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무주상 보시’

후원으로 성장하는 군종교구

군후원금 10억원을 선뜻 내놓은 과천의 어느 노 비구니 스님 이야기가 많은 화제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큰 금액을 선뜻 내놓은 것과 가난한 절이라는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진정한 불사란 이런 것’ ‘아무리 스님이지만 복을 짓기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 는 등 찬사가 이어졌다. 어느 영관급 법사는 “큰 절 보다 작은 절, 알려진 ‘큰 스님’ 보다 알려지지 않은 무명 혹은 익명의 스님들이 더 많은 돈을, 더 자주 내는 것이 우리 군포교의 법칙”이라며 “이번에도 그 법칙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인동참금 지정기탁금 등 방법도 ‘다양’
영진스님과 수불스님은 거액 기탁 ‘모범’

▶<사진설명>도선사 108순례단의 신도들이 보시한 초코파이가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도선사를 비롯 수많은 사찰들이 군법당과 자매결연을 맺어 지원한다. 그 수가 워낙 많아 집계조차 힘들 정도다.

이 법사의 지적처럼 군 포교는 많은 사람들 특히 이름 없는 스님 재가자들의 도움으로 운영하고 있다.

군종교구가 올해 편성한 총 14억원의 예산 중 종단 외부기관 사찰 신도들의 후원금이 70%를 차지한다. 금액으로는 10억원에 이른다. 거의 대부분이 후원금인 것이다. 이 중에서 종단지원금 2억5천만원을 제외하면 7억원 이상이 후원금이다. 기관인 대한불교진흥원의 1억원을 제외해도 개인이나 사찰이 부담하는 후원금은 지난해 6억원에 달했다. 그 내역을 보면 만인 동참금, 개인이나 사찰의 지정기탁금, 행사 후원금 등이다. 교구로 전달된 돈만을 합산한 것이다. 교구로 들어오지 않는, 군 법사 개인이나 군 사찰로 직접 지원하는 금액을 합치면 전체 후원금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후원금의 규모는 다양하다. 한달 1만원씩 부담하는 만인동참금 참가자가 2000여명에 달하는가하면 영진스님처럼 10억원의 거금을 보시하는 경우도 있다. 후원자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안국선원 수불스님이다. 스님은 개인 후원자이면서 거액을 정기적으로 장기간 지원하는, 받는 기관 측에서는 최상의 후원자이다. 스님은 교구가 출범하면서 5년간 매년 1억원 씩 지원할 것을 약정해 현재 까지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스님은 또 매달 100만원 씩을 들여 훈련소를 지원하고 있다. 일면스님은 “수불스님의 군 포교에 대한 열정과 도움은 하도 깊고 넓어서 말로 다 감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후원자의 많은 부분이 지정기탁자이다. 인연 있는 특정한 부대 법당을 돕거나 특정 불사에 써달라며 돈을 기탁하는 경우 혹은 군 법사 가사 등 일정한 주제를 정해 돈을 내놓는 경우가 여기에 속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군 법사 가사 조성금 3천만원을 낸 청량사의 삼오스님과 미타사 주지 명수스님, 안국선원 수불스님 등이다. 육군훈련소 등 신병교육대를 위해 지정 기탁하는 사찰들도 많다. 대표적인 사찰이 도선사다. 도선사는 108순례단을 이끌며 군 법당 한 곳 씩을 지정해 초코파이 등을 보시한다. 순례단 동참 신도들은 초코파이 한 박스씩을 사서 전달하는데 때로는 몇 만 박스가 산을 이룰 때도 있다. 딸을 잃은 슬픔을 군 법당 건립으로 승화 시킨 부산의 한 부부 불자, 자신이 근무했던 부대에 법당을 세운 통도사 오심 스님 등 군 법당 건립에는 많은 후원자들의 땀과 사연이 들어있다.

군불교 후원회 관계자는 “1인당 만원씩 하는 만인 동참금 동참자가 모두 2300여명이며 수시로 스님들이 지정기탁금을 보내주며 어떤 신도들은 논산 훈련소 등 신병들에게 빵을 사주라며 돈을 보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만 해도 “도선사가 논산 훈련소 수계법회 때 훈련병들에게 빵과 음료를 대접하라며 500만원을 기탁했으며 전 교육원장 무비스님께서 300만원을 보내 주셨다”고 밝혔다.

수십년 씩 지원하는 후원자들도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군불교 후원회장 송순옥 보살을 중심으로 한 후원회의 노보살들 이다. 이들은 70년대부터 30년 넘게 군법당과 군법사들을 꾸준히 후원해오고 있다. 또 많은 사찰 신도들이 인근의 군법당과 자매결연을 맺고 장병 들 간식과 법회 등을 지원한다. 이들 사찰 현황은 너무 많아 집계조차 힘들다. 군종교구측은 “교구 출범 후 후원사찰을 파악하고 있는데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후원자들은 대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스님 재가자들인 경우가 많다. 또 어려운 과정에서도 돈을 모아 군을 후원하는 스님들이 많다. 법사들 가사 조성비 3000만원을 부담한 삼오스님은 신도들을 위해 독경하고 법문 한 돈을 꼬박 꼬박 모아 모두 보시했다. 일면스님은 “다른 분들도 그렇지만 삼오스님의 3천만원은 정말 귀한 돈이다. 법회하고 독경하며 모은 돈을 쓰지 않고 모았다고 보내주셨다”며 “교구는 그 고귀한 뜻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회 측도 “통장을 보면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보시자들이 자주 보인다. 지난 달에도 어느 분이 100만원을 보내 주셨다. 군대 보낸 부모 라며 군인들을 위해 써달라고 전화를 하고는 통장으로 2~30만원씩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 제발 이름이라도 밝혀주시면 감사 하겠다”고 말했다.

이 돈들은 모두 투명하게 관리돼 예전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던 연대급이나 그 이하 부대 지원에 주로 쓰인다. 이경진 홍보계장은 “교구 출범 전에는 연대급 부대는 손길이 미치지 못했는데 올해부터 연대 법사님들께 30만원의 활동비와 주기적으로 고 장병들에게 초코파이를 지원한다”며 “이 모두 후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부영 기자
[불교신문 / 2008년 10월 8일]