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포교를 이야기 하다 - 미국 동부

정리ㆍ박지영

원영스님(뉴저지 보리사)
휘광스님(뉴욕 불광선원)
서천스님(뉴욕 마하선원)
혜각스님(뉴욕 능인선원)
박지영(클리어마인드 동부지역 기자)

자신들의 문화와 종교를 슬그머니 지구인들에게 퍼뜨리려는 외계인이 있다면 그는 지구 어느 곳을 그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할까? 뉴욕일 것이다. 갖가지 피부색과 전 세계의 문화와 종교가 어울려 있는 곳, 외계인은 아마도 새로운 그 어떤 것도 이곳 뉴욕에서는 수용되리라 믿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어처구니없는 종교전쟁의 불씨가 되고, 열등과 우월의 주관적인 판단이 난무하는 뉴욕을 경험하고 난 후 외계인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통일신라시대부터 내려온 불교재산을 마다하고, 이렇듯 다양하다 못해 혼란스러운 뉴욕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포교에 전념하시는 스님들께서 자리를 함께 하셨다. 미동부지역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공통과제와 각 사찰의 구체적인 계획을 나누어보고자 함이다.

진행자  한국에 계실 때 생각하셨던 해외 포교와, 지금 미국 현지에서 느끼시는 해외포교에 차이점이 있으신지요?

원영스님  나는 처음부터 해외포교를 목적으로 미국에 왔지만, 미국에 온 지 4~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 많았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포교대상이 다른데요,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 사람을 포교한다’라고 계획하고, 미국에 사는 사람은 다 미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일단 처음부터 미국인을 포교하는 것도 어렵고,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사람도 그 신분이 다 다른데 영주권자까지는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Clear Mind에 휘광스님께서 스님들을 1세대, 2세대, 3세대로 구분하고 미국인들을 위한 포교를 위해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스님들, 즉 우리 다음세대 스님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분을 읽고 참 일리가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미국 내 포교를 위해 전념해 오신 분이니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이시겠지요?

휘광스님  해외포교라는 말 자체의 개념정리부터 해야 합니다. 해외포교의 대상이라고 하면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고 있는 우리 해외동포가 그 첫 번째 대상이 될 테고, 둘째는 영어로만 의사소통이 되는 나라와 그 자국민, 그리고 세 번째가 중국이나 유럽 등 기타 언어를 쓰는 나라를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있으니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현지인들을 위한 포교가 시작될 수 있겠지요. 지금 현 실정은 교포 불교인들을 위해 사찰을 운영하는 수준이고, 영어와 한국어의 이중 언어를 원활히 구사할 수 있는 국제포교사나 스님을 양성하는 일이 해외포교를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아무런 언어장벽 없이 영문법회를 하고 현지인들을 포교해야 그것을 해외포교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영문법회를 할 수 있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스님과 포교사를 지금 우리가 양성해야 합니다.

서천스님  언어적인 문제에 저도 공감합니다. 불교문화를 통한 불교적 모색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종단에서도 이런 실정을 잘 파악해서 교육프로그램이나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올바른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체계화된 한국 사찰의 프로그램과 미국 내 한국사찰이 연계하여 참모습의 한국불교를 소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하선원의 경우에는
문화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사찰운영에 도움을 주곤
합니다. 제 소장품을
판매한다든지 요가,
참선프로그램을 실시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다소
해소하지요..”

휘광스님  한국 사찰과의 연계관계가 쉽지 않습니다. 마땅한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찰이 주택을 개조하여 사찰을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침 뉴욕 불광사가 추진하던 불사가 원활히 진행되어 한국의 안국선원이라는 단일사찰과 연계되었습니다. 이를 효시로 많은 교류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또한 미국인들의 한국 선(禪)에 대한 관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앞으로 불교가 적당한 환경만 갖추어진다면 좋을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혜각스님  베트남이나 티벳 등 다른 나라의 불교 상황을 살펴보면, 그들은 국가적인 지원이 대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조계종단 차원에서 구체적인 해외포교를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미동부지역은 한국불교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티벳 등 여러 나라 불교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역사나 그 전통에 비해 한국불교의 영향력이 미비한 것이 현실입니다. 가장 큰 이유가 종단의 지원미비라고 보십니까?

서천스님  종단에서 어떤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준다면, 현지의 불자들이 보다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여러 방면에서 불교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요즈음은 종단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구체적인 불사를 검토할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혜각스님  덧붙이자면, 국제포교사를 양성해도 해외에서 이들을 수용하고 활용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 불교는 ‘템플스테이’ 등 한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발달되어 있는 반면 현지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포교에는 미비한 점이 아주 많습니다.

“한국불교는 ‘템플스테이’ 등
한국 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발달되어
있는 반면 현지에서
외국인들을 위한 포교에는
미비한 점이 아주 많습니다.”

