은 500여 명. 280명 정원의 강당이 넘쳐 자리를 못잡은 200여명의 청중들은 로비, 계단 난간에 방석을 깔고 앉거나 선 채로 밖에 설치된 TV모니터에 눈을 집중했다.

세미나 주제는 ‘간화선 수행의 성공사례와 간화선 대중화의 비전’. 간화선(화두 참선) 포교의 모델로 손꼽히는 안국선원장 수불스님, 지리산 벽송선원장 월암스님이 강연자로 나서 사자후를 토해냈다. 간화선은 조계종의 종지이자 대표적인 참선 수행법. 수불스님은 ‘현장에서의 간화선 수행과 지도방법’을, 월암스님은 ‘간화선 대중화의 비전’에 대해 풀어나갔다.

“정견 확립이 안되면 선방에 온들 고시원에 틀어박혀 있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화두를 개뼈다귀 주듯 던져줘선 안됩니다. 8만4000 땀구멍에서 올라오는, 우주와 인생에 대한 간절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화두를 결정하고 참구해야 합니다.”

이날 학술 대회가 흥미로웠던 것은 출가승뿐 아니라 일반 청장년층 대중들의 뜨거운 열기였다. 발제 시간보다 더 길게 할애된 질의응답 시간은 현대인의 참선에 대한 갈증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화두, 위파사나 등 참선법에 대한 전문 용어가 오고갔다. “위파사나(남방불교 수행법)는 화나 어리석음을 며칠 만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변화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반면 간화선은 지금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며 과연 깨달음만이 행복에 이르는 길인가”라는 객석의 질문에 수불 스님은 “수행법에는 가라앉히는 공부와 뽑아 없애는 공부가 있다”고 쉽게 설명했다. “보통 (번뇌망상을)가라앉히는 공부부터 하는데, 범부들은 화를 가라앉히면 위에 맑은 것이 떠오르니까 맑아진 줄 알지요. 하지만 간화선은 번뇌망상을 붙들고 집중해 뽑아없애는 공부이지요. 이처럼 번뇌망상과 부딪쳐서 화두에 집중하는 수행방법을 제시한 게 간화선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경지인 깨달음의 경험이 화두참선에 꼭 중요한 것인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에 스님은 “깨닫기 전의 무념은 공에 떨어지며 그걸 즐기게 되면 어리석어진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객석에서는 간화선으로 포교에 성공한 선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즉석에서 ‘시연’해 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조계종이 매년 3∼4차례 개최해온 ‘간화선 세미나’지만 이번처럼 열기가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 기획실 박희승 차장은 “학자가 아닌 현장의 선사들로부터 직접 화두 참선에 대해 듣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1990년대 이후 명상과 웰빙 붐이 일면서 참선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자 수행법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에따라 종단 차원에서 국제 선(禪) 센터를 신정동에 건립 중이며 내년 6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서재영 선임연구원은 “동양 전통의 명상·수행이 서양에서 현대 심리치료의 영역으로 부각되면서 역으로 서양에서 다양한 명상, 참선 프로그램이 도입돼 왔다. 이에 대한 충격과 반성으로 우리 전통에서 체계화된 수행법인 간화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세계일보 2009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