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훈련소 호국 연무사를 가다

불기2553 부처님오신날 특집Ⅳ / 함께 하는 세상1

육군훈련소는 한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신병교육대다. 이곳을 거쳐 가는 장병이 연간 22만명에 이른다. 가장 인원이 많은 현역병 외에 공익근무요원에다 통역관, 공중보건의, 전문연구요원, 공익법무관 등 다양한 병과의 장교들도 이 곳을 거쳐 간다.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받는 장병 비율은 점차 늘어나 2013년 께 육군 전체 훈련병을 담당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각 종교계는 육군훈련소 종교 공간을 확장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난 4월18일 육군훈련소를 탐방했다.

‘대한남아’ 태어나는 그곳서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나다

2013년 전체 훈병 담당…시설 확장 현안 과제
군법당에 ‘대통령 내외 연등’ 첫 설치 뜻 깊어

군 입대의 상징 ‘논산훈련소’는 정식 명칭이 육군훈련소다. 한국전쟁 때 만든 7개 훈련소 중 제2훈련소로 출발했다가 육군훈련소로 변경됐다. 논산에 위치해 보통 논산훈련소로 불리며 부대의 별칭 ‘연무대’(練武臺)는 이승만 대통령이 지었다. 연무대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에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육군훈련소 법당이 호국연무사(주지 보운 김종봉 법사)다.

지난 4월18일은 훈련병 수계날이었다. 현역병들은 월요일 입소해 3일간 입소대대에 머물며 피복을 지급받고 신체검사 적성검사 등을 한다. 입소한지 3일 째 되는 수요일 이들은 첫 종교생활을 한다. 입소대대에서 연대로 배속 받은 훈련병들은 5주간의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4주간 훈련을 받는 공중보건의 법무관 등 보충역들 역시 입소대대에 머무는 시간만 하루로 짧을 뿐 나머지 훈련 일정은 거의 같다. 연무사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또 수계법회를 연다. 한 주 전에는 군의관 400명이 동시에 수계를 했다. 주지 보운법사는 “의사 400명에게 한꺼번에 수계를 하는 것은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18일은 포교원장을 역임한 도영스님이 계사로 참석했다. 도영스님은 군 포교에 가장 열정을 지닌 원로스님 가운데 한 분이다. 스님은 2007년과 2008년에도 수계법회에 참석했다. 수계법회를 주관할 계사 스님을 모시기는 주지 법사의 중요 업무다. 수계사는 수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병들 간식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스님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 돈이 7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는 매월 막바지에 몰려 수계법사를 모시다가 ‘펑크’가 나면 군종교구장 일면스님이 수차례 대신 메웠다. 도영스님은 오래전부터 육군훈련소 포교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서 해마다 수계를 빠트리지 않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장병들이 오기를 기다리던 오전, 청와대불자회가 연등을 달기 위해 연무사를 방문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청와대불자회는 국가의 안녕과 국민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대통령 내외분 연등을 단다. 올해는 군법당이 처음으로 추가됐다. 국방부가 있는 호국 원광사와 3군 사령부가 집결한 계룡대 호국사 그리고 육군훈련소 법당이 선정됐다. 불자회 회원인 정영진 국방비서관실 행정관(공군대령)이 부인과 함께 계룡대를 거쳐 연무사를 방문했다. 정 대령은 “이곳 뿐만 아니라 전 군에서 훈련 중인 갓 입소한 장병들이 건강하게 훈련을 마치기를 기원하는 대통령님의 염원을 담아 국방부, 계룡대와 더불어 육군훈련소에도 등을 달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공직에 있기 때문에 휴일을 빌어 사찰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수계법회 열리면 법당 안 병사들로 ‘인산인해’
장병 헤집으며 연비하는 스님ㆍ법사모습 눈길

법회 한 시간 전 도영스님이 연무사에 도착했다. 이에 앞서 수계법회를 도울 인근 부대 군승들도 합류했다. 연비를 도울 동학사 학인, 수계 후 공연을 진행할 조계사 합창단 지휘자 오민경 씨와 석왕사 합창단 지휘자 홍은지 씨도 도착해 음향시설을 점검했다. 도영스님은 군포교 전문가 답게 이것 저것 챙기며 질문을 던졌다. 단연 화제는 훈련소 법당 신축이었다. 도영스님은 “주지 법사가 부임한 뒤 수계자가 엄청 늘어났는데 시설이 열악해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주지가 있는 동안 기공식을 할 수 있도록 애를 더 쓰라”고 격려했다.

<사진> 수계가 끝난 후 펼쳐진 공연 모습. 훈련병들이 가장 열광하는 무대다.

한 시간 전부터 조교 인솔 아래 훈련병들이 열을 맞춰 법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 나무 의자에 모두 앉을 수 없어 의자 중간 중간 플라스틱 방석을 깔고 앉고도 모자라 법당 바깥 처마 밑에까지 꽉 찼다. 이를 지켜보던 주지 보운법사가 한숨을 쉬었다. “여름에는 괜찮지만 겨울에는 추위에 떠는 병사들을 차마 못 본다”며 울상을 지었다.

