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서 해탈 꿈꾸며 자유 누려요”

스노보드 국제대회 여는 용문사 호산 스님

스키장 사고 방지 기도갔다 인연
한국선수 자신감 성장 계기됐으면
세바퀴 반 회전 묘기 기대하세요

장삼자락 휘날리며 스노보드 타는 경기도 양평 용문사 주지 호산(사진) 스님이 다시 일을 저질렀다. 올해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한 지 10년째인 스님은 어느 날 취미를 넘어 꿈나무를 키우기로 작심하고, 2003년부터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달마오픈 스노보드 대회’를 개최해 왔다. 그가 올해부터는 규모를 국제대회로 키워 오는 30일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파크 스키월드에서 ‘달마오픈 국제 스노보드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는 캐나다 국가대표 크리스틴 립스콤(28), 일본국가대표 구도 고에이(17) 등 세계적인 스노보드 스타들이 참가한다.

“불자들의 수행 목표가 해탈이요, 대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스노보드 마니아들이 눈 덮인 설원에서 해탈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구속을 벗고 자유의 경지를 맛보는 일은 소중합니다.”

호산 스님은 봉선사에 있을 때 인근 스키장 베어스타운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바람에 기도 요청을 받고 찾아갔다가 스노보드와 인연을 맺었다. 꼭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무엇을 하든 마음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수행이라는 생각이 ‘스노보드 수행’을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고에이 선수는 재작년 주니어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일본의 꿈나무다. 한국에서는 국가대표 박성진(26), 윤정민(22), 김호준(18) 등이 참가해 우승을 넘본다.

“지난 대회 때는 외국 선수들이 시범경기차 왔는데, 한국 선수들의 높아진 기량을 보고 정식으로 한번 겨뤄봤으면 해서 서둘러 국제대회를 유치했지요.”

호산 스님은 대회를 통해 한국의 꿈나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한국이 스노보드 경기에 처음 참가하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게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지 얼마 안 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미국 캐나다 일본이 독식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 선수들이 세계 수준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선수들의 기량이 나날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돼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관심과 지원이다. 스님이 몸담고 있는 용문사 신도는 물론 용문사 본사인 봉선사, 대회장 인근 평창 월정사, 안국선원, 조계종 총무원 등에서 대회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호산 스님은 대회를 앞두고 김수철(32) 국가대표 코치와 대회장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선수들과 스노보드 마니아들에게 아낌 없는 애정과 지원을 쏟고 있다. 대회 당일 호산 스님도 파이프를 반으로 절개해 놓은 형상의 하프파이프 트랙(길이 150m, 높이 5.5m)에서 세 바퀴 반을 도는 등 다양한 묘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벌써부터 설원이 술렁인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segye.com
[세계일보 / 2008년 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