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건축의 현대화 어떻게 할 것인가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오늘 학술대회
한중일 건축가와 전문가들 한자리 모여
한국불교 건축이 나아가야할 방향 고민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 만해사로 들어가는 직선의 길과 법당의 외부. 법당의 외부는 마치 허공에 일획을 그은 듯한 단순한 형식의 현대적 외관을 보인다.

한국 건축사는 불교 건축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만큼 한국건축 역사상 불교건축의 비중은 크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생활양식과 건축 재료가 바뀌면서 나무와 흙을 기본 소재로 한 건축양식만을 가지고는 현대인의 삶을 담아내기에 무리가 따른다. 주거ㆍ업무공간이 시멘트 철 유리 등 현대적 재료를 사용, 급속히 변모하는 것처럼 불교사원 공간도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현대 생활에 어울리고, 예배와 수행공간으로서의 품격과 격조도 갖출 것을 요청하는 시대다.

이처럼 한국 불교 건축이 안고 있는 전환기적 과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시대 한국불교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논의하고 모색하는 행사가 열린다.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공동회장 강동균ㆍ김용환)가 마련하는 국제학술대회 ‘현대불교건축의 방향과 모색’이 그것. 1일 오전 10시30분 부산 금정구 안국선원에서 열리며 한ㆍ중ㆍ일 건축가 및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한양대 우경국 교수는 ‘사회적 소통공간으로서의 현대불교건축’을 주제로 강연한다. 31일 전화로 만난 우 교수는 ‘불교건축물의 열린 공간’을 주장했다. “종교 행위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의 형식도 변한다. 불교는 우리나라에서 종교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로 정착됐다. 일반인들도 쉽게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에 놓여있는 부처, 탑, 어목, 연꽃, 탱화 등의 상징물도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통도사 무불전과 같이 부처를 모시지 않은 사례(참선, 법문 등의 행위 공간)가 있듯이 불교 건축은 상징의 문제보다도 인간의 존재를 깨닫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하고, 그래야 일반인에게도 하나의 문화적 장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우경국 교수가 가로 방향의 목조 건축 사찰의 구조적 한계성을 탈피하기 위해 제시한 세로 방향의 법당내부 그래픽. 부처를 향해 중심에서 예불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목조 사찰의 구조적 한계성도 지적했다. 목조건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간이 세로 방향보다는 가로 방향으로 짓게 되면서(세로 방향으로 건축하면 기둥이 많아진다), 부처를 중심으로 좌우에서는 측면을 보고 절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에는 설법과 포교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스님이 좌중을 향해 설법을 할 때도 측면을 향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 교수는 “현대 건축에서 전통적 사찰형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기능적인 불편뿐만 아니라 건축학적 관점에서 볼 때 과거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전통은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대 김개천 교수는 ‘현대 한국 사원의 건축과 방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수 또한 사찰 기능의 변화가 이뤄져 왔듯이 경제적ㆍ도시적 접근에 따라 건축양식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대 불교는 대중과 ‘친밀한’ 소통을 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고 위안을 주는 장이 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 시대 불교 건축물은 종교적ㆍ예술적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지만 간과하고 있다”며 “오늘날 도심 사찰은 변화된 사회적ㆍ경제적ㆍ문화적 배경과 더불어 전통 사찰보다는 훨씬 복잡한 기능과 형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중생의 고난을 덜어주고 기도처로서의 역할 등 전통적 기능과 함께 신자들의 휴식과 여가를 위한 복합적 기능을 확충하는 새로운 디자인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찰의 형식을 전통모방, 전통+현대, 현대적 형식 등으로 분류했다. 새로운 개념의 불법도량으로 강원도 인제군의 만해사, 전남 담양군의 정토사를 소개하며 불교적 조형특성과 현대적 특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결국 불교 건축물은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그 프로그램이 불교적 감동을 주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외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의 ‘전통건축에서 본 현대 한국 불교건축의 방향’, 일본 카노 타다마사 교수의 ‘안국선원의 건축 플랜과 일본 현대불교사원의 건축 흐름’ 등의 주제발표가 이어진다. (051)583-0933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국제신문 / 2008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