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기행①]마조기행을 시작하며
마조선의 등불 만 년을 밝히니 그 법등 천 년을 이어왔다

『선문화』는 창간 3주년을 맞아 그 동안 마조선사 유적 30여 곳의 취재기를 본격 연재할 계획이다. 이번 기획은 한국선의 원류를 찾는 탐사의 일환으로 마조도일선사를 통해 한국선종의 면모를 밝히려 한다. 마조선사를 연구하지 않고서는 한국선의 역사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마조도일선사의 자취를 찾아 그의 행적을 탐방하는 「마조기행」을 시작한다. 마조선사는 8세기 경 동아시아에 조사선을 일으킨 최고의 선승이며, 실질적인 중국선을 완성시킨 선지식이었다. 신라 구산산문의 성립과정 또한 마조선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조선사 연구는 한국선의 원류를 찾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본지는 2001년 12월 23~25일의 일정으로 한ㆍ중 학자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중국 국무원의 허가를 받아 마조도일의 선사상을 밝히는 「마조와 홍주종 한ㆍ중국제학술연토회」를 마조도량 남창 우민사에서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마조기행」은 지금까지의 마조선사 연구를 토대로 중국에 남아 있는 마조선사 유적을 답사하면서 천 년 전 마조선사의 생각을 오늘의 관점에서 복원하고자 한다. 특히 마조의 사자전승 관계에 있어서 규봉종밀의 『원각경 대소초』에 마조의 법맥 문제를 제기한 이래 끊임없는 논쟁이 되어 왔고, 마조는 신라의 무상(無相ㆍ684∼762)인가 남악회양(南嶽懷讓ㆍ677∼744)인가 등을 놓고 거의 천 년간 그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이에 월간 『선문화』는 고증과 자료, 현장답사 등을 통해 사실적 관점에서 접근해 보기로 하겠다. 특히 마조의 문도들이 거의 신라인을 인가한 내용이라던지, 마조의 첫 번째 제자인 서당지장의 법맥이 중국에서 단절되었고 오히려 신라로 전승된 내용 등을 밝히면서 마조의 정신세계를 탐구하기로 하겠다.
독자 여러분은 천 년 전 마조의 사상으로 흠뻑 젖으시길 바라며 2001년 마조학술연토회에서 중국불교협회 회장이신 일성 방장스님의 법어가 생각난다.
“마조선의 등불 만 년을 밝히니 중국과 한국의 법연 천 년을 이어 오다”라는 메세지가 담겨진 「마조기행」은 중국불교협회 회장인 일성스님의 증명과 남창 우민사 주지 순일스님의 협력, 안국선원 수불스님의 적극적 후원에 힘입어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됨을 밝힌다.

마조가 태어나고 자란 사천성 시방시(什防市) 양로구진(兩路口鎭)에 가면 마조촌이 있다. 그 곳은 중국선종의 8대 조사를 배출한 고향답게 고향 사람들은 마조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했다.
그러나 마조는 그가 태어난 고향보다는 강서성 남창에서 선의 바람을 일으켰다. 이 시리즈는 그동안 『마조록』 등 『마조어록』이 전하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 넘어 새로운 마조상을 그리려 한다.
마조는 남종선을 일으킨 거장일 뿐만 아니라 즉심시불(卽心是佛)이나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통해 천하통일을 시킨 인물이었다. 그를 찾아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마조의 새 얼굴을 찾고자 한다.

마조는 처적의 손에 이끌려 자중(資中) 덕순사(德純寺)에서 출가한다. 그는 다시 남악회양을 찾아 마전작경(磨  作鏡)이란 화두를 간파, 마조선을 일으키는 계기를 만든다. 이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마조의 행적이다.
그러나 현지를 답사하면서 필자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마조의 법계 문제 등은 사천성 탐방에서 다루기로 하고, 「마조기행」의 시작을 개당설법 현장인 복건성 성적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마조는 사천성, 호남성, 복건성, 강서성과 그 문파들에 의해 안휘성, 광동성, 절강성, 섬서성, 산서성, 하북성 등 전 중국영토를 마조선을 통해 중국땅에 선(禪)을 토착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 3국의 선맥은 마조로부터 출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조기행」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겨울 남창 우민사와 보봉사를 찾아 나서면서부터 시작된다. 그 무렵 당시 보봉사 일성(현 중국불교협회회장)방장으로부터 현대 마조사상 선양을 위해 양국이 손을 맞잡고 이룩해 보자고 제안했다.
일성방장은 흔쾌히 승낙을 했고, 그 다음 해인 8월 17일 제1차 강서선종(江西禪宗)과 신라선종(新羅禪宗)에 관한 학술대회가 우민사에서 열렸다. 일성스님은 개막 법어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중ㆍ한 두 나라의 불교문화 교류를 쌍방향 운동이라고 보아도 된다. 중국불교가 한국에 깊은 영향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역시 중국불교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홍주종(洪州宗)의 개창자인 마조의 스승 처적선사가 원적하신 후 마조는 한동안 그의 사형인 신라의 선승 무상선사에게서 공부하였다. 훗날 해동 구산선문(九山禪門) 중의 7산의 법계가 마조와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은 매우 수승한 인연이다.”

