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회 법회, 9만명 수계…4년 성과

임기만료 앞둔 군종교구장 일면스님

군종특별교구장 일면스님이 지난 8일 호국 원광사에서 임기 4년간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부에서 희망하는 재임에 대해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4년간의 공과와 남은 과제를 차기 군종교구장에게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스님은 인사말에서 “임기 4년을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종책의장님, 종무실 실무자들, 언론에도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부처님오신날 즈음해 총무원 스님에게 재임의사가 없음을 피력한데 이어 지난 5월 경주에서 열린 군승하계수련회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이번에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님이 이처럼 재임 불가를 거듭 밝힌 것은 재임을 바라는 여론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님은 “재임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처음 군종교구장을 맡을 때부터 결심이었다”며 “군을 너무 몰랐기 때문에 고무신이 닳도록 뛰어다니겠다고 스스로 원력을 세웠다. 실제 엄청 다녔다. 정말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일했다. 그래서 두 번할 힘도 생각도 없다”는 말로 재임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스님의 지난 4년간 업적은 수치가 말해주었다. 군종장교를 할당할 때, 각 종교별 지원액수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장병 수계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군종교구 출범 이듬해 수계자는 3만4000여명이었다. 다음해 4만여명으로 약간 늘어났다가 지난해는 8만7000여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1분기가 지난 올해는 지난해보다 앞질렀다. 이대로 가면 군종교구 목표치인 10만명 달성도 무난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수입이다. 지난 4년간 군종교구에 들어온 돈이 73억원에 달한다. 이 중 여러 사람이 소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만인동참 후원금이 8억2천여만원, 안국선원 진흥원이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후원금이 7억여원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상설 후원금은 23억여원에 달한다. 이 금액의 상당부분은 군종교구장스님과 인연이 있는 스님 신도들이 보탰다. 기자회견에서 일면스님은 “군종교구장을 맡기 전부터 잘 알고 있던 분들이 군 포교를 위해 도움을 주셨다. 저 역시 그분들을 위해 끊임없이 안부전화를 올리고 때때로 찾아가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법당을 비롯한 교육관 등 종교시설도 많이 늘어났다. 46개 법당에서 중창불사가 있었으며 14개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스님이 ‘고무신이 닳도록 뛴’ 증거는 군 법당 방문 횟수를 통해 드러난다. 수계법회와 특별법회를 합쳐 4년간 총 139회에 이른다. 월 3회, 즉 매주 군 법당을 다녔다는 이야기다. 수계수가 3000여명에 이르는 논산훈련소처럼 대규모 법당에서부터 100명이 채 안되는 연대급 법당에 이르기 까지 스님은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지 달려갔다. 주변에서는 건강을 많이 염려했지만 스님은 기자회견에서 “건강은 걱정 없다. 오히려 더 힘이 났다”고 말했다.

군종교구 종무실에서는 지난 4년간의 성과를 분야별로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점이 군승정체성 강화였다. 모든 법당에 종정예하 교시를 게시하는 등 조계종 소속감을 높이는데 앞장섰다. 군승 사기 앙양을 위해 매년 해외연수를 추진했으며 초임 군승을 격려 위문하는 행사도 개최했다. 군승 자질 향상을 위해 동안거 포살, 하계수련회를 개최해 새로운 정보를 제공했다. 인격지도에 교육비를 지원하고 예비군승 교육제도를 강화했다.

늘어난 예산 상당 부분이 군승들 지원에 쓰였다. 격오지에 산재한 연대급 법당에 포교용품을 지원하고 법사들에게는 매월 일정액 격려금을 전달했다. 육군훈련소를 비롯 각종 교육부대에 대한 지원을 집중한 것도 큰 성과다. 군종교구 출범 전에는 군승들이 자체적으로 화주를 해 불사를 했지만 이제 군종교구가 불사를 책임지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장성과 그 부인 등 현역불자 신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조직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도 큰 업적으로 꼽힌다. 군법사 개인 역량과 경험에 의존하던 군포교가 교구 종무행정 체제 속으로 편입돼 조직화 시스템화 된 것도 지난 4년간의 성과다. 늘 미달했던 군승후보생들도 전방위적 노력을 펼친 결과 정원을 채웠다. 이를 통해 군불교가 활성화 되고 대외적으로 위상이 강화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의욕이 앞서는 바람에 오해도 많이 샀다. 스님은 “군 법사들이 교구에 오기를 꺼려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처음에 법사들을 다그치는 등 많은 무리가 있었다. 그 후 제 본심을 이해하고 서로 마음이 합쳐졌다. 특히 국장들이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앞으로 과제도 많다. 특히 육군훈련소 법당 신축이 가장 큰 과제다. 스님은 “육군훈련소에 5000명 수용 가능한 새 법당을 짓는 것은 우리 전 종단이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다. 10.27법난 기금 중에서 일부를 들여 호국관을 짓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후임 교구장께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구니 스님이 군종장교로 편입하지 못한 문제와 타 종단이 종단 내 여러 이견으로 인해 들어오지 못한 일도 풀지 못한 숙제다.

군승 독신조항을 삭제한 종헌 개정에 대해서는 “나 역시 종단 스님으로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토의하고 문제점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스님은 “차기 군종교구장이 종단 중진 스님 중에서 나오든 군법사 출신 중에서 임명되든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며 “교구에 관심 갖고 힘 닿는대로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끝으로 당부하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종단에서 군 법사들을 파견한 뒤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오랫동안 법사들 스스로 군 포교를 이끌어왔다. 군종교구 역할이 이 분들을 하나로 모으고 돕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종단에서는 선뜻 돕는 분들이 많지 않다. 아직 군 포교 재원도 의지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난관을 해결할 길은 굳은 원력이다”며 한가지 사례를 들었다. “ 모 주지 법사가 훈련병 수계 때 자기도 연비를 하겠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올해 수계 목표를 3만명으로 삼았는데 이를 꼭 달성하겠다는 원력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 군 포교에서 가장 큰 힘은 그 같은 열정과 의지다”

스님의 임기는 7월25일 까지다.

박부영 기자
[불교신문 2009년 6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