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선원 간화선 수행프로그램 집중탐구

* (미산스님) 안국선원은 1989년부터 지금까지 약 20여 년 동안 현대인에게 맞는 간화선 수행을 지도하여, 효과적인 대중포교에 성공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하안거에도 서울 800여명과 부산 900여명이 참여하여 정진하는 등 그 호응도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간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오늘 대담에서는 그 성공 요인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불교의 현안인 ‘간화선 대중화’의 실현방안을 함께 모색해보면 좋겠습니다. 그간 스님의 간화선 수행 지도가 큰 효과를 거두자, 처음에는 종단에서도 스님의 지도방법이 정법에 입각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사적인 방편을 쓰시는지 의심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과거에 스님을 처음 뵙고 6~7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나름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스님의 자세한 답변을 듣고는 ‘그것 참 새로운 간화선 지도법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지도법에 대해 의구심을 풀지 못하고 있으므로, 우선 이 점에 대해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 (수불스님)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선지식에게 나아가서 ‘선지식이 던져주는 1700 공안 중에서 의심되어진 그 입장이 화두요 또 그것이 활구다’고 합니다. 그런 활구 의심을 해야지 제대로 된 화두 공부라고 하지요. 더불어 선지식에 의지해 길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공안에서 인연되어진 의심이 화두다’고 생각합니다.
‘공안에서 인연되어진 의심이 화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의심을 어떻게 잡드리 하게 하느냐, 즉 공부인으로 하여금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의심이 안 되는 것을 생으로 일으키게 하면 상기병에 걸립니다.
고인들이 말하길 ‘진정으로 활구의심이 잡드려지면 3일에서 7일’이라 했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그런 입장에서 공부할 수 있게 만들까요? 《몽산법어》에 자세히 제시된 기존의 공부 입장과 틀에 대해서는 저도 대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제가 덧붙이고 싶은 점은 ‘공안의 문제는 제시되었는데, 왜 답을 찾는 일을 하지 않느냐?’는 점입니다.

* 공부인들이 화두 상에서 문제만 외우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 그렇지요. 문제만 되풀이해서 외우거나 공안 전체를 자꾸 되새김질만 해서는 공부가 나아가질 않습니다. 문제는 한 번 보고 듣고 느끼면 되지, 다시 자꾸 외울 것이 뭐 있습니까? 답을 찾지 않고 문제만 외우고 있으면, 화두에 의심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 《서장》이나 《몽산법어》에서는 바르게 가르쳐주셨고 또 당시에는 바르게 공부했었는데, 간화선이 역사 속에서 흐르다보니까 그런 바른 법이 상실되어 버리고 지금은 문제만 가지고 의심을 쥐어짜는 식의 간화선이 유행하고 있다는 지적 같습니다. 그렇게 공부해서는 실제적인 활구 의심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씀이지요?