수계법회가 시작됐다. 오계를 지킬 것을 다짐하는 병사들의 우렁찬 대답소리가 법당을 울렸다. 동학사 학인스님과 법사들이 향을 들고 구역을 나눠 연비를 했다. 통로까지 꽉 차는 바람에 주지법사는 책상 위에 올라 뛸 듯이 이곳 저곳을 건너다니며 연비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32사단 지용 구윤호법사가 “우리 주지 법사님의 특기”라고 웃었다.

수계가 진행되는 동안 인솔한 조교들은 조교 휴게실에서 잠을 자거나 비디오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조교휴게실은 보운법사의 아이디어다. 인솔 조교들도 법당에 가면 ‘얻는 것’이 있어야 훈련병들 인솔에 적극적이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럭에서 훈련병들 줄 간식을 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두 도영스님이 보시한 돈으로 산 물품들이다. 법당 한 켠에는 군종교구에서 내려 보낸, 부처님오신날 자비의 선물이 가득 쌓여있었다. 훈련소에는 올해 6000개가 배당됐다. 단일 부대로 가장 많은 수량이다. 그만큼 이곳 육군훈련소에 보내는 불교계 기대와 지원이 엄청난 것이다.

수계가 끝나고 마지막은 공연시간이었다. 두 사찰 합창단 지휘자가 무대에 오르자 훈련병들의 환호소리가 떠날 듯 울려 퍼졌다. 지용법사가 익숙한 솜씨로 자칫 흥분하기 쉬운 장병들을 진정시키며 공연을 이끌어 갔다. 맛있는 간식과 아름다운 두 여성의 공연을 지켜본 장병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묻어났다.

논산=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주지 보운법사 부임 후 ‘수계자 6천명’

연무사를 지키는 사람들
헌신적 노력으로 수계자 ‘최다’ 배출 기염
김선주ㆍ구윤호 등 후배법사 지원도 ‘든든’

훈련소 인근 부대에서 근무하는 법사들은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다. 훈련소 외부 수계법회가 있으면 인근 법사들이 돕는다. 지난 4월 도영스님 법회에는 35사단 덕연 김선주 법사, 32사단 지용 구윤호 법사, 부사관학교 원웅 김승민 법사, 항공학교 법화 오세왕 법사, 종군교 혜징 김대수 법사에다 멀리 증평 37사단 상찰 이정엽 법사 까지 동참해 수계를 도왔다. 주변 지역 부대 외에 3군 응두 김응 법사, 계룡대 남장 김갑영 법사 등 선배법사들도 신도들을 동원해 부대를 방문하는 등 큰 도움을 준다.

<사진> 수계가 진행되는 동안 조교들이 훈련병에게 나눠 줄 간식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보운법사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간식비를 3억 여원 가까이 화주했다.

여러 지원단체 중 불교어머니회(회장 김옥분)는 역사도 길고 후원 내용도 가장 알차다. 25년 전부터 육군훈련소 법당을 지원하는 어머니회는 수계증 제작, 연등 달기 등 실질적인 지원을 한다. 4월 법회에서 수계증 3500명 분을 밤을 세워가며 제작했으며 버스 한대에 탑승한 회원들이 동참해 현장에서 연등을 만들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매월 15만원의 지원금을 보태고 있다.

안국선원 수불스님도 큰 후원자다. 스님은 지난해 3월부터 매월 4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수불스님처럼 매월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면 법당에 큰 힘이 된다. 보운법사도 스님의 후원에 감사해 때마다 찾아 인사를 올린다. 진각종 혜정심인당도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매월 100만원씩 지원했다.

매월 참가하는 수계사들도 많은 후원금을 보시한다. 지난해 1월 수계법회를 주관한 김응 법사를 비롯 원로의원 도문스님, 무상스님, 부산 금련사, 군법사 출신인 능원스님, 학성스님 등도 지난해 수계 때 마다 700만원을 보탰다. 군종교구도 일면스님이 계사로 참석할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외 개화사 주지 스님 500만원을 비롯 대전 충청 화엄회, 주지협의회 등 여러 단체 스님들이 훈련소를 지원했다. 올해도 동화사 마야회 1000만원을 비롯 영진스님, 불교어머니회, 백암사 등 여러 사찰 단체가 힘을 실었다.

이렇게 해서 모인 후원금이 지난해 2억8800만원에 달했다. 이 후원금들은 모두 훈련병들 간식에 쓰인다. 빵 음료수 초코파이에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귤이 추가되고 수계법회 때는 기념품도 준다.

다양한 지원과 후원을 이끌어낸 주역은 현 주지 보운 법사다. 장병들 간식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앵벌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화주했다. 3억 여원에 이르는 간식비는 그렇게 해서 조달했다. 열심히 뛴 덕분에 보운 법사가 2007년 말 부임한 이래 꾸준히 증가하던 수계자는 지난해 매주 평균 2000~2500명에 이르다가 지난 2월에는 6000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호국 연무사는 수요일 입소대 금강법당 법회를 비롯 매주 일요일 주 야 2~4회, 매월 토요일 두차례 수계법회 연다. 작년에는 4월까지 수계자가 7000명이었는데 올해는 4월에 그 두 배인 1만5000여 명까지 늘었다.

논산=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불교신문 2522호/ 5월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