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취재]안국선원을 가다
깨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다

서울 한복판에서 거의 매일같이 화두 삼매경(三昧境)에 빠져든 500여 명의 불자들이 참선에 몰입하고 있는 곳이 있어 화제다. 안국선원이 바로 그곳,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듣고 모여든 사람들로 법당 안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이곳 선원을 이끌고 있는 선승은 수불(안국선원장)스님이다. 수불스님은 첩첩산중에 고승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던 선(禪)을 도심 속으로 이끌어 낸 선승이다.
먼저 안국선원은 건물부터 사람을 압도시킨다. 마치 스님이 가사를 수호하고 좌선을 하는 자세를 연상케 한다. 특히 이 선원은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공부로 화두 삼매경에 빠져들고 있다. 40대, 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참선은 오전 10시에 시작 오후와 저녁, 새벽 시간으로 나눠 3시간씩 한다.
이들이 붙들고 있는 수행법은 참선법이다. 최근 불붙기 시작한 여타의 수행법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근기가 약하기 때문에 외도(外道:선과는 차원이 다르다)에 빠져들기 쉽다. 안국선원은 마음수련원, 아봐타, 파룬궁 등 최근 나타난 선을 표방한 수련단체와는 격이 다르다. 안국선원의 특징은 바로 ‘이뭣고’ ‘내가 누구인가’를 참구해 들어가는 1천 년간 이어져 온 전통 조사선법이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안국선원을 찾는지 궁금했지만 안국선원을 찾게 되면서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했고 마치 이 길이 자신의 마지막 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안국선원에서 느낀 감회를 필자는 마조의 열반도량 보봉사 대중들의 아침 예불에서도 느낀 적이 있다.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여 가까이 다가가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선과 하나됨을 느끼게 했다. 안국선원에서 중국 선종 사찰에서 느낀 감응을 똑같이 받은 것이다.
선원에서 만난 한 불자는 “마치 스스로 용광로 속에서 삶아진 뒤에 나온 느낌이었다”고 말하였다. 선원의 부회장은 “마치 애를 낳는 고통보다 이 선원에서 한 고비를 넘기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했다. 그만큼 선원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은 너무나 간절했다.
이 선원을 이끌고 있는 수불스님은 범어문중 스님으로 능가스님의 손제자가 되는데, 8년 전인 1992년 부산 안국사에서 참선을 펴기 시작한 이후 8년 만에 부산 안국사 법당을 시작으로 1996년에 서울 안국선원을 열고, 1999년 창원 안국선원과 1999년 4월에는 미국에 Zen Center를 개원하는 등 활발한 선풍진작을 시작했다. 특히 『육조단경』, 『선요』, 『몽산어록』, 『마조어록』 등 전통 조사선종의 어록들만 골라 가르친다. 그의 지도방법은 독특하다. 아무리 위대한 어록이라고 해도 중생이 알아듣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생이 될 수 있으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법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 석천거사는 “스님께서 온몸으로 펴시는 이 참선법이 바른 법이라는 것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다수 신도들이 여러 선방을 다니면서 세월만 보내다가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마음문을 열린 경우가 많습니다”고 말한다.
한 보살은 이렇게 말했다.
“이 문에 들지 않았다면 여태 세상을 헛살았을텐데, 세상을 새롭게 살게 되는 희열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안국선원을 찾던 날 마침 수불스님의 법문이 열리던 날이었다. 불자들은 11시가 되자 4층 법당으로 모여 스님의 법문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스님은 너무나 어려운 선구를 쉽게 말한다. 먼저 『몽산어록(夢山語錄)』의 무자십절목을 들어보자.

오늘 조주스님의 법쓰는 솜씨를 앞으로도 잘 보실 기회가 있으실 겁니다만, 여전히 두 눈썹 밑을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믿는 마음이 근본이 되는 것이니 조주스님에게 무자(無字)를 묻는 사람의 마음자리로 돌아가서 같이 무(無)를 거량해야만 와닿는 것이 있을 것이지, 옛날 조주스님이 어떤 스님과 대화한 입장에서 무자를 자꾸 돌이켜 “무-무-”하고 있을 것 같으면 화두 든다고 얘기하지 말아야 됩니다.
내가 죽으려고 하지 않는 그런 낚시질로 어찌 조주의 무자를 쉽게 물 수가 있겠습니까? 조주가 “무”했다고 해서 그 무자의 본지풍광을 밝힐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무자에 나가떨어져서 엉뚱한 길에 들어가 더듬고 있을 뿐이지, 진실로 무자 화두를 참구했겠습니까?

한국 선가의 화두가 되어버린 조주의 무자 화두를 간단명료하게 간파했다.

어느 날 객승이 백척간두의 절망적인 심정으로 조주에게 무(無)자 화두를 물었습니다.
“천하에 이름난 신의인 당신(조주)께서 내 목숨을 살려주지 않는다면 누가 내 목숨을 살릴 수 있겠습니까”하니, 조주가 “일체중생 유정무정이 다 불성이 있다”라고 말하자, 그 사람은 언하에 대오했습니다.

이와 같이 수불스님의 지도방법은 너무나 간단명료하다. 스님의 가르침을 듣는 순간 왜 사람들이 안국선원을 찾게 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신도들의 표정 속에서 법문을 듣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 보여 금방이라도 화두가 터져나올 정도로 진지했다. 수불스님의 공부법은 대중을 1대 1로 제접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중국 선어록의 현장을 일일이 답사한 뒤 공안을 소화한 뒤에 설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천년 전 조주와 남전을 만난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보타산에 갔을 때 중국 여인이 땅바닥에서 오체투지로 스님에게 예를 표했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신도들은 너무나 환희심에 넘쳤다고 말했다
안국선원의 특징은 외부에 선원을 홍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에서 입으로 선원을 찾아오는 신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직접 찾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www.ahnkookzen. org)를 개설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선에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禪文化 2001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