-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활구 의심이 잡드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안에서 비롯된 의심이 화두다. 그 화두를 활구라고 한다. 그 활구가 안 들려지면 간화선이 아니다.’는 입장이 확고한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공부인으로 하여금 ‘활구의심을 어떻게 잡드리게 하느냐’ 하는 지도방법이 중요한 것입니다. 들려고 하지 않아도 들려질 수밖에 없는 활구의심을 공부하게 해야 할 텐데, 현실적으로는 이런 점이 많이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고 진솔한 대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스님께서 지난 20여 년 동안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간화선을 지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체험을 갖게 하고 또 실질적으로 변화시켜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 전부터 종단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 점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저는 봅니다. 현재 안국선원에서는 매 결제철마다 안거에 참여하는 숫자가 매우 많은데, 이것 하나만 보더라도 스님의 지도방법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안국선원의 수행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텐데, 그 경험과 노하우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 1989년 부산 시내에서 우리 노스님께서 ‘금정포교당’이라고 써주신 현판을 내걸고 시작했습니다. 저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세상 사람들의 안목을 열어주고 인식을 전환시키는 알맹이 있는 수행도량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결국 우리 조계종의 간화선 수행을 실참하도록 독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간화선 수행방식으로 지도했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50여명이 들어와서 한 철을 나면 그 중에서 반이 나가고 또 한 철 지나면 그 중에서 또 반이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1년 6개월 동안 지도하면서 참담한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이건 안 되는 건가?’ 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결국 100여 일 동안 문을 닫아걸고 과연 문제점이 어디 있는가를 점검해보았고, 이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문제점은 신도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가르치는 나한테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존의 화두 공부 방법을 가지고 의심을 일으키도록 해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안 걸린 것을 걸렸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되게 해보려고 밀어붙여 보았지만, 신도들로서는 아무리 해도 화두가 잡드려지지 않으니 결국엔 한계에 부닥쳐 스스로 나가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 기존의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닐 테고, 결국 내가 소화하지 못한 것이구나.’ 하고 반성했지요. 남들을 눈뜨게 해주는데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를 발견하기까지는 남을 지도할 수 없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고민 중에서 제가 발견한 것이, ‘아! 답 찾도록 해야 하는데 문제만 외우게 했구나.’ 하는 성찰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문제가 제기되어야 그에 대한 답을 찾게 됩니다. 그렇게 실제로 답을 찾아야 벽에 부닥쳐 의심이 일어나고 또 그 의심이 지속될 텐데, 허구한 날 문제만 외우고 있었으니 항상 제자리에서 맴돌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선지식에게 가서 화두를 타오게 하고 저는 실참만 지도했는데,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화두를 제가 직접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로 손가락을 튕겨주고, “누가 이렇게 하게 합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신도들에게서 “마음이 합니다.”, “손가락이 합니다.”, “내가 합니다.” 등의 답변이 나옵니다. 그때 저는 모조리 부정해버립니다.
마음은 왜 아니냐? 부처님이 깨닫고 난 뒤에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이름붙인 것이 ‘마음이다’, ‘여래다’, ‘원각이다’, ‘불성이다’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을 배워서 답이라고 해봐야 자기 안의 번뇌 망상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깨닫지 않으면 아무리 알음알이로 답을 외워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부정하는 것이니까 그것도 안 됩니다. 마음이라고 해도 안 되고 아니라고 해도 안 된다면, 대체 이것을 무어라고 해야 합니까? 또 내가 죽어 송장이 되면, 손가락이나 내가 움직이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살아있는 동안은 누가 움직이게 했겠습니까? 죽으면 못하지만, 살아있는 나는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손가락이나 내가 움직이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다음에 이제 제가 본격적으로 문제를 냅니다. 제가 문제를 내지만, 문제는 한 번 보고 듣고 느끼기만 하면 된다고 당부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답만 찾도록 하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내가 하는 것도, 마음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합니까?”
이제 문제 따라 답을 알려고 하는 생각이 일어나면, 뭔가 석연치 않은 기운이 마음속에 걸리게 됩니다. 뭔가 갑갑한 기운이 공부인들의 안에 자리 잡게 되지요. 그런 기운이 왜 생겼습니까? 목마른 자 물 찾다가 물이 안 나타나니까, 목만 더 마르게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갑갑하니 알려고 해야 하고 알려고 하지만 알아지지 않으니까, 답을 찾아 계속 끝까지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저는 그 의심만은 결코 놓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또한 번뇌 망상이 일어나더라도 무시하라고 일러줍니다. 번뇌 망상을 없애고 공부하려 하지 말고, 같이 동행하되 화두에만 집중하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문제로 의심되어진, 문제와 더불어 의심화 된 그 갑갑함이 바로 화두라 는 점을 명심시킵니다. 그것만 붙들고 나아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화두가 들려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알약을 먹으면 그대로 있습니까? 몸에 들어가면 퍼져버립니다. 약이 몸 밖으로 나간 게 아니라, 몸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화두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를 삼켰는데 답을 모르니까, 그 문제가 온몸에 타성일편 되어 의심화 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 의심화 된 것을 계속 집중하고 추궁하십시오. 내면으로 돌이켜 자꾸 살펴서 한 덩어리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렇게 해나갈 때 어떤 방해가 오더라도 경계에 흔들리지 말고 그럴수록 화두에 더 집중하라고 합니다.

