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ㆍ미래 아닌 바로 지금 수행해야”

도심수행도량을 찾아서- ③ 상도선원

재일 없는 선원…교육 통해 불자 양성
일년 2번 안거 “화두잡고 한계 테스트”
마음수행학교·경전학당 등 교육 체계화

올 3월 불자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상도선원(선원장 미산) 이 개원한지 7개월이 지났다. 석굴암을 연출한 듯한 큰 법당. 첨단소재인 두랄루민으로 빚은 부처님과 양쪽 관음보살·지장보살 불화(佛畵)는 현대 미술품 그 자체다. 이와 함께 연꽃 모양의 나무 불전함, 전통 조각보자기를 나무 창사에 끼운 출입문, 한지로 만든 천장 연등, 담양 대숯을 넣은 벽장까지…. 불자들은 미술관보다 더 미술관적인 상도선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미산스님은 “불자들에게 법당이 권위적이고 딱딱한 공간이 아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임을 알리고 싶었다”며 “현대적인 하드웨어를 구축한 만큼 도심 포교에 알맞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도선원의 역사는 1961년 창건된 백운암에 기초한다. 백운암은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서옹스님(1912 ~2003)이 40여 년간 주석한 곳으로 월산ㆍ운허ㆍ탄성ㆍ석주스님 등 당대 고승들이 주석하며 도심포교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도량이다. 이러한 백운암도 개발논리에 봉착 2003년 상도동 일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폐사위기를 맞았다. 이에 2004년 주지로 부임한 미산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보존대책위원회를 꾸려 인근에 부지를 마련 지금의 상도선원을 세웠다.

이렇듯 서옹스님의 참사랑 정신이 살아있는 상도선원. 미산스님은 겉만 화려한 선원이 아닌 정법을 전하는 참된 도량으로 상도선원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도선원에는 다른 절과 달리 지장재일, 관음재일 등 기도재일이 없다. 김덕수 종무실장은 “재일행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과 가르침대로 대중을 이끌겠다는 선원장 스님의 의지가 확고해 개원부터 재일 없는 선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상도선원은 수행교육과 법회로 움직인다. 불교기초반이라 할 수 있는 마음수행학교는 10월로 4기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주부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불교의 전통 가르침을 일상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짜여져 인기가 높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개별 상담을 토대로 간화선, 위파사나, 주력, 염불 등 각자에게 맞는 수행법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1~4기까지 평균 90명의 회원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 기초교리를 습득했다.

이와 함께 상도선원에서는 불교교리 심층 프로그램으로 ‘미산스님과 함께 하는 경전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리는 강좌에는 116명의 불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초기경전Ⅰ〉 〈대승경전 1·2·3〉 〈선어록 1·2〉등으로 구성된 학당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꼬박 3년이 걸린다.

기자가 상도선원을 방문한 10월 14일 저녁, 경전학당에서는 ‘관념의 허구성’강의가 열리고 있었다.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욕망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그는 화살에 맞은 사람처럼 괴로워한다”
미산스님은 이날 강의를 〈욕망경(kamasutta)〉 구절을 낭독하며 시작했다.

“속세는 구조상 욕망을 이룰 수 없게 되어 있죠. 부처님은 그래서 속세를 인내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계라고 말씀하셨죠. 불자님들 혹시 화살을 맞아 보셨나요? 젊었을 때 다들 이성 때문에 꽃 화살을 맞았죠? 혹시 ‘총 맞은 것처럼’이란 유행가 아시는 분 있어요? 아마 부처님이 지금 계셨더라면 화살이 아니라 총에 맞았다고 말씀하셨을 겁니다”(웃음)

“사람들은 후회와 짜증으로 점철된 과거와 막연하고 두려운 미래 때문에 늘 괴로워합니다. 여러분들, 세상에서 가장 값나가는 금(金)이 뭔지 아세요? 바로 ‘지금’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야 진정한 불자가 될 수 있습니다”

상도선원에서는 이들 교육 프로그램과 더불어 니까야(초기경전)읽기, 참선 수행반 등도 열고 있다. 경전학당에 참여하고 있는 이휘재(증산동·53) 불자는 “다른 선원에서 육조단경, 금강경 강의에 참가했지만 상도선원에서 학습하면서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까지 섭렵하게 돼 만족하고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교육과 함께 주말마다 일요 가족법회를 찾다보니 가족들도 좋아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낭비도 줄이고 불자로서 자긍심도 키우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선원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상도선원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선원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대중과 함께하는 안거 수행정진’을 실시하고 있다. 안국선원과 협약을 맺고 간화선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부터 16일까지 열린 하안거에는 불자 69명이 참가해 7박 8일간 자신의 한계를 검증했다.

하안거 기간 동안 참가 불자들을 지도한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스님은 안거 종료 후 참가자 69명 중 41명에게 “불자로서 참 좋은 선 체험을 했다”며 이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상도선원은 동안거 결재를 내년 1월 진행한다. 참가 불자들은 새벽(5시~6시), 오전(10시~12시), 오후(14시~16시), 저녁(7시30분~9시)까지 정진한다. 선방은 새벽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개방된다.

수행교육과 함께 상도선원은 연령별로 나눠지는 일요가족법회를 열고 있다. 부모들은 큰 법당에서, 자녀들은 각각 어린이·청소년 법회로 구분돼 법회에 참석한다. 상도선원은 특화된 어린이·청소년 법회 운영을 인정받아 올해 조계종 포교원에서 선정한 ‘어린이 청소년 중심도량’으로 선정됐다.

“번뇌의 화살을 뽑아 버리고 열심히 정진하여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바라지 않는다”는 〈욕망경〉의 한 구절처럼 선원을 찾은 불자들이 선원장 스님과 함께 번뇌의 화살을 뽑기 위해 정진하고 있는 상도선원. 처음 선원을 찾아 건물의 화려함에 반한 불자들은 어느새 미산스님이 그들을 위해 배려한 아름다움 공간에서 참된 불자로 태어나기 위한 길을 가고 있었다.

김치중 기자
[주간불교신문 2009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