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현스님 “사부대중 함께하는 수행공간 필요”

“한국불교가 세계 속에서 정신문화의 중심으로 서기 위해서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수행공간이 필요합니다.”

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 주지 함현스님은 10일 문경시와 봉암사 인근 부지 매입과 국제선센터 건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제선센터는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 인근 125만9천여㎡(약 38만평)의 부지에 건립된다. 봉암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볼 때 앞 산 너머의 너른 땅이다. 이날 체결된 양해각서에는 문경시가 대한석탄공사로부터 매입한 부지에 봉암사와 함께 '국제 선센터'를 건립키로 협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함현스님

비록 이날 개략적인 건립 일정이 발표되기는 했지만, 이날 양해각서 체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문경시에 따르면 6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제선센터는 12년간 1단계 386억 원, 2단계 214억 원이 소요되며, 우선 1단계 사업으로 14만㎡(4만2천 여 평) 부지에 예불공간 5개 동, 선원공간 9개 동, 포행공간 21개 동, 지원시설 3개 동, 진입공간 3개 동 등 모두 41개 동의 시설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제선센터, '봉암사 수행환경 보존' 일환

봉암사의 석탄공사 부지 매입 추진은 주지 함현스님을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봉암사 수행환경 보존’ 사업의 일환이다.

함현스님은 “원북리 부지 매입은 전 주지이신 원타스님 시절부터 매입을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함현스님은 지난해 11월부터 관공서와 접촉해왔다. 그러나 대한석탄공사가 소유한 부지는 특성상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민간이 직접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조계종 종립선원 봉암사의 수행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외부시설이 봉암사 쪽으로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대한석탄공사 소유의 38만평 부지를 문경시가 매입키로 결정하자, 이 부지를 확보하려는 각계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타종교에서 시설 건립을 위해 부지매입을 추진하기도 했고, 부지가 38만평에 달하기 때문에 골프장, 공원묘지 등을 건립하려는 업자들도 많았다.

다행히도 국제선센터와 같은 문화시설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구축하려는 문경시와 봉암사의 의견이 일치해 양해각서 체결까지 이루어졌다.

함현스님은 “수행환경 보존 차원에서의 불사를 지향해왔다”고 말했다. 스님은 봉암사 턱 밑까지 올라온 사하촌 상가의 대다수를 모연을 통해 매입했다. 또 봉암사 내의 당우 불사를 하면서도 최대한 수행을 중심에 두고 불사를 진행했다. 10일 낙성한 동방장을 비롯해 주지 취임 이후 9개 동의 수행공간이 새롭게 조성됐다.

함현스님은 “봉암사 산문폐쇄 당시 봉암사 서쪽 봉우리인 오봉정 안쪽을 스님들만의 수행공간으로 하고 봉암사는 대중에게 개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봉암사 입구 안쪽 전역을 폐쇄키로 했다는 것.

사부대중 함께 수행할 공간 필요

스님은 “그 과정에서 스님들이 수행에 매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은 확보했지만, 사부대중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수행공간은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불교가 살려면 그러한 국제적인 수행센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함현스님의 생각이다.

함현스님은 “태국의 아잔 차 스님이 운영하는 왓 바퐁이 국제적인 수행센터로 성장했다”며 태국의 예를 들었다. 한 스님의 원력으로 시작한 오두막 수행처가 이제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찾아와 불교를 접하고 수행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법의 등불이 꺼지지 않고 언제나 활발발한 수행공간이 바로 봉암사입니다.”

물론 국제선센터 건립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는 스님도 있다. 함현스님은 “설득을 통해 우려와 오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국제선센터 건립은 단시일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제선센터 건립이 더디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일단 골프장이나 타종교 시설이 산 너머에 들어서는 것을 막는 것만으로도 봉암사의 수행환경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15억 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이 있어야 한다. 함현스님은 “안국선원 수불스님이 선뜻 화주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매입 예정부지는 현재까지는 석탄공사 소유이고 매입과 관련한 서류만 문경시로 전해진 상황이다.

함현스님은 봉암사 주지 소임을 이달 말 내려놓는다. 본래 임기는 4월까지이지만 이번 동안거 해제를 기점으로 후임주지스님에게 인수인계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임기가 끝나가지만 아쉬움은 없다”는 게 함현스님의 퇴임을 앞둔 소감이다.

봉암사 주지 물러나 인도행 계획

후임 주지에 대해서는 “더욱 뛰어난 분이 오실 것”이라며 “어느 스님이 오더라도 저보다 더 뛰어난 분이 오셔서 봉암사 살림을 맡게 될 것”이라며 겸양을 보였다. 스님은 “마조선사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누어주라'고 말씀했다. 자기만 고고하게 있는 것만이 수행자의 모습은 아니다. 나누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누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봉암사 수좌로 모신 적광스님이 고우스님 등과 후임주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의견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봉암사 후임 주지는 2월 16일 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봉암사 주지에서 물러나는 함현스님은 “잠시 휴식을 가진 뒤 인도로 가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부처님 성도지인 부다가야에 각국의 사찰이 건립되어 순례자를 맞이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한국절이 없다”며 “그곳에서 세계인 누구나 와서 참배하고 한국불교를 만날 수 있는 도량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혁진 기자 webmaster@budgate.net
[불교포커스 / 2009년 0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