또 거문고 줄에 대한 비유도 일러줍니다. ‘거문고 줄 고르듯이 하라’는 입장도 물론 소화하지만, 반면에 ‘머리에 불붙은 것처럼 공부하라’ 혹은 ‘가시 달린 쇠 채찍을 맞는 아픔을 느낄 정도로 뼈저리게 공부하라’ 했는데 무슨 거문고 줄을 고르느냐는 것이죠. 저는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거문고 줄 끊듯이 하라’고 합니다. 반면에 거문고 줄 고르듯이 하라는 말은 화두가 회광반조 되어 완전히 도망가지 않을 때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마치 팽이를 칠 때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때려서 최선을 다해서 정중동으로 만들어야 하지만, 일단 정중동이 된 후로는 치면 안 되고 그때는 가만히 비춰봐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입장이 되어야 비로소 거문고 줄 고르듯이 하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정중동이 되서 비춰보는 입장이 되면 바로 몽중일여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화두 들고 의심해봐야 알 수 있지, 의심 안 해보고 이런 말만 자꾸 듣고 말만 배워서는 될 일도 안 될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한 번 들어가서 확인해보려는 의지가 있을 적에, 거기서 뭔가 경계에 부닥치면서 얘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 간화 의지를 바르게 살펴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편 또 다른 입장도 있습니다. 꿈 깨고 난 뒤에는 화두 아닌 게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화두가 타파되어 모든 것이 비밀 없이 다 드러났는데, 어떤 화두를 또 들고 의심해야 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그럴 때는 그때 나름대로의 또 다른 시절인연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선지식을 찾아가서 점검 받고 행할 일이지요. 그렇게 견처를 얻게 되는 인연으로 나아가려면, 선지식이 주는 공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서 거기서 살펴진 활구 화두를 놓치지 말고 집중하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될 적에 공부 인연이 가깝습니다.
그렇게 되면 앉으라고 안 해도 신도들이 알아서 앉게 되어 있어요. 앉고 서고 이런 게 문제가 아니니까요. 왜냐하면 서면 화두가 도망가고 앉으면 화두가 챙겨지니까, 저절로 공부가 되는 쪽으로 움직여 갑니다. 그런 뒷얘기는 챙겨주지 않고 다만 ‘화두만 들어라’ 해도, 어떻게 하면 화두 안 놓치는지를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해라 마라 안 해도 저 알아서 하게 됩니다. 그런 입장을 계속 밀고 들어가다 보니까, 가끔 도망가는 사람도 있고 겁을 집어먹는 사람도 있고 환희심에 빠지는 사람도 나옵니다. 그러다가 그런 경계를 다 이겨내고 뭔가 나름대로 자기 성찰이랄까 조금의 체험이랄까 그런 것을 맛보는 경우도 나오게 되지요.
그리고는 그 뒷일을 또 모르니까 묻게 되겠지요. 거기까지는 왔는데,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런 문제는 다 선지식이 경계 따라 길을 열어놓았으니까, 알고 있는 얘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여기에 무슨 비밀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미 부처님께서 깨닫고 다 나눠줬으니, 우리도 그 길을 따라야지요. 뭐 혼자만 간직하고 그럴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일을 지금 이 시대만 할 게 아니고, 우리 뒤 세대에도 이어져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부처님 가르침이 이 사회에 큰 이익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어떻게 됐든지 부처님 가르침이 올바르게 퍼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다 보니까, 신도들도 뭔가 믿음을 내고 또 수행을 통해 이익이 생기니까 해라 마라 안 해도 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그 방법으로 부산에서 계속 간화선을 지도하셨습니까?

- 금정포교당을 2년 하니까, 우리 스님이 부산의 절을 저에게 주시는 바람에 거기서 이 방법으로 10여년을 지도했습니다. 그때는 거칠게 시켰습니다. 믿음을 내고 공부하러 온 사람들에 한해서는 승속 구별 없이 단칼에 사정없이 밀어붙였습니다. 오히려 스님들한테는 더 가혹하게 대해서, 스님 대접 안 해준다는 오해도 많이 받았지요. 저로서는 더 잘 공부시켜드리려고 했던 것인데요. 다 세월이 지나가면 추억으로 남을 일이겠지요.

* 서울에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 사실 저는 서울에 올라올 마음이 없었습니다. 서울이 좋거나 싫어서가 아니라 단지 수행하는 사람이 뭐 서울까지 올라가나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마침 서울의 신도들 3~40명이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한 달에 두 번씩 부산까지 몰려 내려오는 것입니다. 사실 굉장한 정성이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잖아요? 그분들을 보며 차라리 제가 올라가는 게 돈이 적게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두 번 제가 서울로 올라갈 테니까 여러분들이 포교당이나 하나 만들라고 했지요. 이렇게 해서 서초동에 포교당이 생긴 것입니다. 어찌 보면 시절인연이 되었는지, 만들자마자 좋은 사람이 많이 모였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기초가 빨리 다져진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고, 방해도 들어왔죠. 제가 종단에 승적을 올린 이름을 썼으면 오해를 덜 받았을 텐데, 종단에 문의하니까 제 이름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몇 년 전에 정식으로 범어사를 거쳐서 지금 이름을 종단에 등록했습니다.

