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바지ㆍ한복 저고리’는 그만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현대한국불교 건축의…’ 학술대회 주목

사찰 건축은 불국토의 구현이라는 상징을 담고 있다. 도심포교가 강조되면서 기와를 얹고 목재를 사용했던 전통사찰 건축양식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도심 사찰이 속속 들어서면서 도심형으로 절충된 사찰 모델이 제시됐지만, 콘크리트 건물 위에 기와지붕을 어정쩡하게 얹은 모습은 ‘양복바지에 한복 저고리’를 입힌 듯 어색하기만 하다.
한ㆍ중ㆍ일 삼국의 건축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현대 불교 사원의 유형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공동회장 강동균ㆍ김용환)는 11월 1일 부산 안국선원(원장 수불)에서 ‘현대한국 불교건축의 방향과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제6회 추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전통건축 전문가인 신영훈 원장(한옥문화원)은‘전통건축에서 본 현대 한국불교건축의 방향’을 발표했다. 한국의 대표건축가로 알려진 우경국 교수(한양대)는 ‘현대불교건축의 새로운 모색’을 발표했다. 이어 김개천 교수(국민대)가 ‘한국 현대불교 사찰의 건축과 방향에 관한 고찰’, 카노 타다마사 교수(일본, 오사카예술대)가 ‘안국선원의 건축 플랜과 일본 현대불교사원의 건축 흐름’, 꿔따이헝 교수(중국, 칭화대)가 ‘중국 불교사원 건축의 성립과 전개’를 발표했다.

# 사원건축의 주체는 출가자

신영훈 원장은“사원건축의 목적이 부처님 이상세계를 구현하는데 있으나 도심법당에서 이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며, “터를 고르는 일부터 조사전을 이룩하기까지 구비될모든 것이 갖춰져야 도량다운 면모를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축면적 등의 제약은 도심에 지어지는 사찰이 산중사찰처럼 일주문에서부터 탑, 법당, 부도에 이르기까지 구색을 모두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신영훈 원장은 “어떤 경우라도 건축을 시작하기 전 도량 조영의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도량은 선지식의 이상성의 추구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도량은 스님이 시작하고 완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신 원장은“무심하거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지 않은지 불사를 하면서도 항상 살펴야 한다”며, 불사에 대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 사원건축 시대와 소통해야

우경국 교수는 불교건축물의 열린 공간화를 주장했다. 우 교수는 “불교가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등으로 변화했듯 불교 건축의 변화도 필연적”이라 말했다.
꿔따이헝 교수는 돈황 막고굴과 운강석굴 등 석굴사가 불전형, 탑원형, 승원식 다실굴 등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을 소개해 우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개천 교수도 “경제적ㆍ도시적 접근에 따라 건축양식도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사원 건축이 초기에는 중국 궁궐 건축 형식을 따랐으나 삼국시대 후기에 이르러 기능성과 공간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일신라시대에는 선종의 영향으로 점차 자유로운 공간구성을 했고, 고려시대에는 장중하면서도 우아하고 단편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공간적 구성이 나타났다”며, “조선시대 사찰은 자유로운 가운데 엄격한 질서를 내재했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들 모두 현대 불교 건축의 소통이 부족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개천 교수는 “이 시대 불교는 대중과 친밀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국 교수는 르네상스 이후 건축 양식에 큰 변화를 겪은 개신교와 카톨릭을 예로 들었다. 우 교수는 “우리나라 교회건축도 상당한 변화를 거쳤으나 대부분의 사찰건축은 변화가 없다”며, “간혹 현대의 건축적 경향을 수용하는 사례가 있으나 형식 변화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불교건축은 수행자, 신도, 문화, 시대정신, 자연 등이 소통하고 통섭되는 형식”이라 말했다.
목조 건축물의 구조적 한계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우경국 교수는 “목조건축이라 세로보다 가로가 선호되면서 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서는 측면을 보고 절해야 하는 구조”라며, “전통사찰 형식을 고수하는 것은 기능적 불편뿐만 아니라 과거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거나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전통은 만드는 것이지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종교적ㆍ예술적 감동 줘야

우경국 교수는 “종교적ㆍ문화적 의미의 결합, 전통형식과 시대미학의 결합, 불교의 상징성에 대한 재해석, 자연과의 새로운 관계설정, 사회ㆍ문화ㆍ대중과의 소통을 감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개천 교수는 “현대 불교 사원은 전통의 단절을 겪은 후 여러 가지 형식을 실험중인 단계”라며, “결국 불교 건축물은 프로그램이 불교적 감동을 주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조동섭 기자
[현대불교신문 / 2008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