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하려는 사람은 재가인이라도 무방하니라”
자성을 깨달아 마음이 청정해져야  -재가불자와 수행

“선지식아! 만약 수행하려는 사람은 재가(在家)라도 무방하니라. 수행함은 절에 있는 것으로 말미암음이 아니니, 재가인(在家人)이라도 잘 수행하면 저 동방인의 마음이 착한 것과 같고, 절에 있으면서 수행하지 아니하면 저 서방인의 마음이 악한 것과 같나니, 다만 마음이 청정하면 자성(自性)이 곧 서방 극락이니라.” 이 말씀은 중국 선종(禪宗) 제6조 혜능선사의 가르침으로, 재가인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 지에 대해 확실하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최근 불교계 안팎에서는 수행에 관한 관심이 매우, 급격히 고조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문명이 발달되고 문화와 지식과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인간내면의 갈등은 깊어지고,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 이웃과 사회와 국가사이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야기되고, 그러다 결국에는 파국으로 끝나 버리는 일들이 주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갖가지 형태의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종교를 믿고 수행해보지만, 불교 이외 다른 종교의 신앙생활과 유사(類似)수행법은 오히려 사람을 형상에 집착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마음의 감옥 속에 가두어, 신봉자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교를 바르게 믿고 수행하면 미혹(迷惑)한 자성(自性)이 밝아져 청정한 마음과 지혜가 생기고, 지금 자기가 서있는 그 자리가 진리가 되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선수행(禪修行)은 어떤 가르침보다 진리에 가장 바르고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접근하게 하는 가르침이며, 자성을 깨닫는 즉시 마음이 본래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고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가장 뛰어난 수행법입니다. 그러나 선수행은 오랜 세월 어렵고 힘든 것으로 여겨져 왔고, 더군다나 재가자에게는 쉽게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식정보화시대를 맞은 현대인의 삶에 있어 지금까지의 기복적인 신행을 뛰어넘는 수행의 생활화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성(自省)이 불교계 안팎으로 일기 시작했으며, 수행의 대중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간화선(看話禪) 수행이 스님들뿐만 아니라 일반 재가자들도 공부하기 어렵지 않은 공부법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수행을 통하여 ‘참다운 불사(佛事)’를 할 수 있는 인연이 성숙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 “수행하려는 사람은 재가자라도 무방하다”는 육조혜능 선사의 말씀은 수행하려는 재가자들에겐 지남(指南)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부처님 당시나 고불고조(古佛古祖)시대보다 좋은 환경과 시설 속에 있으면서도 수행하지 않고 기복적인 신행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은 믿음을 버리고, 참다운 자기 계발에 나서라는 크나큰 격려와도 같은 말씀입니다. 육조스님은 특히 “세속에 있던지 산중에 있던지 승속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수행하기 좋은 곳에 있으면서 공부하지 않는다면 서방정토에 있어도 마음이 악한 사람과 같고, 재가인이라도 수행을 잘하면 동방에 있지만 마음이 착한 사람과 같다”며 “마음이 청정한 것이 곧 자성을 의지한 서방극락”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말씀은 ‘어느 곳에서 수행하느냐’ 보다 ‘어떤 마음과 어떤 자세로 수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자성을 깨달아 즉시에 마음이 청정해지면 본래부터 자기 자신이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계시는 아미타불과 조금도 다름없다’는 사실을 자각케 하는 실로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불사(佛事)’라고 육조스님은 강조하십니다.