*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셨고, 그러면서 스님만의 노하우를 확보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안국선원 신도들은 선수행을 통해 신행활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사실 굉장히 독특한 것이거든요. 종교 신앙체계로 말하자면 1차, 2차를 거치지 않고 3차의 직관적인 데로 바로 들어가서 질적인 변화를 시켜주는 교육방법을 사용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습니다. 그게 쉽고 빠릅니다. 왜냐하면 법문 듣는 눈과 귀가 새로워지니까 현실을 대하는 안목이 바뀌는 것이지요. 이렇게 전과 다른 차원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되다 보니까, 이 분들이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신행활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 그래서 신도들이 사찰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조직이 굉장히 질서 있게 움직이는군요.

- 그런데 제가 조직을 만들고 관리한 적이 없어요, 공부만 가르쳤지. 제가 신도를 관리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전화기도 없고, 신도 집을 찾아가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신도들은 법회를 통해 만나고 또 공부 가르칠 때 만나고, 그렇게 단체로 만나지 일대일로 만나서 조직화하고 관리하는 일은 제가 하지 않습니다. 신도 일은 신도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지요.

* 수행을 잘 지도해 놓으니까 수행의 힘에 의해 조직 자체도 활성화되고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사실 스님의 지도방법 중에 특이한 것이 일주일간 집중수행을 시키는 것인데요, 그것을 통해 질적인 변화를 시킬 때에 스님의 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겠지요?

- 왜냐하면 그분들이 맛보지 못했던 것, 일찍이 생각 못했던 것, 전혀 뭐가 뭔지 몰랐던 것, 그런 일들이 여기 와서 벌어지니까요. 자기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더 통쾌하게 느끼게 되니까요. 뭐라 할까, 그 체험이라는 것을 직접 맛본 사람들은 믿으라 마라의 차원이 아니라 믿지 마라 해도 믿고 싶은 마음이 될 것입니다. 그게 삿된 입장일 것 같으면 이렇게 지속적으로 발전이 안 됩니다. 금방 한계가 오죠.

* 일반적인 교육 시스템은 교육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행동을 고치도록 합니다. 이렇게 하면 좋은 결과를 낸다는 식의 점진적인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제시하는 것은 굉장히 돈오적인 방법입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사유체계와 교육체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즉각적으로 열어주는 것이기에 교육학적으로 봤을 때도 대단히 획기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왜냐하면 그런 방법을 제가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몰랐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겠죠. 점차적으로 길들여가는 일반적인 유교식이나 관습적인 교육방법을 왜 저인들 모르겠습니까? 우리가 그렇게 교육 받아왔는데요. 그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죠. 그게 일반적이고 체계화된 방법이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방법 외에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소개 안 된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먼저 소개되었고, 삽삼(33) 조사들도 다 소개해놓은 것입니다. 다만 육조스님 대에 와서 크게 대중화되었지요. 육조스님의 법제자가 43명이지만, 그 외에도 깨달은 사람은 승속을 막론하고 셀 수가 없었다는 근거가 있거든요. 또 내려오면서 대혜종고 스님과 인연 맺은 사대부들도 많이들 깨달았지요. 그분들은 일반 유가 학자들로 불교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가 없이도 간화선을 통해 기연을 맺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도 선의 입장에 관심을 가진 이나 안 가진 이나 관계없이 누구나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분모에 기대어 수행으로 몰아넣어버립니다. 그런 방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다행히도 불교를 많이 알고 모르고에 관계없이 좋은 인연을 맺는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저도 이건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습니다. 그런데 몇몇이 되고, 자꾸 되다보니까 ‘아 이게 되는 거로구나, 이게 안 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요. 그래서 ‘나 혼자만 가르쳐 될 일이 아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나눠줄 수 있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에서 이렇게 인터뷰에도 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능력은 못 나누어 가지잖아요.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 대신에 다른 분들이 타산지석으로 참고해서, 나름대로 사람들로 하여금 체험시켜줄 수만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이걸 드러낼 때가 된 것 같습니다만, 그 대신에 참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이해되게 전달될 수 있을지…. 하지만 아무리 오해가 있을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건 부처님 법을 전하는 일인데 내가 혼자서 노하우를 가지고 살아서 될 일이 뭐냐? 내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판인데 이걸 드러내 놓아야지!’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 여태까지 수행해왔고 또 찾아왔던 입장에서, 이런 방법 체계라도 남들에게 기여를 할 수 있다면 세상에 공개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 사실 우리 한국 전통의 간화선은 돈오돈수의 입장을 취해왔지 않습니까? 스님께서는 그런 돈오의 입장에서 간화선을 매우 쉽게 대중화하는 일을 스타트 하셨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스님의 작업이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돈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 학술적으로 세밀하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간단히 말해서 ‘형상을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의 돈오’와 ‘형상이 있지만 형상을 떠날 수 있는 돈오’를 구분해서 말하고 싶습니다. 육조스님에게 ‘앞의 돈오’와 ‘뒤의 돈오’가 있는데, 그 앞의 돈오는 아직까지 상이 끊어지지 않은 돈오고 뒤의 돈오야말로 상이 끊어진 돈오이기 때문에 조사위를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니 돈오돈수의 돈수는 상이 없는 차원의 공부법입니다. 마치 관세음보살이 이름은 있지만 모양이 없는 것처럼.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요. 어디엔가 자리하고 계셔서 관세음보살이라고 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입장의 모습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수행방법이 돈오돈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주일간의 집중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돈오를 경험하게 되는 사람들은 상이 없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까?