휘광스님  해외포교를 위해 종단에서 꼭 해야 할 구체적인 일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미국에는 서부 LA지역과 동부 뉴욕지역에 한인들이 가장 많습니다. 종단에서 실질적으로 해외포교를 하겠다고 한다면 현 시점에서 이 두 지역에 적어도 종단차원의 사찰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런 구심점도 없이, 미국에서는 모든 스님이 개인의 힘으로 처음부터 시작하니 여러 가지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종단에서 스님들이 거주할 사찰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다른 하나는 스님들의 교육과정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해외포교라는 말을 유행어처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님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강원 교육을 들여다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고수합니다. 예를 들자면 해외포교를 위해 꼭 필요한 영어교육은 하지 않고, 모든 과정이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화 사회에서 수년 전의 모습 그대로를 고집한 채 해외포교를 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양상입니다. 더욱이 더 높아진 한국불교 신도의 수준을 고려해서라도 스님들의 교육과정에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원영스님  3년 전 총무원장 법장스님께서 미국을 순방하셨을 때 저희가 두 가지 사항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 내 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지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스님들이 5년간의 수계과정 동안 해외로 나갈 수 없는 규제를 수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는 5년간 한국의 교육기관에서 공부해야지, 해외로 나가면 비구계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제도적인 한계를 수정해 주기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휘광스님  종단에 등록된 해외사찰일 경우 법랍과 승랍을 인정해주는 것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불광사를 해외사찰로 등록하면서 안 사실인데, 현재 종단에 등록된 해외사찰이 하나도 없습니다. 수십여 개의 한국사찰이 미국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진행자  미국에서의 한국불교가 다른 나라의 불교보다 그 전파력이라고 할까요, 이해도라고 할까요. 좋은 성적을 주기에는 미비한 점이 많은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조계종단의 현명한 지원의 미비이군요. 해외포교의 일선에서 활동하시면서 이 밖에 다른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원영스님  해외포교가 스님들 중심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신도들의 활동이 따라 주어야 합니다. 현재 각 사찰에서는 다양한 신도모임이 있을 텐데요, 미동부지역을 대표하는 신도단체가 있으면 각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넘어서 보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또한 예불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습니다. 현지인들에게 예불을 하도록 할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적어도 영어로 된 예불집 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참선포교를 한다고 하더라도 체계화된 참선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텐데요, 30여 년간을 해외포교의 일선에 계셨던 숭산스님 어떤 시스템을 가지고 계셨는지 연구해보는 작업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영어와 한국어의 이중
언어를 원활히 구사할 수 있는
국제포교사나 스님을 양성하는
일이 해외포교를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서천스님  사찰운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마하선원의 경우에는 문화프로그램,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사찰운영에 도움을 주곤 합니다. 제 소장품을 판매한다든지 요가, 참선프로그램을 실시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다소 해소하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국불교 문화를 매개로 한다면 경제적인 문제 극복 뿐만 아니라 포교도 한결 용이하리라고 믿습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불교문화를 통해 불교에 귀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고, 현지인들에게도 한국문화를 통해 한국불교를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지요.


진행자  적극적으로 문화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고 계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서천스님  우선 경제적인 뒷받침이 부족하고 뜻있는 불자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종단의 지원이나 정부의 문화부에서 중심역할을 해 문화프로그램이 어느 개인의 이익사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공의 사업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이를 지원할 불자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진행자  뉴욕일원을 중심으로 한국불교 사찰들을 대표하는 뉴욕사원연합회가 있습니다. 연합회에서 그 역할의 일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까요?

서천스님  가능한 일이지요. 하나로 모아지는 중심터가 있어야 경제적인 후원도 용이하고, 운영에도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영스님  포교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 중 하나로 지금까지 얘기한 문화 사업이나 미국현지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장소, 예산 등이 요구되는데 아직까지는 사원연합회도 그 역량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행자  Zen이라고 알려진 불교명상이 미국인들에게 일반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불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해외포교라는 말에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시급한데요. 마지막으로 각 사찰의 스님께서 계획하고 계시는 그림, 구상 이런 것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휘광스님  여러 가지 조건과 환경의 미비로 해외포교다운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던 차에 안국선원과 연계가 되어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국선원의 수불스님께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간화선 수행을 하시겠다는 열의를 가지고 계십니다. 여기에 저희 불광사가 가지고 있는 기반을 한데 어우러지게 해서 간화선 수행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또한 문화프로그램, 한글학교 등 불자들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입니다.

서천스님  마하선원은 현재 비영리종교단체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수행프로그램을,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요가를 합니다. 일요일 법회와 문화 강연회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사찰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마하선원이 위치한 롱아일랜드에는 현재 약 5만의 한국교포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사찰은 마하선원뿐입니다. 나는 마하선원이 한국인들을 위한 정신적 문화적 터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한 밑바탕을 다져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포교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 중 하나로 지금까지
얘기한 문화 사업이나 미국
현지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장소, 예산 등이
요구되는데 아직까지는
사원연합회도 그 역량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혜각스님  아직 이곳에 온지 6개월여 밖에 되지 않아서 적응을 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능인선원은 올해 9월 개강을 목표로 대학을 운영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찰에 마땅한 프로그램이 없어 많은 불자들이 교회로 가는 실정입니다. 올해 봄이 되면 교양강좌를 비롯하여 한국불교 정신을 심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시하고자 합니다.

원영스님  현재 보리사는 절을 확장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할 곳이 BCC라는 대학과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곳 대학생이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참선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불교학교를 2기까지 시행했는데, 미술프로그램을 중심으로 3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 개인적으로 콜롬비아대학에서 학생 모임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토요일에 모임을 갖는데 참선지도와 산행을 하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TV와 연계해 불교 강좌를 할 계획도 있습니다. 불자 및 비불자일지라도 불교를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까 합니다.
 

[Clear Mind 2008년 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