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禪 수행 열기 전국 뒤덮어

전국 시민 선방서 직장인·주부 등 정진

안국선원 새벽·오전·오후 맞춤 수행
원당암 3개월 방부… 1주 용맹정진
해운정사 ‘南진제’ 법문들으며 참구

조계종종정 법전스님은 5월 9일 하안거 결제일을 맞아 3개월의 정진에 들어가는 운수 납자들에게 결제법어를 내렸다.

법전스님은 법어에서 납자들에게 조주선사와 수유화상의 문답을 소개하고 ‘조주탐수(趙州探水)’ 공안의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화두 삼아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하안거에는 전국 1백여 개 선원, 2천 2백여 명 수좌 스님들이 방부를 들고 3개월 간 수행에 나선다. 이 납자들은 물도 없는 방에서 물의 깊이를 잰 조주 선사의 진의를 알기 위해 화두를 더듬어 나갈 것이다.

3개월 간의 가열찬 안거 정진은 단순히 출가 스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부산 안국선원·성북구 길상사·강남 봉은사·수유리 화계사·인천 용화선원·합천 해인사 원당암·부산 해운정사 등 전국에 산재한 시민·보살 선원에서도 재가 불자들이 3개월의 안거 기간 동안 방부를 들거나 출퇴근하며 화두를 참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시민 선방들은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돼 많은 재가 불자들이 수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재가 간화선 수행 전문 도량인 서울·부산의 안국선원(선원장 수불)이다. 안국선원은 재가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이미 한달 전인 4월 15일부터 안거에 들어갔다.

3개월의 안거 기간동안 방부를 들인 재가자는 서울 선원에 8백80여명·부산 선원에 9백20여명에 이른다. 숫자만 보면 안거 기간 내 조계종에서 정진하고 있는 수좌스님들과도 맞먹는 수치다.

이들은 3개월의 안거 기간 동안 4시30분∼6시30분까지 새벽반·10시∼12시 오전반·14시∼16시까지 오후반으로 나뉘어 자신이 맞는 시간에 와서 정진한다. 새벽반의 경우 대부분 직장인들이 참석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학부모나 주부들이 주로 참가해 화두를 참구한다. 이 같은 안거 기간을 성만 했을 경우 이를 입증하는 안거증도 발부된다. 이를 통해 재가불자들은 다시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발심을 가지게 된다는 게 안국선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국선원 홍법운영팀장 은암거사는 “안거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서울과 부산에서 1천2백여 명의 불자들이 간화선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안거 기간을 성만하는 불자들도 참가자 중 90∼95%에 이를 정도로 열심이다”라고 소개했다.

조계종 10대 종정 故 혜암스님이 주석했던 해인사 원당암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재가불자들도 스님과 마찬가지로 안거에 참여하고 있다. 혜암스님 주석 당시에는 안거 기간 방부를 드는 사람만도 2백여 명이 넘을 정도로 참가자가 많았으나 시민 선방이 대중화되면서 지금은 많이 축소됐다.

하지만 이번 안거 기간에도 80여 불자들이 방부를 들고 수행 정진에 들어갔다. 이들은 여타의 시민 선방과 다르게 3개월을 상주하면서 매일 8시간 씩 화두를 든다.

또한 안거 기간 중에는 일주일에 달하는 철야 용맹정진 기간도 포함돼 있다. 이번 하안거에는 오는 7월 22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 간 매일 16시간씩 정진에 들어간다.

원당암 관계자는 “방부를 든 재가불자는 80명 정도이지만, 일주일 용맹정진 기간에는 전국에서 2백∼3백여 명의 불자들이 참가해 화두를 참구한다”고 전했다.

21세기 현대 대표적 선지식인‘남진제 북송담’스님이 주석하는 해운정사·용화선원에도 시민 선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부산 해운정사는 60여 재가불자가 5월 12일(음 4월 18일)부터 경내 시민선원에서 방부를 들었다. 이들은 3개월 간 선원에 머물면서 각자의 화두를 참구하게 된다. 금모선원에서 수행하는 스님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3시에 기상해 8∼9시간 수행에 진력한다.

또한 매월 초하루와 지장재일에는 직접 진제스님에게서 수승한 법문을 듣고 수행 점검을 할 수 있는 기회도 갖는다.

인천 용화선원(선원장 송담)에서도 적지 않은 수의 재가불자들이 하안거에 들어갔다. 용화선원의 재가 선원은 신심있는 재가 여성불자로 한정된 ‘보살선원’과 대상이 자유로운 ‘시민선원’으로 나눠 운영되며, 이번 안거에는 보살선원에 1백32명이 시민선원에 3백 명이 방부를 들었다. 이들은 선원 내 청규를 지키면서 스님과 다를 바 없는 정진을 해 나간다.

대효스님이 이끌고 있는 경기도 안성 활인선원도 하안거 기간동안 ‘행복 참선 학교’를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10시부터 17시까지 재가불자들이 참선 수행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며, 2·4째 토·일요일은 철야정진이 이뤄진다. 안거 기간 중에는 참선·금강단식 수련회가 5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런 재가불자들의 간화선 수행 열기에 대해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명상이나 단전호흡 등 사회적으로 마음 닦는 수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 수행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런 수행의 열기가 포교적 역량으로 승화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간화선 수행을 시키기보다는 팔정도 수행 등 가장 기본적인 수행법들을 접근케 한 다음 간화선을 수행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주간불교 2009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