- 일반 많은 사람들은 어쩌다 돈오를 체험하더라도 아직 상이 완전히 소멸되는 입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라한과는 자기 수행은 해도 아직 남을 가르치지는 못하거든요. 상이 소멸되는 보살지에 올라가야 자기 수행도 하고 남도 깨닫게 해주는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연출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이런 의미에서 돈오 후 바로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입장의 사람이 나오는 것은 쉽지 않죠. 혹시 과거의 인연이 맞아떨어진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밖에서 볼 때는 “돈오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거기선 지금까지 수천 명이 경험했다고 하니, 저게 맞는 거야 틀린 거야? 저걸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하는 인식이 나올 수도 있는 거죠. 이런 것들이 힘들고 어려운 부분인데, 앞으로 함께 풀어나가야죠.

* 스님께서는 상이 있는 점수적 돈오, 그리고 상이 없는 돈수적 돈오를 구분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아직 상이 있는 점수적 돈오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니까, 그런 후에도 계속 정진해나가야 하는 것이죠?

-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정진하는 과정에서 특히 법문을 많이 들어야 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정진을 꾸준히 하면서, 변화해가는 자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는 것이 좋습니다.

* 스님께서는 그분들을 위하여 계속 조사어록 강의도 하시고 기타 법문도 많이 하시는 것이죠?

- 예, 그렇게 하면 제 공부도 되고요.

* 사람들은 그런 정진과 공부를 통해 더욱 순숙되고 깊어지는 것이지요?

- 그렇습니다.

* 그 이후에는 특별히 무슨 수행 계위는 없습니까?

- 돈오한 후에 수행계위를 정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수행할 뿐이지요. 순수한 수행자의 정신과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수행하면 할수록 인과를 더 철두철미하게 믿게 됩니다. 그렇게 청정계율을 지키면서 본연의 자세를 견지할 때, 바람직한 내일을 기대할 수가 있겠지요.

* 일반적으로 몇몇 사람들이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계율을 너무 소홀히 해서 수행의 바탕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정말로 돈오를 한 입장이라면 저절로 계율이 갖추어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안국선원에서 수행한 분들의 수행일지를 점검해보았더니 나름대로 체험한 분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더라도 거친 업을 짓는 행위에서는 자유로워지는 것 같더군요. 여기서 수행한 분들은 가정생활도 잘하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히 개선되고 또 가족들도 그런 변화를 보고 감동해서 더 존경하고 뒷바라지 해주는 것 같습니다.

