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수행처 어떤 곳이 있나

조계종포교원 '불자 수행프로그램 현황' 발간

온 사회가 수행과 명상 열기로 뜨겁다. 수행이나 명상 서적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가 하면 기업체 임직원들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명상과 수행, 수련 프로그램이 단골로 오른다. 하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이 명상이나 수행을 배우려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불교의 장자 종단, 수행종단이라고 자부하는 대한불교조계종조차 일반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행 프로그램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계종 포교원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일반인들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현황을 조사한 뒤 ‘불자 수행프로그램 현황 조사보고서’를 19일 발간했다.

전국의 수행처 53곳을 현장 조사, 참선과 간경·독경, 염불, 주력, 절, 사경, 위파사나 등 불교 전통 수행법은 물론이고 선무도, 동사섭, 사불, 명상아카데미, 아봐타 등 최근 개발, 보급되고 있는 수행프로그램 등 모두 12개 수행법에 대한 현황을 담았다.

이 조사 보고서는 지난 2002년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주관으로 결성된 ‘종단 수행체계연구위원회’의 수행체계 연구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 조계종의 수행체계를 정립하기 위해 어디에서, 누구의 지도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이다. 기초적인 조사 작업의 성격상 별도의 분석 작업은 하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의 수행처 선정에는 보고서가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일별하기만 해도 각 수행처의 특징이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만공선사의 법맥을 받은 전강선사에 이어 송담스님이 주석중인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용화선원은 스님선원과 보살선원 외에 3개의 시민 선방을 운영, 시민들이 참선을 시험하는 수행처를 제공한다.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선방 가운데 승가의 전통을 가장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의 상업업무지구에 있는 금강선원은 강남 선원 외에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폐교를 인수, 좌선과 행선, 묵언, 오후불식, 참선강의등을 단계적으로 지도한다.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동의 안국사에서 운영중인 안국선원도 부산선원뿐 아니라,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서울안국선원, 경남 창원시 용호동의 창원안국선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미주안국선원 등 국내외에 4개 선원에서 수천명이 화두를 드는 대중선방. 이밖에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선방으로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과 강남구 삼성동에 각각 선방을 두고 있는 수선회를 비롯해 무심선원(부산) 법기선원(부산) 보림선원(부산, 서울) 우곡선원(서울, 부산) 원명선원(제주)등이 있다.

보고서는 이와함께 포항의 재가 불자들이 진행중인 금강경독송회를 비롯, 송광사승가대학(전남 승주), 전북불교대학(전북 전주), 한마음선원(경기 안양) 등지에서 진행중인 간경 및 독경 수행을 비롯, 염불, 절, 사경(査經), 위파사나 수행 현황을 비교적 소상히 담고 있다.

조계종 포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조계종 차원에서 추진중인 간화선수행지침서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02-2011-1911

김종락 기자 jrkim@munhwa.co.kr
[문화일보 / 2004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