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맹목적 재현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

현대사찰 신모델 제시 한양대 우경국 교수

“불교건축은 신자들만의 공간이기보다는 사회구조 속의 한 인자로 소통을 담보해야 합니다. 즉 대중과의 소통, 사회와의 소통, 문화와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미학적 시대정신이 투영될 수 있는 건축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대 진정한 불교건축이란 수행자, 신자, 문화, 시대정신, 자연 등 모든 것이 소통되고 통섭될 수 있는 형식이어야 합니다.”

우경국〈사진〉 한양대 교수는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회장 김용환)가 11월 1일 부산 안국선원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현대불교건축의 새로운 모색’이란 논문을 통해 “건축은 시대정신과 사회 구조 속에서 잉태하며 그 결과를 형식화 하는 것”이라며 “전통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건축과 마찬가지로 불교건축 또한 현대 건축의 흐름 속에서 이 시대의 미학적 개념으로 구축돼야 하는 당위성을 갖게 됩니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우리나라 교회건축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유독 대부분의 사찰건축만이 큰 변화가 없습니다.

우 교수는 “불교는 수행으로부터 종교적 의미로 사회화되면서 그 형식이나 행위가 변화됐으며 이에 따른 건축공간의 형식도 달라져왔다”며 “믿음과 수행이 문화적으로 승화되고 사회와의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전통적인 가람 공간 개념만으론 그러한 행위를 담보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불교적 공간이란 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곳도 아니고 신자들 간에 대화를 나누는 곳도 아닌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소”라고 강조한 우 교수는 불교해석과 그에 따른 건축형식으로 △현대불교의 종교적 의미와 문화적 의미의 결합에 따른 공간 변화 △전통적 형식에 대한 재해석과 시대 미학적 관점에 따른 형식 도출 △불교의 상징성에 대한 재해석과 건축과 자연의 새로운 관계 설정 △사회, 문화, 대중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 건축 개념 등을 제시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법보신문 / 2008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