- 수행을 하면 무슨 착한 행동을 해라 마라의 차원이 아니라, 정진의 힘이 저절로 몸에 배게 됩니다. 그렇게 우러나오는 행위의 결과 자체가 착한 행동으로 나오는 것이겠지요. 돈오의 힘이 그런 입장의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 교리적으로도 선정이나 삼매의 깊은 수행에 들어가면, 그것의 바탕은 선심(善心)입니다. 선심이 결여된 수행 정진은 진정한 수행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수행을 제대로 했다면 그 자체는 선심 덩어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리적인 입장입니다.

- 예, 공부가 익어 가면 자기가 공부한 것하고 선리적인 입장하고 서로 일치하는 사실을 체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오매일여를 말할 때에 화두 의심 속에서 살펴지는 오매일여하고 화두 의심을 타파하고 난 뒤의 오매일여가 다릅니다. 둘은 용어는 같지만 내용은 서로 다른 것인데, 돈오 후 수행을 해가면 이런 차이점까지도 스스로 살펴지는 계기가 오게 됩니다. 그런 안목까지 소화할 수 있도록 정진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이 한쪽에 치우친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아직 화두 공부도 안 하고 글자에 매여 있구나.’ 혹은 ‘글자를 무시하고 자기 사고에 너무 치우쳐 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계율을 잘 지켜야 복과 공덕과 원력이 생깁니다. 공부가 익어 가면 갈수록 자비심이 솟아나오는 법입니다.

* 돈오 체험을 하고 지혜가 충만해졌다 할지라도, 그것이 자비로 연결되지 않으면 불교의 반쪽에 불과하겠죠.

- 어리석은 것이죠. 오히려 공부하고난 뒤 마구니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대승에서는 혼자 수행하고 끝내는 것을 소승이라고 하는데, 만약에 자기 공부를 끝내고 교화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소승이죠.

- 사실 그냥 편해지게끔 되어 있는 것이 이 공부입니다. 그러나 전생 숙업인지는 몰라도 업이 너무 진하면 인위적으로 각찰해서라도 업에 끄달려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을 다 거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비 실천을 하는 모습을 통해 거듭나게 되고, 또 그런 입장이 전개되어야 진정한 공부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 모든 인연을 오랫동안 겪어내고 성숙해져서 자비의 화신으로 거듭나는 것이 보살행이 아니겠습니까?

* 부처님 같이 과거 무한한 시절동안 보살행을 통해 쌓아올린 무수한 복덕과 공덕의 힘을 바탕으로 깨달았을 때는 그대로 법을 널리 펴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우리는 부처님의 경우를 거울삼아 빨리 하려들지 말고 늘 살얼음 걷듯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심하면서 꾸준히 실천해야 합니다. 사실 어쩌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갑자기 돈오를 체험했다 할지라도, 그런 인연법을 자기 복으로 삼고 감사한 마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회향할 수 있는 기회로 돌려야지요.

* 앞에서 활구 화두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요, 제가 오래 전에 참선하던 때가 생각나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때는 선방에서 화두를 던져주고, 의심이 안 나면 송화두 주작화두도 좋으니까 무조건 의심이 나도록 외우라고 했습니다. 저로서는 그런 점이 너무 힘들어서, 이것은 꼭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스님이 제시하는 것은 바로 의심이 들리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활구라고 하는 것이죠?

- 그것이 확인 안 되면 제가 가르치지 못하지요. 실제로 확인한 체험의 축적을 바탕으로 지금 이렇게 지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면, 제 양심으로는 이런 입장을 드러내지 못하죠. 남을 활구로 이끌어 의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의심 끝에 스스로 뭔가 체험할 수 있는 인연을 열어준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것이 바른 길이라면 누군가는 그런 식으로 가르쳐야 할 게 아닙니까?

* 한국의 선불교가 우수하다고 하는 것은 누구나 말을 하는데, 실제 그 영향력은 미지수입니다.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화선이 경절문이고 부처님 가르침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에, 이것을 우리나라에서만 전할 게 아니라 지구촌 시대에 전 세계에 선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그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통역을 두고 가르쳐 보았는데, 한국인들처럼 외국인들도 똑 같이 되고 어쩌면 더 쉬운 점도 있습니다. 7박 8일이면 웬만큼 공부시킬 수 있습니다. 직설로 파고들어가는 것이니까, 얼굴 보면 말귀를 알아듣고 있는지 파악이 됩니다. 단지 외국인들이 대승불교의 꽃인 돈오를 맛보더라도, 불씨를 살려내는 그 뒤의 인연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깝습니다. 사실 일부러 외국에 나가서도 하니까,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공부시킬 수 있는 인연이 된다면 그것도 괜찮겠지요.

