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불탱 역동성 선종의 영향”
강우방 ‘선이 한국미술에 미친 영향’서 주장
“불화의 靈氣 표현은 한국만의 독특한 형태”
“선종은 문자언어를 지양하므로 조형 언어도 지양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불화의 역동적 영기 표현이 선종의 산물임을 알게 됐다. 선이 본성의 회복이라면 불교미술에서 영기의 표현은 시공을 넘어서 가장 근원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일 것이다.”
“신라 시대 구산선문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의 중대석, 신라 이후로 화려하게 전개되는 선사들의 부도, 선사비문, 조선시대 건축의 공포, 괘불탱에 이르기까지 기(氣) 또는 영(靈)을 상징하는 영기화생(靈氣化生)이 구름, 용, 연꽃으로 표현된다. 이는 시대가 흐를수록 더욱 강렬하고 역동성을 더해가는 모습에서 선종의 우리나라 불교미술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4월 28일 부산 안국선원에서 개최된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제3회 학술대회에서 이화여대 사학과 강우방〈사진〉 교수는 ‘선이 한국미술에 끼친 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선 불교와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학술대회에서 강 교수는 “중국 도교의 영향으로 발전한 선종은 견성성불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견성(見性)이란 영성(靈性)을 말한다”며 “노장사상의 중심에는 ‘기’의 개념이 있고 한국사상 전반에도 나타나는 그 ‘기’를 나는 ‘영’으로 인식하며 이를 영기(靈氣)라는 용어를 쓰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조선시대 괘불의 형태는 법화경의 영산회상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선종의 중흥조인 육조 혜능 대사의 ‘육조단경’에서 강조되는 삼신불(三身佛) 사상과 명칭을 따른다.
예를 들어 마곡사 괘불이 선의 기원으로 삼는 ‘염화미소’의 석가모니여래를 중심으로 34체나 되는 많은 존상이 영기화생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대연화가 화면 맨 위에 있고, 이 연화는 이중으로 표현된 영기에서 탄생하고 있다. 이러한 무늬는 중국 불화에서조차 발견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형태다.
또한 동화사 비로암의 비로자나불(863년 경)과 같은 여래형 비로자나불에 대해 최근 밀교의 관점에서 연구되는 경향이 있지만 불상의 중대석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구름 모양의 영기문이 있으며, 이 역시 영기화생의 도상을 의도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신라 말 조사선이 여래선의 우위를 차지하게 된 것을 쌍봉사 도윤의 철감선사탑(870년 경), 보림사 체징의 보조선사탑(880년 경) 등을 통해 화려해진 선사탑 조형의 영기화생 문양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또 “비문을 받치는 거북 문양이 용으로 바뀌고 시대가 흐를수록 화려해 지는 것도 영기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선종은 문자언어를 지양하므로 조형 언어도 지양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불화의 역동적 영기 표현이 선종의 산물임을 알게 됐다”며 “선이 본성의 회복이라면 불교미술에서 영기의 표현은 시공을 넘어서 가장 근원적인 아름다움의 상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강석근 동국대 교수가 ‘한국 문학과 선시’, 김봉근 동의대 교수가 ‘차와 선종의 만남’을 발표했다.
이어진 자유발표에서는 구자상 동아대 교수가 ‘불전에 나타난 성차별적 교설을 분석’을, 한국과정사상연구소 이태호 학술이사가 ‘불교와 화이트헤드의 존재론’을 김현남 원광대 교수가 ‘복장 의식에 나타난 만다라적인 특징에 관한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법보신문 / 2007년 5월 9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