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포교당의 역사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서울 4대문 안에는 사찰을 세울 수 없었으며 결국 대부분의 주요 사찰은 산중에 자리 잡게 됐다. 1895년 스님의 도성 출입금지가 해제되고, 불교계 선각자들이 도심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대도시에 포교당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진설명: 제주불교포교당에서 올린 불교식 결혼식. (1927년 음력 3월8일) 사진 출처 : 〈한국불교 100년〉(민족사 발간)

“사찰이 산간에 있음으로 인하여 구세의 정신과 경쟁력이 사라질 것”(〈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지적처럼 일제강점기 민족의식을 깨우고 불법을 전승하기 위한 공간을 필요로 했다. 이런 이유로 각 본사급 사찰은 1910년대부터 20년대 사이에 인구가 밀집한 도심지역에 말사 혹은 분원 형태의 포교당을 지었다.

구한말 산중사찰 도심진출 이래로
말사.분원 형태 포교당 속속 정착

조기룡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의 논문 ‘현대도심포교의 성장과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산 범어사는 1908년 동래구에 현 법륜사의 전신인 동래포교당을 창건했다.

수원 용주사는 1911년 현재 대형사찰로 성장한 수원포교당을 세웠다. 이밖에 금강산 유점사 경성포교당(현 서울 사간동 법륜사, 1928), 통도사 울산포교당(1911), 송광사 전주포교당(1912), 고운사 안동포교당(1910), 월정사 강릉포교당(1924), 화엄사 제주포교당(1928), 봉은사 삼척포교당(1929) 등이 창건됐다.

1910년에 창건된 조계사 전신 각황사도 도심포교의 효시로 평가된다. 1920년 서울 안국동에 세워져 불교 자주화를 위해 힘쓴 선학원도 있다. 해방을 전후 북한지역을 제외한 다수의 포교당들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1960년대에는 천태종 진각종 등의 신흥종단들이 도심지역에 거점사찰을 세우며 발전을 모색했다. 천태종의 부산 삼광사, 서울 관문사 등이 그 예다. 진각종도 심인당이란 이름으로 처음부터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포교기반을 구축했다.

1970년대 도심포교의 원력을 가진 스님과 재가자들에 의해 도심포교당이 줄지어 들어섰다. 대원 장경호 거사는 1972년 남산에 현대식 사찰인 불교회관 대원정사를 건립했다. 1974년 대각사에서 창립법회를 시작해 1982년 불광사를 세운 광덕스님도 한국불교 대중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외에도 1976년 쌍계사 조실 고산스님이 창건한 부천 석왕사, 송광사 서울분원인 사간동 법련사(1974), 서울 양재동 구룡사(1985), 부산의 여여선원, 서울.부산의 안국선원, 대구의 영남불교대학, 서울 능인선원(1984) 등도 유명한 도심포교당이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 / 2006년 6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