* 스님께서도 해외에 선수행을 알리는 데 관심이 많으시군요. 그래서 하버드대학에 한국불교연구를 위한 장학금도 내시고, 미국 휴스턴 안국선원에서 미국인들도 지도하시고, 또 뉴욕 불광선원의 불사도 지원하신 것 같습니다.

- 휴스턴에서는 10여명을 가르쳐 보았는데, 그 중에 한 분은 나중에 땅바닥에서 절을 할 정도로 신심을 내기도 했습니다. 외국인들조차 그렇게 할 때는 무슨 까닭이 있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직접 수행해서 맛보면, 과거에 몰랐던 대긍정과 대자유를 느끼고 근본적인 삶의 전환을 이루게 됩니다. 그런 힘이 모두 돈오에서 나오는 것이죠. 그것은 인종이나 국적을 초월합니다. 저도 해외에서 간화선을 펴기 위해 노력하시는 스님들을 나름대로 도와드리려고 노력합니다.

* 한국불교는 그동안 사회 여론을 리드하는 지성인들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고, 또 인재들의 안목을 바꾸는 수행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소홀하여 결국 작금의 종교편향 사태를 초래했다고 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성인들에게 선을 대중화하는 일이 시급한데, 스님께서는 혹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요?

- 저는 원래 내일을 설계하지 않고 삽니다. 지금에 최선을 다해 잘 사는 것이 미래에 잘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지요. 항상 현재에 만족하고 살아가니까요.

* 그것이 수행의 핵심이지요. 즉시 현금, 지금 여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살아가는 삶이 사실 불조들께서 살아가신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 그렇지요. 한편 종교 갈등이 일어나는 사회에서는 불교를 직접 알리기보다는 어쩌면 불교문화를 먼저 보급하는 것이 현명한 방편입니다. 지성으로 무장한 상대방을 설득시키려면 이쪽이 먼저 내적인 힘을 축적해야 하겠지요. 지적이고 학문적인 언변으로 사회인들을 납득시키려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에게 전해져오는 소중한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간화선법이 있으니까, 이것을 체험하게 하면 훨씬 빠른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그렇게 안목이 열린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자연히 사회적인 분위기도 바뀌게 되겠지요. 아무튼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부산에서 선불교대학을 하자고 하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도와드릴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런 선불교대학이 활성화되어 불교문화를 주위에 널리 보급하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간화선이 좋으니까 거칠게 무조건 하라는 게 아니라, 먼저 문화적인 저변을 넓히는 일을 하는 기관이 필요하니까요.

- 그것은 서양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달라이 라마가 터전을 많이 닦아놓았습니다만, 서양에도 문화가 먼저 들어가고 그 후에 종교가 따라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먼저 동서가 문화적 교류를 통해 하나 되는 정신적 가치관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 불교가 들어가야 순수하게 불교를 받아들이지, 그러지 않으면 불교가 들어가더라도 현지의 종교와 충돌이 나고 거칠어집니다.

* 결국 간화선의 대중화문제도, 막무가내로 이게 좋으니까 무조건 해라가 아니라 문화적인 저변 확대를 통해 세련된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만 효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입니다.

- 선의 가치도 상품화하고 순수한 흐름을 이끌어내어 문화의 한 장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하겠습니다. 저도 이런 점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카테고리로 인간을 묶어두지 않기 때문에 세계인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정신적 가치입니다. 국내외를 통해 정신적 안정이 절실한 혼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데, 이에 기여할 수 있는 불교적 가치의 실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또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을 때입니다.

* 그렇습니다. 세계적 추세로 봐서도 돈오적 불교가 필요한 때가 오는 것 같습니다.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김홍근
미산스님: 백양사에 출가한 이래 수행과 교학에 전념해 왔다. 고불총림 운문선원과 봉암사에서 선수행을 하였다. 스리랑카와 인도에 건너가 불전언어인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연구하였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의 찰나설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바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고불총림 백양사 참사람 수행원 원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상도선원 선원장과 중앙승가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BuddhaLink> 2008년 11월,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