사실 지금껏 불자들은 절을 짓고 경전을 편찬하고 불상을 조성하고 공양 올리며, 때에 당하여 물고기 등을 방생하는 것이 불사라고 믿어 왔습니다. 이러한 불사도 해야 됩니다. 그러나 망념을 버리고 참 성품을 깨닫는 것, 다시 말해 스스로 자성을 밝히고자 하는 수행을 통해 안목(眼目)을 더 크게 여는 것이 ‘한 걸음 더 나아간 불사’입니다. 일찍이 “상(相)에 집착한 유루(有漏)의 복(福)을 짓기보다는, 상(相)에 집착하지 않는 무루(無漏)의 공덕(功德)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한 달마대사의 가르침도 육조스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세상의 어리석은 이들의 관행은, 안으로는 마음이 있다고 헤아리면서 온갖 이치를 밖으로 찾는다. 이치 찾기를 더욱 세밀히 하면 할수록 더욱 바깥의 차별상만 취하게 되니, 이치를 등지고 더욱 멀어져 마치 하늘과 땅 사이 같음으로 마침내 타락하여 끝없는 생사를 받는다.”고 하신 옛 선사들의 말씀도 육조스님의 말씀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는 온갖 상(相)에 집착하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경계한 것이며, 수행은 이러한 어리석은 모습을 지혜로운 모습으로 바꾸게 하는 참다운 공덕이고, ‘머무름 없는 열반(無餘涅槃)’에 머물게 하는 것임을 일러주신 가르침입니다. 수행이야말로 불사와 원력에 이르게 하는 안목을 열 수 있는 방편임을, 고불고조(古佛古祖)들이 고구정녕하게 지적해 주신 것입니다.

사실 불교의 근본 바탕은 깨달음을 성취하고자 하는 ‘수행’과 ‘원력(願力)’입니다. 부처님이 새벽 별을 보고 깨달으신 것도 다 ‘수행의 결과’이고, 그 수행의 결과를 일체중생들에게 드러내 보이신 것도 부처님 가르침이 뜻하는 바를 이루게 하고자 하는 ‘원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알고 보면 인천교는 기도와 염불 등을 수행방법으로 하고 있고, 소승은 관법(수식관ㆍ자비관ㆍ백골관)을 통해 수행하고, 대승은 지관법ㆍ계정혜(삼학) 등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돈오견성하게 하는 최상승의 수행법은 조사선ㆍ간화선ㆍ묵조선 등입니다. 이들은 시대변화에 따라 차례로 발전해 온 것인데, 끊임없는 수행의 결과로 깨달음을 이루고 그 뜻을 더 키워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상생하고 공존하라는 뜻이 각 수행법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일상(日常)의 우리를 자세히 돌이켜보면, 말은 대승불교를 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행동은 인천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어리석은 믿음을 행하고 있고,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만 안목을 열어 진정한 불사를 성취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하기에, 열심히 불교를 믿고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했음에도 마침내는 회의가 오고 막막한 마음이 되어버리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교를 교리적으로 이해하고, 단계에 따라 그 수준에 합당한 공부를 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돈오견성하게 하는 인연의 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소납은 생각합니다. “남녀노소와 승속을 가리지 않고, 인천교나 소승의 수행을 하던지 혹은 대승의 수행이나 최상승 돈교(頓敎)의 수행을 하던지, 어떤 수행을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자기 안목이 향상되는 인연을 지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꾸준히 쉬지 않고 정진해 지금까지와 다른 가치관에 눈 뜨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던, 일하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일하는 간화선 수행으로 자신의 성품을 직접 체험해 보기 바라며, 그리하여 진리의 실상(實相)을 자각하여 자기내면의 세계를 바로 보고,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질서를 균형 있게 잡아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다면, 삼라만상에 물들지 않는 순수 본연의 진리 속에서 영원히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옛 선사들은 “다만 자기 마음을 속이지만 않으면 마음은 스스로 신령하고 성스럽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본래 부처’입니다. 다만 형상에 집착해 정법의 눈을 뜨지 못하고 허망한데 끌려 살다보니 스스로 어리석어졌을 뿐입니다. 그 어리석은 마음을 돌이켜 지혜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간화선 수행’입니다. 이 수행을 통해 “영험 있는 법당에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음”을 자각하는 인연이 조만간 열리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竹爐  제17호 2006년 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