중국 위앙종과 임제종의 전인(傳人: 우리나라 종정에 해당)으로부터 들은 이 발언은 한국선종의 희망을 보는 듯했다.
마조선사 탐구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5년간 마조가 태어난 사천성 양로구진을 시작으로 호남, 복건, 강서 등 마조와 연관이 있는 5개 성의 30여 마조 연고사찰 등을 확인, 동아시아 선종사에 새로운 마조선의 사상적 접근을 시도했다.
특이한 것은 문화혁명(1966∼1976) 기간 중에도 마조도량은 크게 파괴되지 않고 많은 사찰들이 수복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몇 해 전 순일스님과 하명동(河明棟, 2002년 작고) 교수와 동산사 탐방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마조선이 왜 이 시대의 새로운 정신문화의 흐름으로 떠오르냐고 묻자 중국인들은“평상심의 도”에서 찾는다고 말했다. 마조선이 중국인의 정신에 부합된다는 마조사상은 오늘날 중국 정신의 모태가 된다는 것이었다.

마조와 연고 있는 사찰로는 그의 고향 양로구진의 마조사(馬祖寺)를 시작으로 사천성만 10여 곳의 사찰이 있었고, 각 성마다 마조도량은 크게 중창을 거듭하고 있었다.
마조 열반도량 보봉사는 문화혁명 당시 강서성 정안현 인민정부에 접수당해 그 터에 보봉중학교가 건립되었다. 그러나 1992년 강서성 정부로부터 불교계에 반환돼 1993년부터 복원공사가 진행되어 1996년 4월 23일 완전 복원되었다. 허운화상은 일성스님을 보봉사 복원의 책임자로 선정하였다. 일성스님은 손수 토목건축부터 전체 설계를 하는 등 대단한 열정을 보여 오늘의 보봉사를 이루어 냈다.

그러면 마조는 도대체 누구인가. 속성은 마씨로 사천성 시방현 흥융향 양수정(什防顯 興隆鄕 凉水井: 지금의 사천성 시방시 양로구진 마조촌)에서 출생했고, 사천성 자중(資中)의 덕순사로 처적선사를 찾아가 출가한다.
그렇게 보면 마조의 법계는 자주지선-자주처적-정중무상-보당무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증당비란 이상은이 찬한 「당재주 혜의정사 남선원 사증당비(唐梓州 慧義精舍 南禪院 四證堂碑)」를 말하는데, 사증당을 세우고 그 벽면에 4분의 용모를 그려 두었다고 한다. 이상은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조의 법이 되신 화신은 ‘삼휴각(三休閣)’이라 하였고, 동촉에 닿은 꽃 다 피운 발길은 ‘사증당’이라 하였다. 그리고 도풍이 뛰어난 4명의 선사의 용모를 모셨으니 천추에 길이 남길 발원한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사증당비에도 나왔듯이 무상과 마조를 사자관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해 사천성 시방시 양로구진를 찾았을 때 벽면에 8대 조사를 “마조(馬祖)”라고 적고 있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마조는 그 용모가 비범하고 기이했다. 걸음은 소처럼 걷고, 눈은 호랑이처럼 번뜩였으며, 혀가 코에 와 닿을 만큼 길었다.
또 발가락에는 2개의 수레바퀴 모양이 있어 마치 석가여래의 32상을 연상하게 하는 용모였다.
마조도량을 찾으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마조선사의 스케일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제 각설하고 「마조기행」을 시작해 보자.
맨 먼저 마조의 개당설법지인 불적령 성적사를 찾은 것은 지난 9월 16일이었다.
성적사를 찾던 날 건양시 거구진 정부에서 처음 외국인을 맞이하는 뜻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축제 분위기로 우리 일행을 맞이했었다. 수불스님을 단장으로 한 「마조기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40여 명의 신도들은 마조를 찾는 마음으로 불적령을 올라갔다.
성적사 탐방기는 다음호에 계속 이어진다.

[禪文化 2003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